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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을부엌 운영자 네트워크 구축 및
활성화 기반 마련
1) 마을부엌 운영자네크워크
(1) 운영자 워크숍
(2) 운영자 네트워크 워크숍 자료집
(3) 마을부엌 이야기 발굴
1) 마을부엌 운영자네크워크
(1) 운영자 워크숍 (자료5)
1. 마을부엌 운영자 워크숍
- 목적
1) 마을부엌 운영자들의 현장 지식, 정보, 경험 공유
2) 마을부엌 운영자들의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논의
3) 서울시민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울형 마을부엌 사례 발굴
- 참여 : 마을부엌운영자 25인
- 기간 : 5월 (총5차)
- 주제
횟수 주제 발제자
1차
마을부엌과 서울시 먹거리 보장 정책
혼밥의 미래-함께 먹는 혼합
김소연 책임연구원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2차
마을부엌 예비조사 발표
푸드뱅크 경험에서 바라본 마을부엌
김소연 책임연구원
김한승 성공회 신부
3차
모든 마을부엌은 서로 다르다
마을부엌 우수 사례 소개
정해랑 영양과미래 대표
박정희 은평신나는공동부엌 대표
4차
마을부엌 사례 발표
: 나의 마을부엌 경험/사례 나누기
참여 운영자
5차 서울형 마을부엌 모둠 구성 및 모둠별 토론 참여 운영자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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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을부엌 운영자 그룹별 간담회
- 목적
1) 그룹별 특성 분석 및 지속가능 방안 모색
2) 서울형 마을부엌 유형 개발 논의 협력
- 기간 : 5월-6월 총13차 진행
- 참여자 : 마을부엌운영자 30인
그룹 유형 간담회 일자
조리 그룹 1차: 5/31, 2차: 6/11, 3차: 6/22
마포지역 컨소시엄 그룹 1차: 5/31, 2차: 6/8, 3차: 6/18
다양한 먹거리문화 그룹 1차: 6/15, 2차: 6/25
농촌연계 그룹 1차: 5/31, 2차: 6/8, 3차: 6/22
* 전체 간담회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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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을부엌 이야기 발굴
먹거리정의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1~17회 오마이뉴스 연재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Issue/series_pg.aspx?srscd=00000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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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함께 모여 만드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마을부엌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①]_현대인의 먹거리 불안정, 말하는 밥상(꿈꾸는 밥상)
18.06.25 06:42 l 최종 업데이트 18.07.10 18:08 l 김순영(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스웨덴의 스톡홀름의 경우 1인 가구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대안 중 하나로 협동주거인 코하우징
(Collaborativehousing)이 각광받고 있는데, 툴스투간(Tullstugan) 도스톡홀름에 있는 수십 개의 코하우징 중 하나다. 아
파트 2층에는 공동부엌과 공동식당이 있는데, 이곳은 같이 사는 60여 가구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일주일 중 하루에 보통 3명 정도가 약 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참여자는 2~3주에 평균 1회 정도 저녁준비에 참여해
야만 한다. 요리 당번을 돌아가면서 하면 주 중에는 저녁식사를 매번 준비하지 않으니 편리하다. 또한 거주자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는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과 경험을 나누는 친목모임의 활성화로 이
어진다. 1994년 설립 이후 20여 년 동안 이러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스톡홀름의 툴스투간은 마을부엌
의 여러 형태 중 하나로 먹거리 문제와 커뮤니티 형성,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의 자존감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임 형태
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계층의 먹거리 불안정, 대안의 마을부엌 등장
▲ 마을부엌 리플렛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 환경정의와 서울시 협치사업
으로 진행되고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 마을부엌 리플렛ⓒ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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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부엌이 등장한 배경으로는 먼저 먹거리 빈곤 또는 먹거리 불안정 문제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먹거리 빈곤층과 불안정
층이 다양하고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초기에는 저소득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 먹거리 빈곤 문제가 중심이었다
면, 이제는 1인 거주자, 중년남성, 결혼이주여성, 대학생 등으로 먹거리 불안정 층이 점점 다양화되어가고 있다. 또 하나의
배경은 커뮤니티의 축소다.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을 통해 미국의 경우 집으로 친구나 손님을 초대하는 횟수가 1975년에서 1999년 사이에
45%나 감소했다고 말한다. '모든 가족은 대개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는 질문에도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답변한 비율이 3분
의 1 하락했다고 말한다. 사회적 유대 관계가 빠르게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커뮤니티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형태 중 하나이자,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떠받칠 수 있는 토대이며, 아울러 개인의 자존감을 회복시
킬 수 있는 공간인데, 이러한 공간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마을부엌은 1970년대부터 여러 나라에서 시작되었다. 나라마다 커뮤니티 키친(community kitchen),
공동부엌(collectivekitchen) 등 다양한 용어로 부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을부엌'으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 용어
외에 정의도 조금씩 다르다. 그중 하나의 정의로, 토론토대학의 타라숙과 레이놀즈(Tarasuk and Reynolds)는 "작은 그
룹의 사람들이 한 끼 또는 그 이상의 식사를 함께 준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는 커뮤니티 기반의 요리프로그램들"이라
고 정의했다.
지역 커뮤니티의 기반 먹거리 공동체 마을부엌
여러 정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마을부엌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마을부엌은 크게 4가지 특징을 가지
고 있다. 첫째는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마을부엌은 정부의 먹거리 빈곤 정책이나 개인의 복지사업과 달리 지
역 사회 주도로 이루어진다. 공동주택 거주자, 고령층, 1인 가구, 청년, 결혼이주여성 등 다양한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지
역의 다양한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한다.
▲ 툴스투간 스톨홀룸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 housing)-툴스투간(Tullstugan)
(오마이뉴스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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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한 장소에 모여 교류하는 점이다. 마을부엌은 단순히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부엌 또는 식사 공간을 중
심으로 활동하며, 이러한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만남으로써 사회관계를 형성하거나 회복한다. 셋째는 조리 또는 식사를 중
심으로 운영한다. 마을부엌은 함께 음식을 준비하거나 나누는 활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더욱 영양가 있고 저렴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조리법을 터득하는 등 먹거리 불안전성 문제를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와 상호 지원을 추구한다. 마을부엌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음식 나눔 봉사와는 접근방식이나 추구가치가 다르다. 계획하는 것에서부터 조리하
는 과정까지 함께 참여하며, 같이 나누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먹거리를 통한 관계 맺음 마을공동체 회복
마을부엌의 여러 특징을 종합해보면 마을부엌은 '지역 커뮤니티 기반으로 조리·식사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불안
정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관계와 공동체를 회복하는 프로그램'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을부엌 형태는 매
우 다양하다. 먹거리 빈곤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곳도 있고, 먹거리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곳도 있다. 일본의 320
여 곳(2016년 기준)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식당'은 지역 주민이 참여하여 식사를 준비하고, 혼자 식사하기어려운 어린이, 노
인에게 무료 또는 저렴하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최근에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형태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
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1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그럽위드어즈(Grubwithus)가
대표적이다. 여러 종류의 식사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여 회원들이 정치적 이념, 취미생활 등 다양한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식사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소셜 다이닝 플랫폼이다. 그 외에도 같이 자원과 노동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동부엌, 식사 준비 스킬을 돕는 조리교실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마을부엌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 관계망 확장
먹거리 문제는 현대 사회 문제의 복잡성,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고전적 형태로 먹거리 빈곤층 문
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먹거리 불안정 계층이 부각되고 있다. 먹거리 문제 외 공동체성의
상실 또한 커다란 사회문제다. 식탁은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 측면에서도 커뮤니티 형성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여러 사회
적 관계망이 펼쳐지는 공간으로서의 식탁의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소중한 사회적 자본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 툴스투간_오마이뉴스 사진제공 스톡홀룸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 housing) - 툴스투간
(Tullstugan)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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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부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거리 문제의 불안정성을 해결함과 동시에 관계 회복과 공동체 형성을 꾀하고자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마을부엌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00년대들어 다수의 마을
부엌이 설립되기 시작했으니 비교적 역사가 짧다. 서울시에만 수 십여 곳의 마을부엌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먹거리와 커뮤니티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마을부엌이 다양한 형
태로 활성화될 필요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순영 시민기자는 먹거리정의센터 센터장입니다.
▲ 마을부엌 지역컨소시엄 마포모둠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지역컨소시엄 모둠회의사
진ⓒ 환경정의
▲ 식도락 내부 식사준비 하는 모습 공동식사ⓒ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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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마을 공동부엌, 우리 동네를 이렇게 바꾸었어요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 ②] 은평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18.07.05 15:13 l 최종 업데이트 18.07.12 15:30 l 이현정(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마을 공동부엌에서 찾은 내 삶의 신나는 놀이터
"제가 죽을병에 걸린 건가요?"
"아닙니다. 그건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나에게 찾아온 낯선 질병 '만성피로증후군'은 내 삶의 질을 사정없이 떨어뜨려 놓았다. '이러다가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어떤 약으로도 질병을 이겨낼 수 없었고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정도는 매우 낮았다. 그 후 건
강에 대해 한없이 고민하면서 먹을거리를 바꾸고 내 몸을 위한 휴식과 운동을 하며 몸의 환경을 바꾸니 차츰 회복되기 시작
한 것! 그 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과 교육은 계몽수준이다. 이로 인해 의료비 지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가 이 사회의 문제다'와 같이 그냥 지나쳤던 정보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우리의 먹을거리와 농업, 환경 등이
내 삶의 큰 관심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은평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이웃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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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라도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것을 감사해하며 '슬로푸드'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게 뭣이여? 우리
의 자연환경, 농업, 먹을거리가 이토록 심각했던 것인가?' 충격과 걱정으로 다시 병이 들 지경이었다. 그동안의 무지와 무관
심으로 몰랐던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나는 그 후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환경과 지속가능한 농업, 건강한 먹을거리와 우
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배우고 실천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마치 사막의 신기루를 쫓아가듯이) 지금 하라
고 한다면 절대!! 그때처럼 못할 것이다. 그러던 중 지금의 박정희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고, 이분과 추구하는 가치, 이념, 고
민 등 매우 거창한 것들이 척척 맞아 지금의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이 탄생할 수 있었다.
박 대표님은 그때 당시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에 선정이 되어 몇 천만 원의 운영비를 알차고 의미 있게 써 나갈 수 있는
구성원이 없어 고민하고 계셨는데, 신들린 듯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운동에 뛰어들어 30대의 젊음을 불사르고 있던 내 앞
에 나타나셔서 이웃과 더불어 살며 건강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기쁨과 평화의 길로 나를 인도해 주셨다. 그 후 신도를 모으
듯 열심히 만나 내가 깨달은 '건강한 삶을 위한 길'을 전파했던 많은 인맥을 모아 공동부엌을 만드는데 함께 하게 되었고 전
국단위의 자립형 사립고와 맞먹는 지금의 '자립형 사립 부엌'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조금씩 변화하는 마을의 활기, 그 속에서 발견한 마을(공동)부엌의 의미
한 해 두 해 공동부엌이 자리 잡아 가면서 우리 마을은 조금씩 활기를 띠며 변해가고 있다. 조리 기술이 없던 주부들이나 식
구가 별로 없어 장을 보면 식재료가 남았던 주부들은 오전에 모여 반찬 만들기를 하고 있다. 다행히도 마을 어르신들이 함
께 해 주셨고 어르신께 자연스럽게 조리기술을 배우게 되면서 주부들은 가족 밥상을 차리는데 자신감과 열의를 갖게 되었
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가정의 건강한 밥상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출범한 공동부엌의
근본적인 의미와 성과가 아니겠는가?
또 가족만을 위해 반찬을 만들고 나누어 가던 엄마들이 자발적인 봉사단체를 만들어 마을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봉사단체 이름도 '심(心)봉사'! 후원이 전혀 없어도 십시일반 쌈
짓돈을 모아 재료를 사고 정성 가득 반찬을 담아 나르는 엄마들에게 존경심이 절로 일어난다. 이 봉사 팀은 엄마들과 아이
들이 함께 준비하고 배달을 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사랑스러운 단체이다.
직장 엄마들에게 늘 고민인 아이 간식 챙겨주기와 돌봄도 공동부엌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챙
▲ 아빠가 만들어주는 주말요리 공동부엌 아빠가 만들어 주는 주말요리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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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주시는 것처럼 정성 가득한 간식을 먹고 돌봄 교실에서 보드게임이나 놀이 수학, 영어 동화책을 읽으며 즐겁게 보낸다. 동
네 생협에서 공수한 안전한 식재료와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노고로 아이들이 챙김을 받고 있어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안
심을 하고 일하고 있으며 큰 숙제를 해결한 듯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방학 중에는 부엌에서 직장맘 아이들 점심 챙겨 먹
이기를 하며 좀 더 든든한 챙김을 한다. 또 주말에는 직장맘 엄마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류하거나 돌봄
교실 운영에 대한 이야기들로 꽃을 피운다.
공동부엌이 학교 앞이라는 접근성, 건강한 요리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돌봄 둥지'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먹거리 소외계층을 품으며 마을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 연계망 확장
그 밖에도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은 마을 행사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검바우 마을학교와 진행했던
다문화가정 엄마들과 함께한 김치 만들기 행사는 매우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행사 이후에도 다문화 가정 엄마들
과 함께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 김치에 담긴 맛과 정성을 전해주며 정을 쌓아가고 있다. 또 은빛초등학교
녹색장터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성 가득한 음식을 팔아 그 수익금을 심봉사 팀에 전달해 주곤 한다. 이밖에 금암
기적비 마을 축제에서는 든든한 먹을거리를 해결해 주기도 하고, 도시농부와 사회적경제가 함께하는 '은평 꽃피는 장날'에
서는 공동부엌의 이름으로 고추장과 김치를 팔기도 한다.
부엌 자랑을 하다 보니 공동부엌에서 함께하는 분들의 얼굴이 스친다. 먼저 언제나 건강한 어른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든든
한 박 대표님과 맛깔난 조리기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김복덕 어머니, 오전 반찬팀 운영을 이끌어주는 맏언니 이선
화님, 우리동네 긍정 에너자이저 권성원님, 쌍둥이 엄마의 건강한 힘으로 묵묵히 도와주는 최송아님, 봉사와 돌봄을 함께하
는 이에리나님, 다양한 부엌 연계프로그램들을 책임져주는 박하나님 등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들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이웃끼리 서로에 대한 무관심은 경계를 만들고, 따뜻한 관심과 연대는 관계를 만들어 준다고 한
다. 공동부엌은 이웃들이 관계를 맺어갈 수 있고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따뜻한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
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서로의 아이를 챙겨주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주고 있다.
▲ 신나는 공동부엌에서 함께하는 아이들 돌봄 지역아이들 돌봄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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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과 함께 만드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마을부엌'
앞으로 공동부엌이 좀 더 지속 가능 할 수 있고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늘 고민 중이다. 으쌰 으쌰 뭘 해보자!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공동부엌도 열심히 알려보자!!고 외쳤던 처음과 다르게 지금은 뭘 새롭게 해 보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들여 다 보고 가려운 곳이 있으면 긁어주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해결해 가면서 묵묵히 지켜나갈 따름이다. 관심
없는 듯 보이지만 사랑만은 가득한 아버지처럼 뒤에서 조용히 챙기고 다독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부엌을 아끼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들이 편히 부엌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동
네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딱!!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늘 부담스런 임대
료 걱정을 안 하면서 활동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 이현정(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공동대표)
▲ 다문화 가정주부들과 김치만들기 지역 다문화 주부들과 함께 만드는 김치 만들기 과정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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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저녁이 있는 삶' 공동부엌이 주는 소소한 행복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③] 마포 성미산마을 소행주 저녁해방모임
18.07.12 14:17 l 최종 업데이트 18.07.12 14:17 l 박종숙(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저녁해방모임의 시작
"야호, 장보기 당번 어떻게 해요?"
딸기가 한 달 간 여행을 간 터라 옆 지기인 바위가 대신 장보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바위는 퇴근해서 늘 식사만 하셨지 장
보기 당번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시다.
"제가 이번 주 당번이었는데 비법을 알려 드릴게요."
옆에서 밥을 먹던 산아래가 일주일치 장보기 비용과 적은 돈으로 많은 양을 준비할 수 있는 실용적인 비법을 마구 마구 쏟
아낸다.
그 사이 저녁 먹으러 온 중학생 시원이가 한 마디 쏘아 붙인다.
"우씨, 순 나물반찬 투성이야, 내 입 맛에 맞는 게 하나도 없어. 엄마, 저해모 안 하면 안 돼?"
"안 돼! 엄마가 퇴근해서 저녁준비하고 설거지하면 아홉시 되는데 엄마는 저녁 시간을 그렇게 보낼 수 없어! 그리고 집에서
우리끼리 먹으면 매일 엄마 잔소리에 너희들이 더 힘들 걸. 식단이 마음에 안 들면 시원이가 장보기 당번한테 이야기 해 봐."
▲ 소행주 ‘저녁해방모임’ 공동부엌식사 저녁해방모임 공동식사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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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저녁해방모임(이하 저해모)의 일면이다. 지금 저해모는 동네사람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지만 처음
에는 아홉집-소통이있어서행복한주택1호(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 위치한 공동주택)입주자들로만 시작했었다.
저녁시간을 훌쩍 넘겨야 퇴근하는 아빠들의 삶 뒤에 혼자 저녁식사 준비하고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는 엄마들의 삶
이 있다. 반찬은 부실해 질 수밖에 없고 즐거운 식사시간은 극기훈련을 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차례차례 씻기고 안자고 더
놀겠다고 떼쓰는 아이들과의 실랑이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거쳐야 하는 저녁 준비, 저녁 먹이기, 씻기기, 재우기 이 4개
의 필수코스 중에 하나만 덜어내도 살 것 같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삐리리 눈빛이 통한 엄마들은 해가 지고 스멀스멀 어
스름해 질 무렵 주섬주섬 챙겨 아홉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공간 '씨실'로 내려갔다. 한 집에 한 가지 반찬을 가지고
오니 금세 진수성찬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꾀가 났다. 모든 집이 매일 반찬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준비하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많은 밥과 국과 반찬을 어떻게 한 집이 다 준비하지?"
"우리를 도와 줄 분을 모셔오는 건 어때? 돌아가면서 장을 봐다 놓으면 솜씨 좋은 분이 요리를 해 주시면 좋겠다."
이렇게 저녁으로부터의 해방이 시작되었다.
해당화를 모셔오다
해당화는 저녁식사 준비 과정 중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리를 맡아주시는 분이다. 조리를 대신해 주시는 해당화 덕분에 저
해모를 구성하고 있는 열 두 집은 매주 정해진 순번대로 장을 봐다 놓기만 하면 된다.
국 한가지와 반찬 두 가지를 기본으로 5일치의 식단을 정한다. 국 중에서는 된장국, 미역국, 콩나물, 어묵국이 인기이다. 적
은 비용으로 맛과 양을 한 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평소에 자기가 해 먹지 못하는 나물종류를 좋아한다. 냉
이, 두릅, 비름나물, 취나물이 생협에 나오면 얼른 집어 담는다. 나물이라고는 쳐다도 안보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특별 메뉴
를 탑재한다. 어묵소시지케찹볶음, 떡볶이, 미니떡갈비, 계란말이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
▲ 소행주 공동주택 아이들 소행주 공동주택 아이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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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해당화가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당화는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우렁각시를 통해 가사관리서비스를 하시
던 분이었는데 저해모를 같이 시작한 느리의 소개로 오시게 되었다.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어렵고 큰일을 해당화는 뚝딱 해 내신다. 들쑥날쑥 매번 다른 맛을 내는 우리와는 다르시다. 무엇보다
내어 놓으시는 음식을 보면 사랑과 정성이 느껴진다.
열 두 집이 돌아가면서 장을 본다고 하지만 필요한 재료를 빼먹기가 일쑤다. 조리를 맡으신 해당화의 입장에서는 장보기 결
과가 시원찮으시다.
"메뉴가 아욱된장국이라고 아욱이랑 된장만 갖다 놓으면 어떻게 해? 국물 낼 멸치도 있어야지."
매번 바뀌는 당번들에게 매번 같은 말을 하는 것도 지치고 조리하는 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고 만들어진 음식에 대해서
아무 말도 없을 때는 서운하기 그지없으시다. 그럴 때 우리 당번들이 출동한다. 메뉴 준비할 때 빠뜨린 것은 없는지 귀담아
듣고 어제의 음식 맛은 얼마나 좋았는지 묘사해 드린다. 저해모에서 해당화는 꽃 중의 꽃이다.
가사노동의 짐을 여럿이 나누어 덜어내다
이렇게 해당화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여러 집이 모였기에 가능했다. 아이가 어리고 일을 하는 부모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혼자서는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열 두 집이 모여 십시일반 쌈짓
돈을 모으니 해당화께 드릴 품비용이 금세 마련되었다.
식단계획과 장보기, 그리고 설거지와 뒷정리도 열 두 집이 일주일씩 돌아가니 석 달은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내가 특별히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나의 저녁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가족들의 저녁식
사를 해결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매일 저녁 같이 먹기'는 엄마들이 살기 위해 찾아낸 생존방식이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가사, 출산과 육아, 아이와 노인에 대한 돌봄이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에
게 집중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것이 집중되면 삶이 고단해 지고 생활이 팍팍해 진다.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건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구청이 도와주면 좋고 시가 응원해주면 힘이 나고 국가가 보살펴주면 외롭지 않을 텐데 그러
▲ 소행주1호 공동부엌 ‘씨실’ 소행주1호 공동공간 씨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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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오늘의 저녁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내 옆의 이웃이 제일 든든하다. 그들과 오늘도
내게 지워진 짐을 나누고 덜어낸다. 우리는 내가 해야 할 것의 부담을 '공동'이 함께 나누어 덜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마포구 성산동에서 야호라고 불리운다.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로 토지와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에 애정을 쏟다. 반복되는(!) 출산과 육아로 동네에서 놀게 되면서 문제를 느끼는 당사자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온 몸으로 체득하다. 지금은 함께주택협동조합에서 토지는 토지대로 건물은 건물대로 적정가격을 지
불하면서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이웃과 함께 따뜻한 저녁식사가 제공되는 공동부엌 공동부엌에서 함께
하는 저녁식사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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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아동인권과 돌봄, 그리고 밥상 이야기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④] 광주여성재단 청년여성멘토링사업
18.07.19 11:13 l 최종 업데이트 18.07.19 11:19 l 안윤숙(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지금은 저출산 시대,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다. 자녀양육, 사교육비, 여성의 경제활동,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등장하지만 저출산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자녀돌봄'이다. 그래서
정부와 자치단체는 양육수당, 보육수당, 아동수당, 육아휴직 등과 같은 각종 사회제도를 중복적으로 도입하여 영유아를 지
원하고, 아동의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해 공공과 민관에서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사업으로 아동돌봄을 추진
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출산율은 좀처럼 증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감소하고 있다. 2018년 합계출산률은 1.05
명으로 인구절벽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하다.
2017년 이맘때였다. 광주여성재단의 기본과제로 "광주지역 아동돌봄공동체 사례분석을 통한 활성화방안 연구" 과제를 진
행한 바 있었는데 우리나라 아동돌봄의 현실이 궁금해서 과제를 보조하는 역할이었지만 참여했다. 그때 본 아동돌봄 정책은
교육부 소관의 초등돌봄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방과후 아카데미와 아이돌보미사업, 그리
고 여성가족부 사업이지만 시와 자치구에서 공모를 통해 지원하는 여성친화마을사업, 청소년멘토링사업이 있었다.
이러한 사업의 긍정적 측면은 공공과 민간의 조화, 각 부처별 아동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더 높
▲ 모모돌봄, 광주여성재단(2017)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2
동 제일풍경채 모모돌봄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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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동을 둘러싼 부처별 밥그릇싸움, 생색내기 돌봄, 대상자를 고려하지 않는 서비스, 보호자 중심의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었다. 아동인권 측면에서 접근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 '아동돌봄'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어쨌던 이러한 각종 제도와 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는 방임 및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동돌봄 문제를 해소해 왔고, 더불어 지
역 간, 계층 간 교육 및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공적 아동돌봄시스템은 다양한 부
서 및 주체에 의해 저출산 대책으로 이용되는 한계로 아동돌봄이 대상자 중심이라기보다는 정책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한
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동돌봄서비스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과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아동돌봄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애매모
호하다. 보호자인지, 아동인지, 아니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정책인지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 이러한 논쟁의 와중
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동이 다수 존재하고 제때에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아동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아동이 중심이 되는 아동돌봄서비스는 어떠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물론 아동인권을 최상으로 하는 서비스일 것
은 자명한 일이다. 아동돌봄서비스가 필요한 아동들은 대체적으로 복합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발달 영역에서 학습 욕구
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겪고 있거나, 신체적 건강에 문제를 가진 아동, 문화 및 여가생활의 어려움 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욕구를 모두 가지고 있는 아동도 존재한다.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아동돌봄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필
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동들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2017년 광주여성재단 과제를 수행할 당시 아동대상 인터뷰에서 아동의 욕구 1순위
는 "잘 놀고, 잘 먹을 수 있는" 것이었고, 아동돌봄기관을 이용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친구들과 형, 동생들이랑 함께 놀 수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아동의 가장 기본적 욕구는 특별한 개입보다는 잘 먹고, 잘 놀 수 있으면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면 되는 것
이다. 어쩌면 단순 서비스가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아동돌봄 기관의 종사자 인터뷰에서도 아동돌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성교육과 결식"을 해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높았다.
▲ 청년여성멘토링사업, 광주여성재단(2017) 광주광역시 남구 송화마을 작은도서관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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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돌봄교실
아동돌봄 사례를 분석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을에서 주민들이 풀뿌리 정신으로 자발적으로 결성한 여성친화마을사업
과 청년여성멘토링사업이었다. 이러한 돌봄을 간헐적 돌봄이라고 하는데 공적돌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으면서도 아동이 자
신의 동네에서 필요한 시간대에 돌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위원과 임차인 대표위원들이 마을의 공동시설인 커뮤니티센터나 작은도서관, 노인정 등을 활용해 유
아 및 아동, 노인 등에게 마을을 기반으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동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은 시니어클럽에
서 활동하는 마을의 어르신을 활용함으로써 주민의 '자조'를 기반으로 한다.
말 그대로 아이들과 어르신의 사랑방인 셈이다. 사랑방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가 있고, 할머니
가 맛있게 만들어주시는 간식과 식사가 제공되며, 형제가 많지 않은 아동들은 사랑방에서 형과 동생을 만든다. 아동들에게
별도의 인성교육을 하지 않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통해서 예절을 배우고, 사람됨을 배워간다. 바로 이런 것이 아동인권
적 측면에서의 돌봄이 아닐까 싶다.
청년여성멘토링사업은 여성친화마을사업과 유사하게 마을의 도서관이나 커뮤니티센터 등에서 아동돌봄이 제공되는 형태
이다. 아동돌봄 참여자는 여성일자리차원에서 접근한 청년여성이다. 청년여성멘토링사업의 도입 배경은 저소득층 여성의
경우 경제 활동을 하더라도 대체적으로 퇴근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아동들이
방임되거나 식사를 제때에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의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아동의 먹거리 기본권과 놀 권리가 보장되도록 정책 만들어야
이처럼 아동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보장은 식사를 제때에 할 수 있도록 밥상을 차려주는 돌봄이다. 이웃과 돌봄, 그리고 밥
상을 연결시키면 '상생'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상생은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고 같이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동네의 어르신과 청년여성에게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아동에게는 안전한 돌봄이 제공되기 때문에 세대 간의 통
합 또는 상생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성친화마을사업과 청년여성멘토링사업은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사업이 아니라 매년 공모사업에 주민들이 지원해
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공모에서 탈락될 경우에는 사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매일 이어가야 하는 아동돌봄이 여러 사정
에 따라 중단될 수 있는 것일까?
▲ 청년여성멘토링사업, 광주여성재단(2017) 광주광역시 광산구 교회 작은도서관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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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잊고 정책을 만들고 있을까? 무엇을 위해 아동돌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일까? 진실한 자세로 반성해보아
야 한다. 아동이 정책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아동돌봄이 아동에게 왜 필요한지를 신중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아동돌봄정책은 줬다 뺏는 사업이 아니라 아동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제때에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으로부
터 시작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아동돌봄은 아동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놀 권리가 보장되도록 마을의 공유공간에서 또는 마을주방에서 이
웃이 함께 밥상(끼니)을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자. 독일의'마더센터'처럼 이웃이 거실에 모여서 또는 주방에 모여서
수다를 떨고, 맛있는 것을 나눠먹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보자.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동은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기대되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안윤숙(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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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시간은행과 접목한 푸드뱅크의 마을부엌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⑤] 성공회 푸드뱅크
18.07.25 08:13l최종 업데이트 18.07.26 14:04l김한승(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 서울 노원구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 중복을 맞아 마을삼계탕잔치' 준비가 한창인 관리동
앞으로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오늘 잔치의 주최자는 1년 전 이 아파트 관리동에 새롭게 문을 연 '마을부엌'. 이 모
임의 조리회원 30여명과 인근 복지관에서 지원 나온 봉사자 10여명이 아파트 주민 500여명에 대접할 삼계탕을 끓이는
중이다. 십여 개의 대형 가스버너 위에선 맛있는 삼계탕이 끓고, 관리동 주변 접이식 테이블들 위엔 수박과 참외, 김치와
나물, 그리고 담근 인삼주와 음료수들이 식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예정된 식사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사람
들이 모여들어 인사와 담소를 나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정겨운 풍경이다.
마을부엌이 있는 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상상해봤다.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요리도 배우고, 끼니와 간식도 함께 하며,
서로를 돌보는 공간이라면 이런 이름의 현판이 어울리지 않을까?
사실 나이든 기성세대에 이런 풍광은 그리 낯설지 않다. 농사지으며 모여 살던 과거엔 동네마다 흔했던 일상이다. 요즘처
럼 기계의 힘을 빌어 '혼농'(혼자 농사짓기)하지 않고, 사람의 힘을 모아 '함농'(함께 농사짓기 ; 두레, 품앗이, 울력)했던 시절
엔 끼니도 늘 '함밥'(함께 먹는 밥)이었다.
하지만 탈농 도시화 핵가족화를 거쳐 '1인 가구' 혹은 '혼족'이 대세가 된 지금, 이런 전통을 온전히 되살리기란 사실상 불가
능하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의 혈관엔 여전히 나를 '우리'라 부르고, 함께 할 때 더 행복한 '공동체적 유전자의 피'가 흐르
고 있는 것을!
▲ 신영복교수의 '너른마당' 신영복교수가 푸드뱅크에 선물한 편액작품사진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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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낯선 도시에서 이 유전자를 되살려 새로운 '주거공동체'를 가꾸는 최선의 길은 뭘까? '함께 밥 먹는 일'이야 말로 그
가능성을 높일 가장 현명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에게 있어 밥은 삶의 근간이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핵
심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밥으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는 하셨어요?' 밥으로 안부를 묻는다 '밥은 먹고 다니니?' 그
뿐인가? 함께 밥 먹는 이를 가족이라 부르고(食口) 밥 먹는 일 자체를 삶과 동일 시 하기 도 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마을부엌 운동 공동체성을 지지해줄 가장 유용한 수단
그런 면에서 최근 '혼밥', '혼술'과 같은 '나 홀로 밥상'의 증가는 그 자체로서 우리사회의 위기적 단면을 드러내 준다. 곧 고
립과 차별, 외로움과 우울증이 늘고 있다는 사회병리학적 증거요, 세계 최하위 행복지수와 자살률 1위라는 비극적 현실을
방증하는 바닥지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밥'은 우리사회 공동체성의 바로메타다. '밥은 먹었냐?'는 인사말이 여전히 유효한 이상 '마을부엌' 운동이
야말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공동체성을 지지해줄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엔 어떤 유형의 마을부엌
이 가능할까?
다양한 마을부엌이 필요하다!
마을부엌의 핵심은 '자치성'에 있다. 자율과 참여의 폭이 그 성패를 좌우한다. 당연히 공공부문의 개입은 계기와 자원을 제
공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이를 '육성(育成)'하겠다고 나서거나 무리하게 실적 화하려 든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 있
다. 모름지기 공동체성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닌, 내부 구성원들이 가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원이 부족하고 스스로 동력을 만들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대상인 경우는 예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개입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대상자들이 주체가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마을부엌은 커뮤니티의 성격, 외부의 지
원정도 등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중 '자치성'에 기초한 협력(치)형이 표준모델이 될 것이다.
시간은행과 접목한 푸드뱅크의 마을부엌
마을부엌을 사회적 결식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 NGO인 푸드뱅크에 접목한다면 어떤 모델이 가능할까? 이 경우 적합한 모
델은 지원형과 보조형 두 가지다. 하지만 이 두 유형은 돕는 쪽과 도움 받는 쪽이 양분 돼 있어 자칫 마을부엌이 자치공간이
▲ 마을부엌의 유형 유형별로 분류한 마을부엌 형태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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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일방적 지원을 위한 조리센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이를 극복할 묘안은 없을까?
이 경우 시간은행과의 접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시간은행 시스템을 도입하면 이용자들은 자신이 봉사한 시간을 화폐
로 적립, 이를 타인의 봉사나 서비스, 물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지자체는 공간 및 시설, 초기 운영비를 지원하고, 푸드뱅크는 커뮤니티 지원을 위한 각종 물품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푸드뱅크가 확보한 물품을 가공/조리/지원하는 활동을 근간으로 하되, 여기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파생시켜 커뮤니티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게 한다. 이 방법의 강점은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단순한 마을부엌의
기능을 넘어 마을텃밭, 공부방, 쿠킹교실, 마을가꾸기 모임 등으로 그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점 등이다.
▲ 성공회푸드뱅크초기도시락사업 1967년 미국의 자원봉사자 John Van Hengel이 창시한 푸드뱅크 운동은 1998년
성공회에 의해 한국에 처음 도입됐다
▲ 구미사랑고리은행 시간은행(Time Dollar Bank)은 1970년대 말 미국의 법학자 Edgar Cahn 박
사에 의해 창시돼 세계 34개국으로 확산된 봉사은행이자 대안화폐운동이다. 한국에는 2000년대 초
성공회 김요나단 신부에 의해 ‘구미사랑고리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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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사랑고리은행 시간은행(Time Dollar Bank)은 1970년대 말 미국의 법학자 Edgar Cahn 박사에 의해 창시돼 세계 34
개국으로 확산된 봉사은행이자 대안화폐운동이다. 한국에는 2000년대 초 성공회 김요나단 신부에 의해 ‘구미사랑고리은
행’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덧붙이는 글 | 김한승은 성공회 신부이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국내에 푸드뱅크사업을 처음 소개한 후 20년간 결
식계층 지원사업의 외길을 걸어왔다. 2008년에는 독서대학르네21을 설립, 빈곤청소년의 그룹독서를 위한 '다독다독인문
학' 사업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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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자연에 순응하며 마을밥상에 물드는
생태마을 사람들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⑥] 유럽의 생태마을과 서울의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
18.08.02 09:53 l 최종 업데이트 18.08.02 10:42 l 이정선(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현대인들은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각종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 문제
는 지구 환경과 동식물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먹고 마시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그 피해가 돌아온다. 문제
를 회피하거나 무관심하며 살기엔 당장 나 자신의 생존이 위협 받는 코앞에 닥친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여러 움직임들 중 먹거리 문제의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고 있는 마을부엌의 사례를 소개한다.
	
유럽의 생태마을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 파괴, 병들어가는 도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되고 있는 마을을 '생태마을'이라고 한다. 선진 유럽
에서는 일찍이 1930년에 아이슬란드의 솔헤마(Solheimar)의 주거단지 환경을 걱정하는 모임을 시작했는데, 이 모임이 생
태마을의 시초가 되었다.
유럽의 생태마을들은 환경과 공동체, 평등, 로컬푸드, 슬로우라이프 등의 다양한 개념을 가지고 부엌을 공유한다. 이를 통
해 자원과 노동력을 절감하고 환경을 보존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유럽 생태마을 중 마을부엌을 운영
하는 대표적 생태마을로는 독일의 지벤린덴 생태마을과 니더카우풍엔 생태마을, 덴마크 뭉크쇠고 생태마을과 오르후스시
'Andelssamfundet '자급자족 마을을 들 수 있다.
독일 지벤린덴 생태마을
지벤린덴 생태마을은 생태유토피아(에코토피아)를 꿈꾸던 사람들이 방치되어 있던 땅과 건물을 매입하여 만든 마을이다.
▲ 독일 지벤린덴 마을부엌 (카페 https://siebenlinden.org/ 발췌) 독일 지벤린덴 생태마을
마을부엌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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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위해 물과 에너지를 순환시켜 사용하며 동식물들을 위한 다양한 서식공간으로 변모시켜 왔고 식료품의 대부분은 지
역에서 생산된 제철식품들이다. 마을부엌에서 육류나 유제품, 생선까지 제외된 채식 위주의 음식을 만든다. 식단은 무조건
선택이 아닌 개별 가구에서 어떤 식단을 취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 니더카우풍엔 생태마을
니더카우풍엔 생태마을은 사회생태주의에서부터 자본주의의 병폐나 남성중심, 위계권력구조, 제도의 폭력으로부터 자유
로움을 지향한다. 공동체 계좌에 공동체의 수입으로 입금하고 많은 사람이 나눠 써서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절약하며, 결정
사항은 마을사람들 모두의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16개의 주거그룹으로 다양한 소가족형태를 가지는데 남성 중심적인 사
회에서 벗어나 남성과 여성이 양육과 식사준비에 동일한 책임을 진다. 이 마을의 부엌에서는 식사준비와 설거지를 당번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
덴마크 뭉크쇠고 마을
뭉크쇠고 마을은 공동체적 주거, 마을의 민주적 운영,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이념으로 내세운다. 교육이나 재
정상태 등 배경이 서로 다른 주민들이 모여 살며 친환경 공동체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마을 안에는 연장자단지, 조합
가입자단지, 가족단지, 소유자단지, 청년단지가 구성되어 있다. 공동의 집에 세탁장, 부엌, 넓은 홀 겸 식당, 그 단지의 필요
에 따라 장난감을 두는 방, 저장실이나 창고로 쓰는 다락방 등이 있다. 식당에서 1주일에 한번이나 두 번 마을 주민들이 공
동식사를 한다. 소유자 단지에 사는 20가구 주민은 일주일에 세 번 공동 집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한다. 이 마을의 부엌 운영
방식은 식사시간은 저녁 6시이고 불참하면 미리 알려야 한다. 시간표를 짜서 적어도 4주에 1번은 요리를 담당하며, 식사에
불참하는 것은 자유지만 요리의무는 지켜야 한다.
덴마크 오르후스시 Andelssamfundet 자급자족마을
오르후스시 Andelssamfundet 마을은 AIH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사회생태계공동체이다. 8개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
고 모든 활동을 위한 5개의 공동주택을 가지고 있다. 2012년부터 협동조합에서 숙박과 아침식사를 제공하며 신선한 유기
농 채소를 땅에서 직접 수확하고 조합원과 게스트들이 모두 참여한다. 마을 정기모임을 부엌에서 갖고 경제적 측면에서 공
동부엌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의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아름다운마을밥상)
생태마을이 유럽 등 해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전라남도, 강원도 등지에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산
촌, 어촌 마을이 아닌, 놀랍게도 서울에 생태적으로 살아가며 마을부엌을 꾸려나가고 있는 곳이 있어 소개한다. 서울 강북
구 인수동에 위치한 <밝은누리> 공동체 마을 안 '인수마을밥상'이라는 마을부엌이 그 곳이다. 밝은누리는 농촌과 도시마을
이 서로 살리는 생태마을공동체다.
서울 인수마을에서 마을을 일구던 이들이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ㆍ귀촌해 농촌마을을 만들었고, 지금도 한 몸으로 교류한
다. 인수마을밥상은 마을에서 품앗이로 함께 육아하던 이들이 이왕에 밥상을 차리는 것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밥 먹는 마을밥
상을 차리자고 하면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모여 놀던 곳 한편에서 마을청년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함께 밥 먹으려는 사람
들이 늘어나면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이용하는 지금의 마을밥상이 되었다.
오늘날은 마을 사람들이 점심과 저녁을 이곳에서 함께 먹고, 마을에 있는 아름다운마을학교(초등대안학교) 밥상도 책임지
고 있다. 식재료는 주로 생산자 직거래나 한살림, 여성민우회 생협 등을 이용한다. 이와 같은 친환경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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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아이들도 건강히 키울 수 있다. 육아 가정 뿐 아니라 청년, 맞벌이가정 등도 큰 품과 시간을 들이
지 않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마을부엌 대표를 포함한 밥상지기 다섯 명이 마을밥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온 마을사람
들이 부엌일에 함께 한다. 밥상을 차리는 일은 밥상지기와 봉사자들이 주로 하고, 자율배식으로 먹을 만큼 가져가고 자기가
먹은 식기 설거지는 직접 하는 방식이다. 초등학생 어린이들도 직접 설거지를 하는데 깨끗하게 잘 해낸다.
남은 음식물인 '밥상 부산물'을 모아 강원도 생명순환 농법으로 농사 짓는 홍천마을에 보낸다. 홍천마을에서는 밥상 부산물
과 똥오줌을 모아 거름으로 사용한다. 생명이 순환하는 것이 생태적 삶의 본질인데, 그 중심에 농사가 있다고 하여 이 마을
에서는 농사를 '하늘땅살이'라고 표현한다. 인수마을밥상 고경환 대표는 왜곡된 음식이 아닌 생명이 담긴 제철음식을 먹는
것은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하늘땅살이라고 하였다. 인수마을밥상은 건강한 먹거리, 생태순환, 공동육아, 경제
적 문제 등 다양한 요구에 대한 대안이 되고 있으며 국내 마을부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 밝은누리 인수마을의 마을밥상나눔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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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환경강사)
8년 전 30대의 젊은 나이에 후복막평활근육종이라는 희귀암에 걸려 시한부 1년 선고를 받았었다. 이를 계기로 환경과 먹
거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먹거리를 바꾸면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현재는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환경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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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정성스런 밥상은 좌절한 사람도 일으켜 세웁니다"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⑦]결혼이주여성과 마을부엌 (주)마을무지개 타파스
18.08.09 10:22l최종 업데이트 18.08.09 10:59l정현(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시부모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다. 요즈음 보기 드문 대가족 문화다. 서툰 언어와
낯선 이 땅의 문화는 그들에겐 걱정 가득한 두려움이다. 모국에서 그들은 자신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있었고 인정도 받았던
젊은 여성이었다.
20여 년 전 나는 부산에서 3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서울 토박이인 나는 엉뚱하고 낯선 식재료 이름이나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적응이 만만치 않았다. 자주 이용하던 부산역은 생선 비린내가 배어있고, 사람들의 억센 억양은 싸우는 소리로 느껴
져 놀라기 일쑤였다. 타지는 바로 그런 곳이다.
그럼에도 그 시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부산아지매, 동료들의 밥상 초대였다. 친근해진 이웃들은 퇴근길 회사 근처 시장에
서 장을 보는 내게 팔을 잡아가며 저녁 먹고 가라고 했었다. 그런 문화가 그때는 가능했다. 그때 느꼈던 따뜻한 그 감정들
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다른 우리'가 어울리는 마을부엌
결혼이주여성들은 내가 겪은 타지 생활보다 문화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훨씬 더 크게 경험할 것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도 버거운 전통적 사고방식, 가부장적인 가족문화도 한몫할 것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정서적 차이는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집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사회에서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까? 차이를 극
▲ (주)마을무지개 타파스 / 다문화 음식강연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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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 차이를 다름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서울 은평구 역촌초등학교 부근에 자리한 다문화음식점 ㈜마을무지개 '타파스'가 있다. 이들은 10여 년 전 도서관 꿈지기
봉사활동을 하는 동네 엄마들과 한국어 교실에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시작된 소모임이다.
마을기업, 예비 사회적 기업, 그리고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기까지 어려운 일들이 많았어도, 동병상련의 간절함 때문일까
더 용기를 내서 활동을 할 수 있었단다.
타파스는 함께하는 운영자들의 가정생활을 고려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운영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로
하며, 금요일 하루만 저녁 8시까지 운영한다. 이런 배려는 살림·육아의 중심역할을 하며 일을 병행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다문화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온 드엉티 바오 짠(29)은 어린 아들도 있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아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음식 강연을 시작한 그는 처음엔 모국 음식으로 다문화를 알린다
고 생각하니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다시 공부하고 발음 연습을 하며 애간장을 태웠단다. 짠은 지금은 모국 음식을
알리는 곳곳에서 음식 강연과 시연 활동들을 활발히 하고 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곳
타파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이주여성 량쥔리(중국·34)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우리는 아이들을 학교나 유치원에 보내놓고도 마음먹은 대로 외출하기 어려워요. 막상 나
가도 낯설고, 집에서도 모국 음식의 향신료 냄새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해먹고 싶은데 그러기 쉽지 않아요. 혼자 먹겠다고
온갖 재료 사기도 부담이고요.
친구를 만나 고향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집에 놀러오라고 하면, 우리 시어머님이 맘이 좋으셔서 괜찮다 해도
친구들이 불편한지 주로 전화만 주고받아요. 한국에서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싶어서 독하게 맘먹고 한식·중식·일식 자
격을 취득했지만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 타파스는 일하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니 제가 대단해
▲ 지역과 함께 하는 토탈푸드 프로젝트 / 타파스 토탈푸드 프로젝트 사업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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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고, 아이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해서 정말 뿌듯해요."
이곳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중국,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은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다문화를 알려주는 선생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외 다른 활동으로는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지역과 함께 하는 토탈 푸드 프로젝트」와 「이주여성들에게 들어보는 모국
의 음식이야기」를 진행한다. 서로의 나라를 이해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이런 프로그램들에는 한국인은 물론 결혼이주여성
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타파스는 서울혁신파크 내에 있는 맛동에서 열리는 가나다 밥상(가치를 나누는 다양한
밥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스토리가 있는 음식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이렇게 결혼이주여성들은 마을부엌에 함께 모여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마을 농번기 때 품앗이처럼, 이웃
집 잔칫날이면 자기 일처럼 물고기 잡고, 돼지 잡아 동네 사람들이 음식 만들고 나누던 서로의 애틋한 고향이야기들을 풀어
낸다. 이런 마을부엌 활동을 통해 차이보다는 다름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꿈을 꿔요
다문화 마을부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고유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장(
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벤트 같은 일회적인 행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지속적이고 안정감 있는 공간이 되
어야 한다. 그런 마을부엌이야말로 다문화가정·결혼이주여성들이 받는 차별을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파스를) 특별한 형태의 마을 부엌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다양한 나라의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서 나누는 것이 특징이기는 하지만, 운영자나 손님이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
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부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고 쉼이 있는 공간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관계망이 형성된다고 믿어요. 또 정성으로 차려진 한 끼의 식탁은 좌절한 사
람을 일으켜 세울만한 힘이 있다는 말을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음식을 나누며 다양한 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타파스 전명순 대표)."
▲ (주)마을무지개 타파스 / 다문화 음식시연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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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짠과 량진리의 소박한 바람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일을 하
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아주 큰 힘이 된다며 힘주어 말하던 다문화 여성들의 건강한 미소가 이들의 마을부엌
에서 끊이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현(다음을지키는사람들 환경강사)결혼 24년차. 어린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을 다녔다.
손수 밥상 차린다고 애써왔는데, 간단히 빠르게 만들어진 식탁의 문제가 어느 날 눈에 들어온다. 잔병을 앓는 식구를 보면
서 모든 집밥이 건강한 밥상은 아님을 깨달았다. 서툴고 귀찮아 쉽게 타협해버린 부엌의 일상에 근력을 키우고자 현재 건강
한 환경과 먹거리를 지키는 강사활동을 하고 있다.
▲ 미니강의를 진행중인 살레자 로레나 / 맛동 음식강연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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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청년 혼밥의 건강한 대안, 마을부엌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⑧] 청년공간 이음
18.08.16 09:46l최종 업데이트 18.08.16 11:23l윤지현(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한혜원(김태리 분)이 편의점 도시락을 지친 몸에 쓸어 넣는 모습. 2018년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의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 않지만,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혼자 먹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건강하지 않은 식단
이 걱정되기도 하고, 마땅한 대안을 줄 수 없음에 더욱 슬프다.
그래도 청년들은 마냥 씩씩한 듯 보이기도 한다. 작년 관악구에서 관내 고시촌 1인 가구 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
사에 따르면 혼밥이 '사회적 문제'라고 답한 비율(약 10%)에 비해 '문화'라고 답한 비율(약 80%)이 훨씬 높았다.
생각이 이러할 진데, 한국인은 가족을 식구(食口)라 할 만큼 함께 먹음을 중요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혼
자 먹지 말고 되도록 누군가와 함께 먹으라 권하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리틀 포레스트>의 재하(류준열 분)처럼 귀농
할 수도, 혜원처럼 자기만의 부엌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대한민국 도시의 청년들이 재하처럼, 혜원처럼 함께 웃으며 밥 먹
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물론 혼밥이 무조건 지양해야 할 현실은 아니다. 현대의 혼밥족 중에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자발적 취향 혼밥족도 적지 않
▲ <리틀 포레스트>는 이 시대 청년들의 허기진 마음을 음식으로 채워주는 영화다.ⓒ 영화사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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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만 꿈나무카드로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취약계층 아동, 끼니를 제대로 챙길 수 없는 빈곤한 노인과 함
께, 시간과 공간이 없어 부실한 한 끼를 먹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청년의 비자발적 혼밥은 지양해야 할 현실임에 틀림 없
다. 혼밥이 시대의 작지 않은 사회적 문제로, 긴급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작년 2학기, 필자가 담당하는 전공 교과목인 '식생활 문화' 수업의 일환으로 수강생들은 현대인의 식생활문화와 관련된 사
회적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이 때 한 조는 혼밥 청년족의 식생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부엌을 제시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건강한 음식으로 소통하는 풍요로운 삶
마을부엌! 공유부엌, 공동부엌으로도 불리는 다소 낯선 용어이다. 하지만, 어느새 마을부엌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지역
사회의 소통과 나눔의 장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생활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공식적 통계이긴 하나, 서울시에만도 2018년 초 기준, 300여 개가 넘는 마을부엌이 이러저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9월, 필자의 연구실에서 관악구청의 의뢰를 받아 조사했을 때, 관악구에만도 총 18개의 마을부엌이 있었으
니, 서울시의 자치구가 25개임을 감안하면 300여 개가 결코 과장된 숫자는 아님에 틀림없어 보인다.
아이들의 이유식과 간식을 함께 준비하는 젊은 주부들, 늦은 퇴근에 여유 있는 저녁을 준비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어르
신들을 위한 밑반찬 봉사를 위해 모인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마을부엌이 더할 수 있는 음식과 삶의 풍요로움은 너무나 크
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마을부엌은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장소이자 네트워크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을부엌 중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아직 소수인 듯하다. 실제 관악구의 경우 2017년 조사 결과, 마을부엌 이
▲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 2017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식생활문화' 수업의 프로
젝트의 자율주제로 한 모둠은 마을부엌을 연구했다. 당시 수강생들이 마을부엌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마
을부엌에서 함께 조리하고 있는 모습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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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의 대다수가 40대 이상의 주부였다. 청년이 주 이용자인 곳은 18개 마을부엌 중 1개소에 불과했다. 주부들이나 어르
신들에 비해 청년들은 아직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층이다. 해서 어쩌면 청년
들의 마을부엌 이용을 활성화하려면 지자체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 2017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식생활문화' 수업의 프로젝트의 자율주제로 한
모둠은 마을부엌을 연구했다. 당시 수강생들이 마을부엌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마을부엌에서 함께 조리하고 있는 모습.
청년 혼밥족 식생활 문제 해결사 마을부엌
마을부엌을 통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청년들이 마을부엌에서 '조리'라는 생활의 기초 능력을
배울 수 있음에 주목한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정규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조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초등
학교 방과 후 활동이나 이벤트성 조리 수업이 있지만, 이러한 시간을 통해 조리 능력이 배양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규 교과과정 중, 실과, 가정 수업의 일환으로 조리가 일부 다루어지기는 하나 이 또한 선진 외국의 해당 과정에서 다루는
조리의 비중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 미국의 스텐포드와 같은 대학에서는 학부 교양과목으로 조리 수업이 개설되
어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조리수업을 교양과목으로 개설한 대학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셰프와 먹방의 인기가 보여주듯, 최근 청년들의 조리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약 7~8년 전부터 서울대학
교 식품영양학과에 개설된 조리 수업에 비전공 학생들의 수강신청 문의가 늘어난 것 또한 이러한 관심의 자연스러운 표출이
다. 해서, 이러한 청년들의 조리에 대한 관심과 니즈를 제대로 수용하는 사회적, 제도적 정책이라면 청년 혼밥족의 식생활 문
제의 해결에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지 않을까? 이에 마을부엌은 이러한 정책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대안이다.
큰사진보기서울시 1인 가구 청년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 응답자의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이용 경험
이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출처: 2018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학위논문]
이번 학기 대학원을 졸업하는 지도 학생 한 명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20, 30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
다. 그 결과, 총 342명의 응답자 중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고, 30%가 본인에게 마을부엌이 필요하다고 답하였
지만, 실제로 마을부엌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청년은 16%에 불과하였다.
▲ 서울시 1인 가구 청년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 응답자의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
직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출처: 2018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학위논문] ⓒ 환
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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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
같은 조사에서 본인에게 마을부엌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수 있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마을부엌에서 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한 끼 식사 준비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요리 수업을 받
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조사에 응답한 20, 30대 1인 가구의 1/4은 일상 식사 준비가 가능한 조리는 못하고 라면 등의 인스턴트 음식의 조리만 가
능하다고 답하였다. 가정에서의 조리 빈도 또한 매우 낮아 거의 안하거나 주 1~2회 정도만 조리한다고 응답한 청년이 60%
를 넘었다. 청년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마을부엌의 정책적 확대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이다.
2018년 5월, 서울대학교 교양 수업 ‘녹색 생활과 소비‘의 조리 실습 모습. 수강생들은 이날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
인공이 요리한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함께 먹어 보았다.
이번 학기, '녹색 생활과 소비'라는 교양 수업에서 식생활 부분에 대한 강의를 맡았다. 마침 학기 중에 개봉한 영화 <리틀 포
레스트>에 주인공이 요리하는 음식들에 대해 투표를 했고, 그 결과 가장 표를 많이 얻은 몇 가지 음식을 조를 나누어 함께
만들어 보았다.
식품영양학과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조리 수업을 해 본 적은 있지만, 비전공 학생들의 교양 수업에서 하는 첫 조리 수업
인지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흥미 없어 하지는 않을지, 조별로 함께 하는 조리 활동에 무리는 없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연 먹을만한(?) 음식이 나올지. 그런데 이 모든 생각이 기우였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
지 않았다. 실습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33명의 학생들은 서투르지만 열심히 조리했고, 즐겁게 대화하며 행복한 점심을 함
께 먹었다.
먹방을 규제한다고 한들 비만이 줄어들지 않을 것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보
다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입니다.
▲ 2018년 5월, 서울대학교 교양 수업 ‘녹색 생활과 소비‘의 조리 실습 모습. 수강생들은 이날 영화 <리틀 포
레스트>에서 주인공이 요리한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함께 먹어 보았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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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독거노인들과 '식구데이', 나눠 먹으니 좋아요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⑨]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수랏간
18.08.23 10:21 l 최종 업데이트 18.08.23 11:15 l 김주희(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서울 도봉구 창2동에서 둥지를 틀고 산 지가 25년째가 되어간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나는 벌써 반백 년을 넘게 살아오
고 있다. 그 살아오는 내내 봉사와 어르신 섬김을 끊이지 않고 해오고 있다. '시끌벅적사랑방' 활동을 하기 이전에는 마을에
서 동네통장, 조무사, 과외교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주민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잦은 만남을 통해 지역사
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약자들을 위한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
이러한 기억들이 모여 결국에는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을 사람들과 먹거리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
작했다. 결국 6년 전인 2013년 마을 주민들이 모여 동네 사랑방 '수랏간'을 만들게 되었다. 수랏간 내에서는 제철음식, 토
종레시피 개발 및 연구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한솥밥 나누며,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다
2017년 겨울 상향적 일자리 사업에 공모해 2018년부터는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이름으로 사업을 하게 되었다. 시끌벅
적사랑방협동조합은 '시끌벅적수랏간'이라는 이름으로 반찬·김치·택배사업을 시작했다.
일자리 사업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복지사업과 더불어 건강한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며, 마을 안
의 경력단절 여성 12명이 주축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하였고, 지금까지 한솥밥을 해 먹으면서 가족애를
느끼며 지내고 있다.
▲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 식구데이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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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사랑방에서는 이웃어르신들과 독거어르신들에게 지속적으로 나눔의 봉사를 한다. 추석명절에는 송편을 빚고, 동짓날
에는 팥죽을 끓여서 시장상인들과 함께 동네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동지행사를 하고, 겨울 김장철이 되면 맛깔난 김장김치
를 담가서 이웃어르신들께 나눔을 하기도 한다.
맛있는 배추를 나누도록 지원해 주시는 정사문 어르신은 포천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데, 수랏간에서 지역 어르신들에게 김
장김치를 나눠준다는 행사소식을 접하시고, 매년 배추를 지원해주고 계신다. 첫해 150포기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1200포
기까지 양을 늘려 100여 가구 어르신께 10kg씩 나누어 드리고 있다. 그렇게 정사문 어르신이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농산물
의 지원으로 김장나눔 지원사업을 5년이 넘는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마을부엌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이웃의 온기
시끌벅적수랏간에서는 매월 19일에 독거 어르신들 중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어르신들 10여분을 모셔서 함께 세
상의 정을 나누는 '식구데이'를 진행한다.
식구데이 첫 모임에 오신 어르신들에게는 삼계탕을 주재료로 하여 음식을 대접하였다. 첫 모임의 어색함은 어르신들의 친
화력으로 금방 친숙해졌고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다음 모임날을 꼭 알려달라는 말씀을 전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 모임에는 나이가 조금 적으신 분들이 음식조를 하였기 때문에 레시피를 충실히 이용하여 맛있는 열무국수를 만들
었고 곁들인 부추전은 솜씨자랑으로 채워졌다. 근래에는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모습이 아련한 그리움이라
는 어르신들의 말씀과 함께 소박하게 만들어 나누는 음식 앞에서 소년소녀처럼 수줍어하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공유부엌을 통해서 이웃의 따뜻한 정과 마음을 나누며, 한 식구처럼 서로 기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한다는 것
이 그분들에게는 큰 변화이고 기쁨인 것 같다.
▲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 수랏간 식구데이 첫모임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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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랏간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에 또 하나는 '딱 좋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기초수급자분들 중 여자 어르신들이 알콜중독자
인 남자 어르신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국을 끓여서 나누는 행사이다. 이 또한 나라에서 혜택을 받은 어르신들이 자기보
다 더 힘든 처지의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얻으시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이웃 분들께
삶의 의미를 찾아주고, 이분들이 지역 사회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수랏간은 반찬 배달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나눔 가게 활동을 하면서, 이를 통해 사회복지협의체와 연계한 활
동을 이어나가며, 먹거리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한 마음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을부엌이 되고자 한다.
가진 것은 없지만 이웃에게 베푸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함께하는 내내 감사와 기쁨이 함께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주희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대표입니다.
▲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 딱 좋아 프로그램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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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는 마을부엌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⑩] 환경정의 마을부엌 연구조사팀
18.08.30 15:33 l 최종 업데이트 18.08.30 15:33 l 김민아(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사랑하는 나의 엄마가 투병생활을 하면서 신경을 쓰게 된 먹거리. 사실 이렇다 할 요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였는데, 엄마
의 병간호를 하면서 건강에 중요한 것은 일차적으로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라는 것을 인식한 것은 불과 얼마 지나지 않
는다. 이후 동네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우연히 생협과 환경정의가 연대하여 진행한 교육에서 먹거리정의 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준 사람들, 그리고 먹거리정의
나의 힘든 시기에 만난 사람들과 함께 시작한 먹거리정의 운동을 통해 인간 생존의 기본권이자, 삶을 지탱해주는 먹거리와
환경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를 느끼게 됐다.
먹거리 교육이 인연이 되어서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에서 청년활동가로 마을부엌연구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공공급식
의 대안으로서의 마을부엌은 큰 의미가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마을부엌 심층사전조사 활동에 시민활동가분들과 함께 참
여했다.
▲ 먹거리정의센터 / 마을부엌 연구조사팀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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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하여, 마연팀(마을부엌 연구조사팀)으로! 마연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영등포구에 위치한 갤러리카페
봄봄(이하, 봄봄) 이었다. 무작정 리스트를 보고 찾아간 이곳은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인 곳이었다. 십
시일반 꾸려진 작은도서관과 수제맥주 그리고 음악이 흐르는 기타강좌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민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봄봄' 주변에는 고시원이 많은데 이곳에서 사는 주거 취약계층과 이웃들에게 이웃나눔밥상을 제공하고 있었다. 사회
적인 이슈와 관련된 농성을 하는 곳에는 '봄봄꽃차(밥차)'로 밥상 나눔도 한다고 했다. 함께 나누는 밥 한 그릇을 통해 서로
가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있었다.
또 다른 마을부엌 현장은 '청년공간 이음'(이하 이음)이다. 이곳은 관악구에 위치해 있고 지역 특성상 대학가와 고시원들이
밀집되어 있다. 자연스레 청년층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이다. 특히 1인 가구 청년 및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마을부엌인 이음
은 이용자들이 거의 매일 공동부엌을 사용하며 공동조리, 공동식사 활동을 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음은 내가 청년세대라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요소요소 잘 갖추어져 있었다. 공부할 수 있는 공간과 공용주방이 접
근하기 쉽게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어 개인적인 작업을 하다가 출출할 때, 자연스럽게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청년세대, 혼밥이 아니라 함께 밥 먹는 행복을 느끼길 바라며
이음의 운영자 분께서는 '혼밥(혼자 먹는 밥)이 아니라 함께 밥 먹는 행복을 느끼는 부분'에 가치를 두고 계셨다. 실제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청년들은 함께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먹거리 나눔뿐만 아니라 상호소통 등을 하고 있
었다. 다양한 생활환경이 가능한 곳이어서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올해 봄, 동네에 청년세대인 내 또래들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마을부엌은 없을까 생각하다 '망원동좋아요' 커뮤니티 사이트
▲ 갤러리카페'봄봄' / 영등포 목요밥상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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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통해 알게 된, 식생활일지 모임인 '끼니를 다함께'(일명, 끼다)마포청년들 밥상모임이 떠올랐다. '기회는 이때다'라는 마음
으로 마을에서 친구들을 만나 '먹거리'라는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버려지는 것은 나누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는 '공유냉장고'
식재료를 소분하는 자유로운 성격의 공유냉장고를 체험했다. 나 역시 1인 가구라 양파 한 망을 살 때도 썩기 쉬워 냉동실로
직행하는 내 식생활을 점검하면서, 내가 필요한 식재료를 가져올 수도 있고, 나눔도 할 수 있는 공유냉장고의 활용이 1인 가
구 생활에 유익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마포'라는 지역 안에서의 밥상모임을 통해 청년을 기반으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네 주민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신선했다.
유선조사와 현장조사로 찾은 마을부엌
그동안 다양한 마을부엌 활동을 연구조사원분들과 함께 해가면서 이것이 마을부엌이야, 아니야 고민하면서 서로 머리를 맞
댔다. 열띤 토론을 하면서 어떻게든 될 때까지 유선조사로 설문을 독려하기도 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마을부엌에 직
접 찾아가서 현장방문 심층인터뷰를 통해, 마을부엌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연구조사원분들의 깊은 탐구심 속에
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국내의 마을부엌 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마을부엌 연구조사 활동에 큰 애정으로 똘똘 뭉친 연구조사원분들과 함께 서울형
마을부엌의 실태 파악을 하는 선구자가 된 것같았다.
시정 협치 사업인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는 마을부엌'이라는 연구조사 활동을 위해 연구조사원분들과 현장 심층인터뷰
를 하면서 마을부엌 운영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마연팀!
올해 여름 유난히도 뜨거웠던 무더위 속에서 마을부엌 현장방문 심층인터뷰를 위해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양 볼을 타고 굵
▲ 마포청년들 / 식생활일지 밥상모임 ⓒ 환경정의
133
은 땀줄기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밤낮없이 현장을 누비던 시민활동가 연구조사원분들의 노고와 지속적으로 마을부엌을 운
영하는 운영자분들이 있어 자연스레 우리사회 시민자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선한 바
람을 일으키는 마을공동체 일상 안의 마을부엌이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민아씨는 반려동물 통통이와 함께 공생하며 일상 안에서의 사람과 동물, 먹거리와 환경에 대한 고
민이 많았습니다. 관심은 자연스레 동물병원협동조합에서의 활동과 환경정의 먹거리강사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현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 먹거리정의센터 / 마을부엌 연구조사팀 회의 ⓒ 환경정의
134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다트 던져 메뉴 정하고, 설거지하고...
부엌에서 노는 10대들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⑪] 아지트틴스 청소년자치공동체
18.09.19 10:34 l 최종 업데이트 18.09.19 10:34 l 이정선(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시끄럽고 떠들썩해서 좋아요."
"다양한 걸 해볼 수 있어요."
"직접 요리하니까 먹고 싶은 걸 말해도 죄송한 마음이 덜해요."
지난 7월 방문했던 아지트틴스 십대들의 이야기이다.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아지트틴스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직접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나누어 먹은 후
뒷정리까지 하고나서 문화 활동을 하는 청소년자치공동체이다. 주택을 개조하여 성북구 청소년공유놀이터 아지트틴스와
함께 뒤죽박죽 작은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 십대들의 요리시간 / 아지트틴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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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틴스가 만들어진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계속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뭐든지 해도 괜찮고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한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5년에 뒤죽박죽 작은도서관 서정화 관장님과 아지트틴스 신희경 대표님, 여러 지인들이 뜻을 모아 이 공간을 마
련했어요. 공간을 만들 때 청소년들을 모아 이 공간을 어떻게 꾸몄으면 좋겠는지 물어봤어요. 누울 수 있는 방, 큰 거울이 있
으면 좋겠다는 등 아이들의 요구를 다 취합해서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죠."
염승민 지도교사는 전한다.
학기 초에 중학생 14명의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한 사람당 5가지씩, 70가지의 메뉴를 정하였다. 그리고 메뉴
판에 다트를 던져 그날 해먹을 음식을 정한다. 일찍 온 아이들은 장을 보고 나중에 온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자신이 먹
은 그릇은 직접 설거지를 한다.
부엌에 모인 아이들, 하나가 되다
부엌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고, 사소하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다. 함께 밥을
해서 나누는 과정이 아이들 서로에게 기본적인 관계 맺기,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형성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한다.
부엌활동 후에는 개러지(창고) 오케스트라, 연극 활동, 우리만의 아지트, 미감 깨우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개러지 오
케스트라는 부엌과 일상에 있는 소품들 중 리드미컬하고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 것들을 모아서 연주를 하는 활동이다. 주변
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든지 악기가 될 수 있고, 근사한 악기를 다루어야만 훌륭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
님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노래 한곡을 인디음악가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는 식이다.
연극 활동은 극작가, 배우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의 이야기로 연극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우리만의 아지트는 진짜 동네
친구들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집단상담 및 몸놀이 프로그램이다. 미감 깨우기는 스텐실로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을 표현해
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디자인 활동이다. 이렇게 자치공동체 활동을 2년 이상 경험한 13명의 고
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재 디자인, IoT. 사회적경제 진로동아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아지트틴스 / 디자인 진로동아리 활동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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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방문한 날은 디자인 진로동아리 활동이 있었다. 이 활동에 참여한 최민경 학생(19)은 "디자인 시간에는 생각이 많아
져요. 여러 번 생각해야 해서 사고력이 향상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중학생 디자인 활동을 지도하는 정다운 교사는 "재능보다는 일하는 방법, 참고 해내는 방법을 가르친다"며 이러한 프로그
램들을 통해 지역의 또래 집단이 형성되고 진짜 믿을 수 있는 동네 선후배가 생기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함께 활동하는 어
른들과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고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청소년자치공동체의 핵심 성과라고
설명하였다.
아지트틴스와 같은 청소년자치공동체가 우리 사회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묻자 신희경 대
표가 답했다.
"나이 드신 분들의 노하우로 뒤에서 받쳐주고 젊은 분들이 주도가 되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20~30대들
이 없어요. 밥하고 설거지하고 메뉴 짜고 하는 일이 '이런 게 활동인가 느끼기 쉽고 매일 밥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
리고 이 안에서 생기는 관계나 자율성이 성과처럼 드러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은 축적이 돼서 다른 활동을 할 때 발휘가 되
는 것이죠.
그 과정을 알기에는 세대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면 먹거리 만드는 것을 요리프로그램 식으로 해
보는 등 달리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수제소시지 만들기나 일상에서 밥해먹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식사 차리기
등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겠죠."
이상적인 마을부엌이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돌아가며 역할을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
모여서 맛있는 것을 해먹자는 유형의 마을부엌과 교육형태의 마을부엌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실제 부엌활동을 하는 경
우는 많지 않다.
식사와 요리를 매개로 한 공동체적 관계 맺기를 위한 실제 부엌활동의 예로는 맞벌이를 하지 않는 엄마들이 맞벌이 가정 아
이들을 위해서 아침, 저녁을 함께 준비하는 것, 아빠들이 돌아가며 아이들과 놀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가족이 함께 부엌에
▲ 김장하는 십대들 / 아지트틴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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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 마을부엌 운영자 네트워크 구축 및 활성화 기반 마련 1) 마을부엌 운영자네크워크 (1) 운영자 워크숍 (2) 운영자 네트워크 워크숍 자료집 (3) 마을부엌 이야기 발굴
  • 2. 1) 마을부엌 운영자네크워크 (1) 운영자 워크숍 (자료5) 1. 마을부엌 운영자 워크숍 - 목적 1) 마을부엌 운영자들의 현장 지식, 정보, 경험 공유 2) 마을부엌 운영자들의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논의 3) 서울시민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울형 마을부엌 사례 발굴 - 참여 : 마을부엌운영자 25인 - 기간 : 5월 (총5차) - 주제 횟수 주제 발제자 1차 마을부엌과 서울시 먹거리 보장 정책 혼밥의 미래-함께 먹는 혼합 김소연 책임연구원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2차 마을부엌 예비조사 발표 푸드뱅크 경험에서 바라본 마을부엌 김소연 책임연구원 김한승 성공회 신부 3차 모든 마을부엌은 서로 다르다 마을부엌 우수 사례 소개 정해랑 영양과미래 대표 박정희 은평신나는공동부엌 대표 4차 마을부엌 사례 발표 : 나의 마을부엌 경험/사례 나누기 참여 운영자 5차 서울형 마을부엌 모둠 구성 및 모둠별 토론 참여 운영자 전체 39
  • 3. 40
  • 4. 41
  • 5. 42
  • 6. 43
  • 7. 44
  • 8. 45
  • 9. 46
  • 10.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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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 53
  • 17. 54
  • 18.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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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57
  • 21.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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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 73
  • 37.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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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 76
  • 40. 77
  • 41. 2. 마을부엌 운영자 그룹별 간담회 - 목적 1) 그룹별 특성 분석 및 지속가능 방안 모색 2) 서울형 마을부엌 유형 개발 논의 협력 - 기간 : 5월-6월 총13차 진행 - 참여자 : 마을부엌운영자 30인 그룹 유형 간담회 일자 조리 그룹 1차: 5/31, 2차: 6/11, 3차: 6/22 마포지역 컨소시엄 그룹 1차: 5/31, 2차: 6/8, 3차: 6/18 다양한 먹거리문화 그룹 1차: 6/15, 2차: 6/25 농촌연계 그룹 1차: 5/31, 2차: 6/8, 3차: 6/22 * 전체 간담회 6/27 78
  • 42. 79
  • 43. 80
  • 44. 81
  • 45. 82
  • 46. 83
  • 47. 84
  • 48. 85
  • 49. 86
  • 50. 87
  • 51.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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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 92
  • 56. 93
  • 57. (3) 마을부엌 이야기 발굴 먹거리정의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1~17회 오마이뉴스 연재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Issue/series_pg.aspx?srscd=0000011852 94
  • 58. 95
  • 59.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함께 모여 만드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마을부엌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①]_현대인의 먹거리 불안정, 말하는 밥상(꿈꾸는 밥상) 18.06.25 06:42 l 최종 업데이트 18.07.10 18:08 l 김순영(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스웨덴의 스톡홀름의 경우 1인 가구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대안 중 하나로 협동주거인 코하우징 (Collaborativehousing)이 각광받고 있는데, 툴스투간(Tullstugan) 도스톡홀름에 있는 수십 개의 코하우징 중 하나다. 아 파트 2층에는 공동부엌과 공동식당이 있는데, 이곳은 같이 사는 60여 가구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일주일 중 하루에 보통 3명 정도가 약 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참여자는 2~3주에 평균 1회 정도 저녁준비에 참여해 야만 한다. 요리 당번을 돌아가면서 하면 주 중에는 저녁식사를 매번 준비하지 않으니 편리하다. 또한 거주자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는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과 경험을 나누는 친목모임의 활성화로 이 어진다. 1994년 설립 이후 20여 년 동안 이러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스톡홀름의 툴스투간은 마을부엌 의 여러 형태 중 하나로 먹거리 문제와 커뮤니티 형성,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의 자존감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임 형태 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계층의 먹거리 불안정, 대안의 마을부엌 등장 ▲ 마을부엌 리플렛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 환경정의와 서울시 협치사업 으로 진행되고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 마을부엌 리플렛ⓒ 환경정의 96
  • 60. 마을부엌이 등장한 배경으로는 먼저 먹거리 빈곤 또는 먹거리 불안정 문제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먹거리 빈곤층과 불안정 층이 다양하고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초기에는 저소득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 먹거리 빈곤 문제가 중심이었다 면, 이제는 1인 거주자, 중년남성, 결혼이주여성, 대학생 등으로 먹거리 불안정 층이 점점 다양화되어가고 있다. 또 하나의 배경은 커뮤니티의 축소다.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을 통해 미국의 경우 집으로 친구나 손님을 초대하는 횟수가 1975년에서 1999년 사이에 45%나 감소했다고 말한다. '모든 가족은 대개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는 질문에도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답변한 비율이 3분 의 1 하락했다고 말한다. 사회적 유대 관계가 빠르게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커뮤니티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형태 중 하나이자,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떠받칠 수 있는 토대이며, 아울러 개인의 자존감을 회복시 킬 수 있는 공간인데, 이러한 공간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마을부엌은 1970년대부터 여러 나라에서 시작되었다. 나라마다 커뮤니티 키친(community kitchen), 공동부엌(collectivekitchen) 등 다양한 용어로 부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을부엌'으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 용어 외에 정의도 조금씩 다르다. 그중 하나의 정의로, 토론토대학의 타라숙과 레이놀즈(Tarasuk and Reynolds)는 "작은 그 룹의 사람들이 한 끼 또는 그 이상의 식사를 함께 준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는 커뮤니티 기반의 요리프로그램들"이라 고 정의했다. 지역 커뮤니티의 기반 먹거리 공동체 마을부엌 여러 정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마을부엌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마을부엌은 크게 4가지 특징을 가지 고 있다. 첫째는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마을부엌은 정부의 먹거리 빈곤 정책이나 개인의 복지사업과 달리 지 역 사회 주도로 이루어진다. 공동주택 거주자, 고령층, 1인 가구, 청년, 결혼이주여성 등 다양한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지 역의 다양한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한다. ▲ 툴스투간 스톨홀룸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 housing)-툴스투간(Tullstugan) (오마이뉴스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97
  • 61. 둘째로 한 장소에 모여 교류하는 점이다. 마을부엌은 단순히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부엌 또는 식사 공간을 중 심으로 활동하며, 이러한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만남으로써 사회관계를 형성하거나 회복한다. 셋째는 조리 또는 식사를 중 심으로 운영한다. 마을부엌은 함께 음식을 준비하거나 나누는 활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더욱 영양가 있고 저렴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조리법을 터득하는 등 먹거리 불안전성 문제를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와 상호 지원을 추구한다. 마을부엌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음식 나눔 봉사와는 접근방식이나 추구가치가 다르다. 계획하는 것에서부터 조리하 는 과정까지 함께 참여하며, 같이 나누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먹거리를 통한 관계 맺음 마을공동체 회복 마을부엌의 여러 특징을 종합해보면 마을부엌은 '지역 커뮤니티 기반으로 조리·식사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불안 정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관계와 공동체를 회복하는 프로그램'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을부엌 형태는 매 우 다양하다. 먹거리 빈곤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곳도 있고, 먹거리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곳도 있다. 일본의 320 여 곳(2016년 기준)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식당'은 지역 주민이 참여하여 식사를 준비하고, 혼자 식사하기어려운 어린이, 노 인에게 무료 또는 저렴하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최근에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형태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 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1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그럽위드어즈(Grubwithus)가 대표적이다. 여러 종류의 식사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여 회원들이 정치적 이념, 취미생활 등 다양한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식사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소셜 다이닝 플랫폼이다. 그 외에도 같이 자원과 노동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동부엌, 식사 준비 스킬을 돕는 조리교실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마을부엌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 관계망 확장 먹거리 문제는 현대 사회 문제의 복잡성,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고전적 형태로 먹거리 빈곤층 문 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먹거리 불안정 계층이 부각되고 있다. 먹거리 문제 외 공동체성의 상실 또한 커다란 사회문제다. 식탁은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 측면에서도 커뮤니티 형성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여러 사회 적 관계망이 펼쳐지는 공간으로서의 식탁의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소중한 사회적 자본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 툴스투간_오마이뉴스 사진제공 스톡홀룸 협동주거인 코하우징(Collaborative housing) - 툴스투간 (Tullstugan) ⓒ 오마이뉴스 98
  • 62. 마을부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거리 문제의 불안정성을 해결함과 동시에 관계 회복과 공동체 형성을 꾀하고자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마을부엌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00년대들어 다수의 마을 부엌이 설립되기 시작했으니 비교적 역사가 짧다. 서울시에만 수 십여 곳의 마을부엌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먹거리와 커뮤니티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마을부엌이 다양한 형 태로 활성화될 필요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순영 시민기자는 먹거리정의센터 센터장입니다. ▲ 마을부엌 지역컨소시엄 마포모둠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지역컨소시엄 모둠회의사 진ⓒ 환경정의 ▲ 식도락 내부 식사준비 하는 모습 공동식사ⓒ 환경정의 99
  • 63.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마을 공동부엌, 우리 동네를 이렇게 바꾸었어요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 ②] 은평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18.07.05 15:13 l 최종 업데이트 18.07.12 15:30 l 이현정(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마을 공동부엌에서 찾은 내 삶의 신나는 놀이터 "제가 죽을병에 걸린 건가요?" "아닙니다. 그건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나에게 찾아온 낯선 질병 '만성피로증후군'은 내 삶의 질을 사정없이 떨어뜨려 놓았다. '이러다가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어떤 약으로도 질병을 이겨낼 수 없었고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정도는 매우 낮았다. 그 후 건 강에 대해 한없이 고민하면서 먹을거리를 바꾸고 내 몸을 위한 휴식과 운동을 하며 몸의 환경을 바꾸니 차츰 회복되기 시작 한 것! 그 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과 교육은 계몽수준이다. 이로 인해 의료비 지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가 이 사회의 문제다'와 같이 그냥 지나쳤던 정보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우리의 먹을거리와 농업, 환경 등이 내 삶의 큰 관심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은평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이웃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 환경정의 100
  • 64. 그리고 이제라도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것을 감사해하며 '슬로푸드'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게 뭣이여? 우리 의 자연환경, 농업, 먹을거리가 이토록 심각했던 것인가?' 충격과 걱정으로 다시 병이 들 지경이었다. 그동안의 무지와 무관 심으로 몰랐던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나는 그 후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환경과 지속가능한 농업, 건강한 먹을거리와 우 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배우고 실천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마치 사막의 신기루를 쫓아가듯이) 지금 하라 고 한다면 절대!! 그때처럼 못할 것이다. 그러던 중 지금의 박정희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고, 이분과 추구하는 가치, 이념, 고 민 등 매우 거창한 것들이 척척 맞아 지금의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이 탄생할 수 있었다. 박 대표님은 그때 당시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에 선정이 되어 몇 천만 원의 운영비를 알차고 의미 있게 써 나갈 수 있는 구성원이 없어 고민하고 계셨는데, 신들린 듯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운동에 뛰어들어 30대의 젊음을 불사르고 있던 내 앞 에 나타나셔서 이웃과 더불어 살며 건강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기쁨과 평화의 길로 나를 인도해 주셨다. 그 후 신도를 모으 듯 열심히 만나 내가 깨달은 '건강한 삶을 위한 길'을 전파했던 많은 인맥을 모아 공동부엌을 만드는데 함께 하게 되었고 전 국단위의 자립형 사립고와 맞먹는 지금의 '자립형 사립 부엌'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조금씩 변화하는 마을의 활기, 그 속에서 발견한 마을(공동)부엌의 의미 한 해 두 해 공동부엌이 자리 잡아 가면서 우리 마을은 조금씩 활기를 띠며 변해가고 있다. 조리 기술이 없던 주부들이나 식 구가 별로 없어 장을 보면 식재료가 남았던 주부들은 오전에 모여 반찬 만들기를 하고 있다. 다행히도 마을 어르신들이 함 께 해 주셨고 어르신께 자연스럽게 조리기술을 배우게 되면서 주부들은 가족 밥상을 차리는데 자신감과 열의를 갖게 되었 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가정의 건강한 밥상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출범한 공동부엌의 근본적인 의미와 성과가 아니겠는가? 또 가족만을 위해 반찬을 만들고 나누어 가던 엄마들이 자발적인 봉사단체를 만들어 마을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봉사단체 이름도 '심(心)봉사'! 후원이 전혀 없어도 십시일반 쌈 짓돈을 모아 재료를 사고 정성 가득 반찬을 담아 나르는 엄마들에게 존경심이 절로 일어난다. 이 봉사 팀은 엄마들과 아이 들이 함께 준비하고 배달을 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사랑스러운 단체이다. 직장 엄마들에게 늘 고민인 아이 간식 챙겨주기와 돌봄도 공동부엌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챙 ▲ 아빠가 만들어주는 주말요리 공동부엌 아빠가 만들어 주는 주말요리 ⓒ 환경정의 101
  • 65. 겨주시는 것처럼 정성 가득한 간식을 먹고 돌봄 교실에서 보드게임이나 놀이 수학, 영어 동화책을 읽으며 즐겁게 보낸다. 동 네 생협에서 공수한 안전한 식재료와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노고로 아이들이 챙김을 받고 있어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안 심을 하고 일하고 있으며 큰 숙제를 해결한 듯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방학 중에는 부엌에서 직장맘 아이들 점심 챙겨 먹 이기를 하며 좀 더 든든한 챙김을 한다. 또 주말에는 직장맘 엄마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류하거나 돌봄 교실 운영에 대한 이야기들로 꽃을 피운다. 공동부엌이 학교 앞이라는 접근성, 건강한 요리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돌봄 둥지'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먹거리 소외계층을 품으며 마을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 연계망 확장 그 밖에도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은 마을 행사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검바우 마을학교와 진행했던 다문화가정 엄마들과 함께한 김치 만들기 행사는 매우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행사 이후에도 다문화 가정 엄마들 과 함께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 김치에 담긴 맛과 정성을 전해주며 정을 쌓아가고 있다. 또 은빛초등학교 녹색장터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성 가득한 음식을 팔아 그 수익금을 심봉사 팀에 전달해 주곤 한다. 이밖에 금암 기적비 마을 축제에서는 든든한 먹을거리를 해결해 주기도 하고, 도시농부와 사회적경제가 함께하는 '은평 꽃피는 장날'에 서는 공동부엌의 이름으로 고추장과 김치를 팔기도 한다. 부엌 자랑을 하다 보니 공동부엌에서 함께하는 분들의 얼굴이 스친다. 먼저 언제나 건강한 어른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든든 한 박 대표님과 맛깔난 조리기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김복덕 어머니, 오전 반찬팀 운영을 이끌어주는 맏언니 이선 화님, 우리동네 긍정 에너자이저 권성원님, 쌍둥이 엄마의 건강한 힘으로 묵묵히 도와주는 최송아님, 봉사와 돌봄을 함께하 는 이에리나님, 다양한 부엌 연계프로그램들을 책임져주는 박하나님 등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들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이웃끼리 서로에 대한 무관심은 경계를 만들고, 따뜻한 관심과 연대는 관계를 만들어 준다고 한 다. 공동부엌은 이웃들이 관계를 맺어갈 수 있고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따뜻한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 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서로의 아이를 챙겨주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주고 있다. ▲ 신나는 공동부엌에서 함께하는 아이들 돌봄 지역아이들 돌봄 ⓒ 환경정의 102
  • 66. 이웃들과 함께 만드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마을부엌' 앞으로 공동부엌이 좀 더 지속 가능 할 수 있고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늘 고민 중이다. 으쌰 으쌰 뭘 해보자!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공동부엌도 열심히 알려보자!!고 외쳤던 처음과 다르게 지금은 뭘 새롭게 해 보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들여 다 보고 가려운 곳이 있으면 긁어주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해결해 가면서 묵묵히 지켜나갈 따름이다. 관심 없는 듯 보이지만 사랑만은 가득한 아버지처럼 뒤에서 조용히 챙기고 다독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부엌을 아끼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들이 편히 부엌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동 네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딱!!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늘 부담스런 임대 료 걱정을 안 하면서 활동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 이현정(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공동대표) ▲ 다문화 가정주부들과 김치만들기 지역 다문화 주부들과 함께 만드는 김치 만들기 과정 ⓒ 환경정의 103
  • 67.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저녁이 있는 삶' 공동부엌이 주는 소소한 행복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③] 마포 성미산마을 소행주 저녁해방모임 18.07.12 14:17 l 최종 업데이트 18.07.12 14:17 l 박종숙(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저녁해방모임의 시작 "야호, 장보기 당번 어떻게 해요?" 딸기가 한 달 간 여행을 간 터라 옆 지기인 바위가 대신 장보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바위는 퇴근해서 늘 식사만 하셨지 장 보기 당번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시다. "제가 이번 주 당번이었는데 비법을 알려 드릴게요." 옆에서 밥을 먹던 산아래가 일주일치 장보기 비용과 적은 돈으로 많은 양을 준비할 수 있는 실용적인 비법을 마구 마구 쏟 아낸다. 그 사이 저녁 먹으러 온 중학생 시원이가 한 마디 쏘아 붙인다. "우씨, 순 나물반찬 투성이야, 내 입 맛에 맞는 게 하나도 없어. 엄마, 저해모 안 하면 안 돼?" "안 돼! 엄마가 퇴근해서 저녁준비하고 설거지하면 아홉시 되는데 엄마는 저녁 시간을 그렇게 보낼 수 없어! 그리고 집에서 우리끼리 먹으면 매일 엄마 잔소리에 너희들이 더 힘들 걸. 식단이 마음에 안 들면 시원이가 장보기 당번한테 이야기 해 봐." ▲ 소행주 ‘저녁해방모임’ 공동부엌식사 저녁해방모임 공동식사 ⓒ 환경정의 104
  • 68. 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저녁해방모임(이하 저해모)의 일면이다. 지금 저해모는 동네사람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지만 처음 에는 아홉집-소통이있어서행복한주택1호(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 위치한 공동주택)입주자들로만 시작했었다. 저녁시간을 훌쩍 넘겨야 퇴근하는 아빠들의 삶 뒤에 혼자 저녁식사 준비하고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는 엄마들의 삶 이 있다. 반찬은 부실해 질 수밖에 없고 즐거운 식사시간은 극기훈련을 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차례차례 씻기고 안자고 더 놀겠다고 떼쓰는 아이들과의 실랑이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거쳐야 하는 저녁 준비, 저녁 먹이기, 씻기기, 재우기 이 4개 의 필수코스 중에 하나만 덜어내도 살 것 같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삐리리 눈빛이 통한 엄마들은 해가 지고 스멀스멀 어 스름해 질 무렵 주섬주섬 챙겨 아홉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공간 '씨실'로 내려갔다. 한 집에 한 가지 반찬을 가지고 오니 금세 진수성찬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꾀가 났다. 모든 집이 매일 반찬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준비하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많은 밥과 국과 반찬을 어떻게 한 집이 다 준비하지?" "우리를 도와 줄 분을 모셔오는 건 어때? 돌아가면서 장을 봐다 놓으면 솜씨 좋은 분이 요리를 해 주시면 좋겠다." 이렇게 저녁으로부터의 해방이 시작되었다. 해당화를 모셔오다 해당화는 저녁식사 준비 과정 중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리를 맡아주시는 분이다. 조리를 대신해 주시는 해당화 덕분에 저 해모를 구성하고 있는 열 두 집은 매주 정해진 순번대로 장을 봐다 놓기만 하면 된다. 국 한가지와 반찬 두 가지를 기본으로 5일치의 식단을 정한다. 국 중에서는 된장국, 미역국, 콩나물, 어묵국이 인기이다. 적 은 비용으로 맛과 양을 한 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평소에 자기가 해 먹지 못하는 나물종류를 좋아한다. 냉 이, 두릅, 비름나물, 취나물이 생협에 나오면 얼른 집어 담는다. 나물이라고는 쳐다도 안보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특별 메뉴 를 탑재한다. 어묵소시지케찹볶음, 떡볶이, 미니떡갈비, 계란말이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 ▲ 소행주 공동주택 아이들 소행주 공동주택 아이들 ⓒ 환경정의 105
  • 69. 이 모든 것은 해당화가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당화는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우렁각시를 통해 가사관리서비스를 하시 던 분이었는데 저해모를 같이 시작한 느리의 소개로 오시게 되었다.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어렵고 큰일을 해당화는 뚝딱 해 내신다. 들쑥날쑥 매번 다른 맛을 내는 우리와는 다르시다. 무엇보다 내어 놓으시는 음식을 보면 사랑과 정성이 느껴진다. 열 두 집이 돌아가면서 장을 본다고 하지만 필요한 재료를 빼먹기가 일쑤다. 조리를 맡으신 해당화의 입장에서는 장보기 결 과가 시원찮으시다. "메뉴가 아욱된장국이라고 아욱이랑 된장만 갖다 놓으면 어떻게 해? 국물 낼 멸치도 있어야지." 매번 바뀌는 당번들에게 매번 같은 말을 하는 것도 지치고 조리하는 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고 만들어진 음식에 대해서 아무 말도 없을 때는 서운하기 그지없으시다. 그럴 때 우리 당번들이 출동한다. 메뉴 준비할 때 빠뜨린 것은 없는지 귀담아 듣고 어제의 음식 맛은 얼마나 좋았는지 묘사해 드린다. 저해모에서 해당화는 꽃 중의 꽃이다. 가사노동의 짐을 여럿이 나누어 덜어내다 이렇게 해당화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여러 집이 모였기에 가능했다. 아이가 어리고 일을 하는 부모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혼자서는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열 두 집이 모여 십시일반 쌈짓 돈을 모으니 해당화께 드릴 품비용이 금세 마련되었다. 식단계획과 장보기, 그리고 설거지와 뒷정리도 열 두 집이 일주일씩 돌아가니 석 달은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내가 특별히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나의 저녁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가족들의 저녁식 사를 해결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매일 저녁 같이 먹기'는 엄마들이 살기 위해 찾아낸 생존방식이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가사, 출산과 육아, 아이와 노인에 대한 돌봄이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에 게 집중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것이 집중되면 삶이 고단해 지고 생활이 팍팍해 진다.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건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구청이 도와주면 좋고 시가 응원해주면 힘이 나고 국가가 보살펴주면 외롭지 않을 텐데 그러 ▲ 소행주1호 공동부엌 ‘씨실’ 소행주1호 공동공간 씨실 ⓒ 환경정의 106
  • 70. 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오늘의 저녁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내 옆의 이웃이 제일 든든하다. 그들과 오늘도 내게 지워진 짐을 나누고 덜어낸다. 우리는 내가 해야 할 것의 부담을 '공동'이 함께 나누어 덜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마포구 성산동에서 야호라고 불리운다.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로 토지와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에 애정을 쏟다. 반복되는(!) 출산과 육아로 동네에서 놀게 되면서 문제를 느끼는 당사자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온 몸으로 체득하다. 지금은 함께주택협동조합에서 토지는 토지대로 건물은 건물대로 적정가격을 지 불하면서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이웃과 함께 따뜻한 저녁식사가 제공되는 공동부엌 공동부엌에서 함께 하는 저녁식사 ⓒ 환경정의 107
  • 71.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아동인권과 돌봄, 그리고 밥상 이야기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④] 광주여성재단 청년여성멘토링사업 18.07.19 11:13 l 최종 업데이트 18.07.19 11:19 l 안윤숙(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지금은 저출산 시대,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다. 자녀양육, 사교육비, 여성의 경제활동,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등장하지만 저출산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자녀돌봄'이다. 그래서 정부와 자치단체는 양육수당, 보육수당, 아동수당, 육아휴직 등과 같은 각종 사회제도를 중복적으로 도입하여 영유아를 지 원하고, 아동의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해 공공과 민관에서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사업으로 아동돌봄을 추진 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출산율은 좀처럼 증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감소하고 있다. 2018년 합계출산률은 1.05 명으로 인구절벽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하다. 2017년 이맘때였다. 광주여성재단의 기본과제로 "광주지역 아동돌봄공동체 사례분석을 통한 활성화방안 연구" 과제를 진 행한 바 있었는데 우리나라 아동돌봄의 현실이 궁금해서 과제를 보조하는 역할이었지만 참여했다. 그때 본 아동돌봄 정책은 교육부 소관의 초등돌봄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방과후 아카데미와 아이돌보미사업, 그리 고 여성가족부 사업이지만 시와 자치구에서 공모를 통해 지원하는 여성친화마을사업, 청소년멘토링사업이 있었다. 이러한 사업의 긍정적 측면은 공공과 민간의 조화, 각 부처별 아동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더 높 ▲ 모모돌봄, 광주여성재단(2017)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2 동 제일풍경채 모모돌봄 ⓒ 환경정의 108
  • 72. 다. 아동을 둘러싼 부처별 밥그릇싸움, 생색내기 돌봄, 대상자를 고려하지 않는 서비스, 보호자 중심의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었다. 아동인권 측면에서 접근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 '아동돌봄'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어쨌던 이러한 각종 제도와 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는 방임 및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동돌봄 문제를 해소해 왔고, 더불어 지 역 간, 계층 간 교육 및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공적 아동돌봄시스템은 다양한 부 서 및 주체에 의해 저출산 대책으로 이용되는 한계로 아동돌봄이 대상자 중심이라기보다는 정책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한 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동돌봄서비스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과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아동돌봄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애매모 호하다. 보호자인지, 아동인지, 아니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정책인지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 이러한 논쟁의 와중 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동이 다수 존재하고 제때에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아동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아동이 중심이 되는 아동돌봄서비스는 어떠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물론 아동인권을 최상으로 하는 서비스일 것 은 자명한 일이다. 아동돌봄서비스가 필요한 아동들은 대체적으로 복합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발달 영역에서 학습 욕구 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겪고 있거나, 신체적 건강에 문제를 가진 아동, 문화 및 여가생활의 어려움 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욕구를 모두 가지고 있는 아동도 존재한다.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아동돌봄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필 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동들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2017년 광주여성재단 과제를 수행할 당시 아동대상 인터뷰에서 아동의 욕구 1순위 는 "잘 놀고, 잘 먹을 수 있는" 것이었고, 아동돌봄기관을 이용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친구들과 형, 동생들이랑 함께 놀 수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아동의 가장 기본적 욕구는 특별한 개입보다는 잘 먹고, 잘 놀 수 있으면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면 되는 것 이다. 어쩌면 단순 서비스가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아동돌봄 기관의 종사자 인터뷰에서도 아동돌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성교육과 결식"을 해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높았다. ▲ 청년여성멘토링사업, 광주여성재단(2017) 광주광역시 남구 송화마을 작은도서관 ⓒ 환경정의 109
  • 73. 마을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돌봄교실 아동돌봄 사례를 분석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을에서 주민들이 풀뿌리 정신으로 자발적으로 결성한 여성친화마을사업 과 청년여성멘토링사업이었다. 이러한 돌봄을 간헐적 돌봄이라고 하는데 공적돌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으면서도 아동이 자 신의 동네에서 필요한 시간대에 돌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위원과 임차인 대표위원들이 마을의 공동시설인 커뮤니티센터나 작은도서관, 노인정 등을 활용해 유 아 및 아동, 노인 등에게 마을을 기반으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동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은 시니어클럽에 서 활동하는 마을의 어르신을 활용함으로써 주민의 '자조'를 기반으로 한다. 말 그대로 아이들과 어르신의 사랑방인 셈이다. 사랑방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가 있고, 할머니 가 맛있게 만들어주시는 간식과 식사가 제공되며, 형제가 많지 않은 아동들은 사랑방에서 형과 동생을 만든다. 아동들에게 별도의 인성교육을 하지 않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통해서 예절을 배우고, 사람됨을 배워간다. 바로 이런 것이 아동인권 적 측면에서의 돌봄이 아닐까 싶다. 청년여성멘토링사업은 여성친화마을사업과 유사하게 마을의 도서관이나 커뮤니티센터 등에서 아동돌봄이 제공되는 형태 이다. 아동돌봄 참여자는 여성일자리차원에서 접근한 청년여성이다. 청년여성멘토링사업의 도입 배경은 저소득층 여성의 경우 경제 활동을 하더라도 대체적으로 퇴근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아동들이 방임되거나 식사를 제때에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의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아동의 먹거리 기본권과 놀 권리가 보장되도록 정책 만들어야 이처럼 아동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보장은 식사를 제때에 할 수 있도록 밥상을 차려주는 돌봄이다. 이웃과 돌봄, 그리고 밥 상을 연결시키면 '상생'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상생은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고 같이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동네의 어르신과 청년여성에게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아동에게는 안전한 돌봄이 제공되기 때문에 세대 간의 통 합 또는 상생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성친화마을사업과 청년여성멘토링사업은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사업이 아니라 매년 공모사업에 주민들이 지원해 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공모에서 탈락될 경우에는 사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매일 이어가야 하는 아동돌봄이 여러 사정 에 따라 중단될 수 있는 것일까? ▲ 청년여성멘토링사업, 광주여성재단(2017) 광주광역시 광산구 교회 작은도서관 ⓒ 환경정의 110
  • 74. 우리는 무엇을 잊고 정책을 만들고 있을까? 무엇을 위해 아동돌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일까? 진실한 자세로 반성해보아 야 한다. 아동이 정책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아동돌봄이 아동에게 왜 필요한지를 신중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아동돌봄정책은 줬다 뺏는 사업이 아니라 아동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제때에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으로부 터 시작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아동돌봄은 아동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놀 권리가 보장되도록 마을의 공유공간에서 또는 마을주방에서 이 웃이 함께 밥상(끼니)을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자. 독일의'마더센터'처럼 이웃이 거실에 모여서 또는 주방에 모여서 수다를 떨고, 맛있는 것을 나눠먹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보자.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동은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기대되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안윤숙(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교수입니다. 111
  • 75.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시간은행과 접목한 푸드뱅크의 마을부엌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⑤] 성공회 푸드뱅크 18.07.25 08:13l최종 업데이트 18.07.26 14:04l김한승(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 서울 노원구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 중복을 맞아 마을삼계탕잔치' 준비가 한창인 관리동 앞으로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오늘 잔치의 주최자는 1년 전 이 아파트 관리동에 새롭게 문을 연 '마을부엌'. 이 모 임의 조리회원 30여명과 인근 복지관에서 지원 나온 봉사자 10여명이 아파트 주민 500여명에 대접할 삼계탕을 끓이는 중이다. 십여 개의 대형 가스버너 위에선 맛있는 삼계탕이 끓고, 관리동 주변 접이식 테이블들 위엔 수박과 참외, 김치와 나물, 그리고 담근 인삼주와 음료수들이 식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예정된 식사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사람 들이 모여들어 인사와 담소를 나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정겨운 풍경이다. 마을부엌이 있는 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상상해봤다.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요리도 배우고, 끼니와 간식도 함께 하며, 서로를 돌보는 공간이라면 이런 이름의 현판이 어울리지 않을까? 사실 나이든 기성세대에 이런 풍광은 그리 낯설지 않다. 농사지으며 모여 살던 과거엔 동네마다 흔했던 일상이다. 요즘처 럼 기계의 힘을 빌어 '혼농'(혼자 농사짓기)하지 않고, 사람의 힘을 모아 '함농'(함께 농사짓기 ; 두레, 품앗이, 울력)했던 시절 엔 끼니도 늘 '함밥'(함께 먹는 밥)이었다. 하지만 탈농 도시화 핵가족화를 거쳐 '1인 가구' 혹은 '혼족'이 대세가 된 지금, 이런 전통을 온전히 되살리기란 사실상 불가 능하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의 혈관엔 여전히 나를 '우리'라 부르고, 함께 할 때 더 행복한 '공동체적 유전자의 피'가 흐르 고 있는 것을! ▲ 신영복교수의 '너른마당' 신영복교수가 푸드뱅크에 선물한 편액작품사진 ⓒ 환경정의 112
  • 76. 21세기 낯선 도시에서 이 유전자를 되살려 새로운 '주거공동체'를 가꾸는 최선의 길은 뭘까? '함께 밥 먹는 일'이야 말로 그 가능성을 높일 가장 현명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에게 있어 밥은 삶의 근간이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핵 심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밥으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는 하셨어요?' 밥으로 안부를 묻는다 '밥은 먹고 다니니?' 그 뿐인가? 함께 밥 먹는 이를 가족이라 부르고(食口) 밥 먹는 일 자체를 삶과 동일 시 하기 도 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마을부엌 운동 공동체성을 지지해줄 가장 유용한 수단 그런 면에서 최근 '혼밥', '혼술'과 같은 '나 홀로 밥상'의 증가는 그 자체로서 우리사회의 위기적 단면을 드러내 준다. 곧 고 립과 차별, 외로움과 우울증이 늘고 있다는 사회병리학적 증거요, 세계 최하위 행복지수와 자살률 1위라는 비극적 현실을 방증하는 바닥지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밥'은 우리사회 공동체성의 바로메타다. '밥은 먹었냐?'는 인사말이 여전히 유효한 이상 '마을부엌' 운동이 야말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공동체성을 지지해줄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엔 어떤 유형의 마을부엌 이 가능할까? 다양한 마을부엌이 필요하다! 마을부엌의 핵심은 '자치성'에 있다. 자율과 참여의 폭이 그 성패를 좌우한다. 당연히 공공부문의 개입은 계기와 자원을 제 공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이를 '육성(育成)'하겠다고 나서거나 무리하게 실적 화하려 든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 있 다. 모름지기 공동체성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닌, 내부 구성원들이 가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원이 부족하고 스스로 동력을 만들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대상인 경우는 예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개입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대상자들이 주체가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마을부엌은 커뮤니티의 성격, 외부의 지 원정도 등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중 '자치성'에 기초한 협력(치)형이 표준모델이 될 것이다. 시간은행과 접목한 푸드뱅크의 마을부엌 마을부엌을 사회적 결식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 NGO인 푸드뱅크에 접목한다면 어떤 모델이 가능할까? 이 경우 적합한 모 델은 지원형과 보조형 두 가지다. 하지만 이 두 유형은 돕는 쪽과 도움 받는 쪽이 양분 돼 있어 자칫 마을부엌이 자치공간이 ▲ 마을부엌의 유형 유형별로 분류한 마을부엌 형태 ⓒ 환경정의 113
  • 77. 아닌 일방적 지원을 위한 조리센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이를 극복할 묘안은 없을까? 이 경우 시간은행과의 접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시간은행 시스템을 도입하면 이용자들은 자신이 봉사한 시간을 화폐 로 적립, 이를 타인의 봉사나 서비스, 물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지자체는 공간 및 시설, 초기 운영비를 지원하고, 푸드뱅크는 커뮤니티 지원을 위한 각종 물품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푸드뱅크가 확보한 물품을 가공/조리/지원하는 활동을 근간으로 하되, 여기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파생시켜 커뮤니티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게 한다. 이 방법의 강점은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단순한 마을부엌의 기능을 넘어 마을텃밭, 공부방, 쿠킹교실, 마을가꾸기 모임 등으로 그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점 등이다. ▲ 성공회푸드뱅크초기도시락사업 1967년 미국의 자원봉사자 John Van Hengel이 창시한 푸드뱅크 운동은 1998년 성공회에 의해 한국에 처음 도입됐다 ▲ 구미사랑고리은행 시간은행(Time Dollar Bank)은 1970년대 말 미국의 법학자 Edgar Cahn 박 사에 의해 창시돼 세계 34개국으로 확산된 봉사은행이자 대안화폐운동이다. 한국에는 2000년대 초 성공회 김요나단 신부에 의해 ‘구미사랑고리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 환경정의 114
  • 78. 구미사랑고리은행 시간은행(Time Dollar Bank)은 1970년대 말 미국의 법학자 Edgar Cahn 박사에 의해 창시돼 세계 34 개국으로 확산된 봉사은행이자 대안화폐운동이다. 한국에는 2000년대 초 성공회 김요나단 신부에 의해 ‘구미사랑고리은 행’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덧붙이는 글 | 김한승은 성공회 신부이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국내에 푸드뱅크사업을 처음 소개한 후 20년간 결 식계층 지원사업의 외길을 걸어왔다. 2008년에는 독서대학르네21을 설립, 빈곤청소년의 그룹독서를 위한 '다독다독인문 학' 사업도 벌이고 있다. 115
  • 79.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자연에 순응하며 마을밥상에 물드는 생태마을 사람들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 이야기⑥] 유럽의 생태마을과 서울의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 18.08.02 09:53 l 최종 업데이트 18.08.02 10:42 l 이정선(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현대인들은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각종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 문제 는 지구 환경과 동식물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먹고 마시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그 피해가 돌아온다. 문제 를 회피하거나 무관심하며 살기엔 당장 나 자신의 생존이 위협 받는 코앞에 닥친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여러 움직임들 중 먹거리 문제의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고 있는 마을부엌의 사례를 소개한다. 유럽의 생태마을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 파괴, 병들어가는 도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되고 있는 마을을 '생태마을'이라고 한다. 선진 유럽 에서는 일찍이 1930년에 아이슬란드의 솔헤마(Solheimar)의 주거단지 환경을 걱정하는 모임을 시작했는데, 이 모임이 생 태마을의 시초가 되었다. 유럽의 생태마을들은 환경과 공동체, 평등, 로컬푸드, 슬로우라이프 등의 다양한 개념을 가지고 부엌을 공유한다. 이를 통 해 자원과 노동력을 절감하고 환경을 보존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유럽 생태마을 중 마을부엌을 운영 하는 대표적 생태마을로는 독일의 지벤린덴 생태마을과 니더카우풍엔 생태마을, 덴마크 뭉크쇠고 생태마을과 오르후스시 'Andelssamfundet '자급자족 마을을 들 수 있다. 독일 지벤린덴 생태마을 지벤린덴 생태마을은 생태유토피아(에코토피아)를 꿈꾸던 사람들이 방치되어 있던 땅과 건물을 매입하여 만든 마을이다. ▲ 독일 지벤린덴 마을부엌 (카페 https://siebenlinden.org/ 발췌) 독일 지벤린덴 생태마을 마을부엌 ⓒ 환경정의 116
  • 80. 환경을 위해 물과 에너지를 순환시켜 사용하며 동식물들을 위한 다양한 서식공간으로 변모시켜 왔고 식료품의 대부분은 지 역에서 생산된 제철식품들이다. 마을부엌에서 육류나 유제품, 생선까지 제외된 채식 위주의 음식을 만든다. 식단은 무조건 선택이 아닌 개별 가구에서 어떤 식단을 취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 니더카우풍엔 생태마을 니더카우풍엔 생태마을은 사회생태주의에서부터 자본주의의 병폐나 남성중심, 위계권력구조, 제도의 폭력으로부터 자유 로움을 지향한다. 공동체 계좌에 공동체의 수입으로 입금하고 많은 사람이 나눠 써서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절약하며, 결정 사항은 마을사람들 모두의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16개의 주거그룹으로 다양한 소가족형태를 가지는데 남성 중심적인 사 회에서 벗어나 남성과 여성이 양육과 식사준비에 동일한 책임을 진다. 이 마을의 부엌에서는 식사준비와 설거지를 당번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 덴마크 뭉크쇠고 마을 뭉크쇠고 마을은 공동체적 주거, 마을의 민주적 운영,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이념으로 내세운다. 교육이나 재 정상태 등 배경이 서로 다른 주민들이 모여 살며 친환경 공동체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마을 안에는 연장자단지, 조합 가입자단지, 가족단지, 소유자단지, 청년단지가 구성되어 있다. 공동의 집에 세탁장, 부엌, 넓은 홀 겸 식당, 그 단지의 필요 에 따라 장난감을 두는 방, 저장실이나 창고로 쓰는 다락방 등이 있다. 식당에서 1주일에 한번이나 두 번 마을 주민들이 공 동식사를 한다. 소유자 단지에 사는 20가구 주민은 일주일에 세 번 공동 집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한다. 이 마을의 부엌 운영 방식은 식사시간은 저녁 6시이고 불참하면 미리 알려야 한다. 시간표를 짜서 적어도 4주에 1번은 요리를 담당하며, 식사에 불참하는 것은 자유지만 요리의무는 지켜야 한다. 덴마크 오르후스시 Andelssamfundet 자급자족마을 오르후스시 Andelssamfundet 마을은 AIH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사회생태계공동체이다. 8개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 고 모든 활동을 위한 5개의 공동주택을 가지고 있다. 2012년부터 협동조합에서 숙박과 아침식사를 제공하며 신선한 유기 농 채소를 땅에서 직접 수확하고 조합원과 게스트들이 모두 참여한다. 마을 정기모임을 부엌에서 갖고 경제적 측면에서 공 동부엌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의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아름다운마을밥상) 생태마을이 유럽 등 해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전라남도, 강원도 등지에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산 촌, 어촌 마을이 아닌, 놀랍게도 서울에 생태적으로 살아가며 마을부엌을 꾸려나가고 있는 곳이 있어 소개한다. 서울 강북 구 인수동에 위치한 <밝은누리> 공동체 마을 안 '인수마을밥상'이라는 마을부엌이 그 곳이다. 밝은누리는 농촌과 도시마을 이 서로 살리는 생태마을공동체다. 서울 인수마을에서 마을을 일구던 이들이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ㆍ귀촌해 농촌마을을 만들었고, 지금도 한 몸으로 교류한 다. 인수마을밥상은 마을에서 품앗이로 함께 육아하던 이들이 이왕에 밥상을 차리는 것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밥 먹는 마을밥 상을 차리자고 하면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모여 놀던 곳 한편에서 마을청년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함께 밥 먹으려는 사람 들이 늘어나면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이용하는 지금의 마을밥상이 되었다. 오늘날은 마을 사람들이 점심과 저녁을 이곳에서 함께 먹고, 마을에 있는 아름다운마을학교(초등대안학교) 밥상도 책임지 고 있다. 식재료는 주로 생산자 직거래나 한살림, 여성민우회 생협 등을 이용한다. 이와 같은 친환경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 117
  • 81. 여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아이들도 건강히 키울 수 있다. 육아 가정 뿐 아니라 청년, 맞벌이가정 등도 큰 품과 시간을 들이 지 않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마을부엌 대표를 포함한 밥상지기 다섯 명이 마을밥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온 마을사람 들이 부엌일에 함께 한다. 밥상을 차리는 일은 밥상지기와 봉사자들이 주로 하고, 자율배식으로 먹을 만큼 가져가고 자기가 먹은 식기 설거지는 직접 하는 방식이다. 초등학생 어린이들도 직접 설거지를 하는데 깨끗하게 잘 해낸다. 남은 음식물인 '밥상 부산물'을 모아 강원도 생명순환 농법으로 농사 짓는 홍천마을에 보낸다. 홍천마을에서는 밥상 부산물 과 똥오줌을 모아 거름으로 사용한다. 생명이 순환하는 것이 생태적 삶의 본질인데, 그 중심에 농사가 있다고 하여 이 마을 에서는 농사를 '하늘땅살이'라고 표현한다. 인수마을밥상 고경환 대표는 왜곡된 음식이 아닌 생명이 담긴 제철음식을 먹는 것은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하늘땅살이라고 하였다. 인수마을밥상은 건강한 먹거리, 생태순환, 공동육아, 경제 적 문제 등 다양한 요구에 대한 대안이 되고 있으며 국내 마을부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 밝은누리 인수마을밥상 밝은누리 인수마을의 마을밥상나눔 ⓒ 환경정의 118
  • 82. 이정선(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환경강사) 8년 전 30대의 젊은 나이에 후복막평활근육종이라는 희귀암에 걸려 시한부 1년 선고를 받았었다. 이를 계기로 환경과 먹 거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먹거리를 바꾸면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현재는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환경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119
  • 83.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정성스런 밥상은 좌절한 사람도 일으켜 세웁니다"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⑦]결혼이주여성과 마을부엌 (주)마을무지개 타파스 18.08.09 10:22l최종 업데이트 18.08.09 10:59l정현(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시부모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다. 요즈음 보기 드문 대가족 문화다. 서툰 언어와 낯선 이 땅의 문화는 그들에겐 걱정 가득한 두려움이다. 모국에서 그들은 자신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있었고 인정도 받았던 젊은 여성이었다. 20여 년 전 나는 부산에서 3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서울 토박이인 나는 엉뚱하고 낯선 식재료 이름이나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적응이 만만치 않았다. 자주 이용하던 부산역은 생선 비린내가 배어있고, 사람들의 억센 억양은 싸우는 소리로 느껴 져 놀라기 일쑤였다. 타지는 바로 그런 곳이다. 그럼에도 그 시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부산아지매, 동료들의 밥상 초대였다. 친근해진 이웃들은 퇴근길 회사 근처 시장에 서 장을 보는 내게 팔을 잡아가며 저녁 먹고 가라고 했었다. 그런 문화가 그때는 가능했다. 그때 느꼈던 따뜻한 그 감정들 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다른 우리'가 어울리는 마을부엌 결혼이주여성들은 내가 겪은 타지 생활보다 문화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훨씬 더 크게 경험할 것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도 버거운 전통적 사고방식, 가부장적인 가족문화도 한몫할 것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정서적 차이는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집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사회에서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까? 차이를 극 ▲ (주)마을무지개 타파스 / 다문화 음식강연 ⓒ 환경정의 120
  • 84. 복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 차이를 다름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서울 은평구 역촌초등학교 부근에 자리한 다문화음식점 ㈜마을무지개 '타파스'가 있다. 이들은 10여 년 전 도서관 꿈지기 봉사활동을 하는 동네 엄마들과 한국어 교실에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시작된 소모임이다. 마을기업, 예비 사회적 기업, 그리고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기까지 어려운 일들이 많았어도, 동병상련의 간절함 때문일까 더 용기를 내서 활동을 할 수 있었단다. 타파스는 함께하는 운영자들의 가정생활을 고려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운영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로 하며, 금요일 하루만 저녁 8시까지 운영한다. 이런 배려는 살림·육아의 중심역할을 하며 일을 병행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다문화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온 드엉티 바오 짠(29)은 어린 아들도 있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아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음식 강연을 시작한 그는 처음엔 모국 음식으로 다문화를 알린다 고 생각하니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다시 공부하고 발음 연습을 하며 애간장을 태웠단다. 짠은 지금은 모국 음식을 알리는 곳곳에서 음식 강연과 시연 활동들을 활발히 하고 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곳 타파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이주여성 량쥔리(중국·34)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우리는 아이들을 학교나 유치원에 보내놓고도 마음먹은 대로 외출하기 어려워요. 막상 나 가도 낯설고, 집에서도 모국 음식의 향신료 냄새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해먹고 싶은데 그러기 쉽지 않아요. 혼자 먹겠다고 온갖 재료 사기도 부담이고요. 친구를 만나 고향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집에 놀러오라고 하면, 우리 시어머님이 맘이 좋으셔서 괜찮다 해도 친구들이 불편한지 주로 전화만 주고받아요. 한국에서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싶어서 독하게 맘먹고 한식·중식·일식 자 격을 취득했지만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 타파스는 일하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니 제가 대단해 ▲ 지역과 함께 하는 토탈푸드 프로젝트 / 타파스 토탈푸드 프로젝트 사업 ⓒ 환경정의 121
  • 85. 보이고, 아이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해서 정말 뿌듯해요." 이곳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중국,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은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다문화를 알려주는 선생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외 다른 활동으로는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지역과 함께 하는 토탈 푸드 프로젝트」와 「이주여성들에게 들어보는 모국 의 음식이야기」를 진행한다. 서로의 나라를 이해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이런 프로그램들에는 한국인은 물론 결혼이주여성 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타파스는 서울혁신파크 내에 있는 맛동에서 열리는 가나다 밥상(가치를 나누는 다양한 밥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스토리가 있는 음식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이렇게 결혼이주여성들은 마을부엌에 함께 모여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마을 농번기 때 품앗이처럼, 이웃 집 잔칫날이면 자기 일처럼 물고기 잡고, 돼지 잡아 동네 사람들이 음식 만들고 나누던 서로의 애틋한 고향이야기들을 풀어 낸다. 이런 마을부엌 활동을 통해 차이보다는 다름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꿈을 꿔요 다문화 마을부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고유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장( 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벤트 같은 일회적인 행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지속적이고 안정감 있는 공간이 되 어야 한다. 그런 마을부엌이야말로 다문화가정·결혼이주여성들이 받는 차별을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파스를) 특별한 형태의 마을 부엌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다양한 나라의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서 나누는 것이 특징이기는 하지만, 운영자나 손님이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 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부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고 쉼이 있는 공간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관계망이 형성된다고 믿어요. 또 정성으로 차려진 한 끼의 식탁은 좌절한 사 람을 일으켜 세울만한 힘이 있다는 말을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음식을 나누며 다양한 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타파스 전명순 대표)." ▲ (주)마을무지개 타파스 / 다문화 음식시연 ⓒ 환경정의 122
  • 86. 하루하루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짠과 량진리의 소박한 바람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일을 하 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아주 큰 힘이 된다며 힘주어 말하던 다문화 여성들의 건강한 미소가 이들의 마을부엌 에서 끊이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현(다음을지키는사람들 환경강사)결혼 24년차. 어린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을 다녔다. 손수 밥상 차린다고 애써왔는데, 간단히 빠르게 만들어진 식탁의 문제가 어느 날 눈에 들어온다. 잔병을 앓는 식구를 보면 서 모든 집밥이 건강한 밥상은 아님을 깨달았다. 서툴고 귀찮아 쉽게 타협해버린 부엌의 일상에 근력을 키우고자 현재 건강 한 환경과 먹거리를 지키는 강사활동을 하고 있다. ▲ 미니강의를 진행중인 살레자 로레나 / 맛동 음식강연 ⓒ 환경정의 123
  • 87.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청년 혼밥의 건강한 대안, 마을부엌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⑧] 청년공간 이음 18.08.16 09:46l최종 업데이트 18.08.16 11:23l윤지현(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한혜원(김태리 분)이 편의점 도시락을 지친 몸에 쓸어 넣는 모습. 2018년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의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 않지만,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혼자 먹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건강하지 않은 식단 이 걱정되기도 하고, 마땅한 대안을 줄 수 없음에 더욱 슬프다. 그래도 청년들은 마냥 씩씩한 듯 보이기도 한다. 작년 관악구에서 관내 고시촌 1인 가구 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 사에 따르면 혼밥이 '사회적 문제'라고 답한 비율(약 10%)에 비해 '문화'라고 답한 비율(약 80%)이 훨씬 높았다. 생각이 이러할 진데, 한국인은 가족을 식구(食口)라 할 만큼 함께 먹음을 중요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혼 자 먹지 말고 되도록 누군가와 함께 먹으라 권하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리틀 포레스트>의 재하(류준열 분)처럼 귀농 할 수도, 혜원처럼 자기만의 부엌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대한민국 도시의 청년들이 재하처럼, 혜원처럼 함께 웃으며 밥 먹 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물론 혼밥이 무조건 지양해야 할 현실은 아니다. 현대의 혼밥족 중에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자발적 취향 혼밥족도 적지 않 ▲ <리틀 포레스트>는 이 시대 청년들의 허기진 마음을 음식으로 채워주는 영화다.ⓒ 영화사 수박 124
  • 88. 다. 하지만 꿈나무카드로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취약계층 아동, 끼니를 제대로 챙길 수 없는 빈곤한 노인과 함 께, 시간과 공간이 없어 부실한 한 끼를 먹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청년의 비자발적 혼밥은 지양해야 할 현실임에 틀림 없 다. 혼밥이 시대의 작지 않은 사회적 문제로, 긴급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작년 2학기, 필자가 담당하는 전공 교과목인 '식생활 문화' 수업의 일환으로 수강생들은 현대인의 식생활문화와 관련된 사 회적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이 때 한 조는 혼밥 청년족의 식생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부엌을 제시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건강한 음식으로 소통하는 풍요로운 삶 마을부엌! 공유부엌, 공동부엌으로도 불리는 다소 낯선 용어이다. 하지만, 어느새 마을부엌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지역 사회의 소통과 나눔의 장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생활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공식적 통계이긴 하나, 서울시에만도 2018년 초 기준, 300여 개가 넘는 마을부엌이 이러저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9월, 필자의 연구실에서 관악구청의 의뢰를 받아 조사했을 때, 관악구에만도 총 18개의 마을부엌이 있었으 니, 서울시의 자치구가 25개임을 감안하면 300여 개가 결코 과장된 숫자는 아님에 틀림없어 보인다. 아이들의 이유식과 간식을 함께 준비하는 젊은 주부들, 늦은 퇴근에 여유 있는 저녁을 준비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어르 신들을 위한 밑반찬 봉사를 위해 모인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마을부엌이 더할 수 있는 음식과 삶의 풍요로움은 너무나 크 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마을부엌은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장소이자 네트워크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을부엌 중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아직 소수인 듯하다. 실제 관악구의 경우 2017년 조사 결과, 마을부엌 이 ▲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 2017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식생활문화' 수업의 프로 젝트의 자율주제로 한 모둠은 마을부엌을 연구했다. 당시 수강생들이 마을부엌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마 을부엌에서 함께 조리하고 있는 모습 ⓒ 환경정의 125
  • 89. 용자의 대다수가 40대 이상의 주부였다. 청년이 주 이용자인 곳은 18개 마을부엌 중 1개소에 불과했다. 주부들이나 어르 신들에 비해 청년들은 아직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층이다. 해서 어쩌면 청년 들의 마을부엌 이용을 활성화하려면 지자체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 2017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식생활문화' 수업의 프로젝트의 자율주제로 한 모둠은 마을부엌을 연구했다. 당시 수강생들이 마을부엌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마을부엌에서 함께 조리하고 있는 모습. 청년 혼밥족 식생활 문제 해결사 마을부엌 마을부엌을 통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청년들이 마을부엌에서 '조리'라는 생활의 기초 능력을 배울 수 있음에 주목한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정규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조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초등 학교 방과 후 활동이나 이벤트성 조리 수업이 있지만, 이러한 시간을 통해 조리 능력이 배양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규 교과과정 중, 실과, 가정 수업의 일환으로 조리가 일부 다루어지기는 하나 이 또한 선진 외국의 해당 과정에서 다루는 조리의 비중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 미국의 스텐포드와 같은 대학에서는 학부 교양과목으로 조리 수업이 개설되 어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조리수업을 교양과목으로 개설한 대학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셰프와 먹방의 인기가 보여주듯, 최근 청년들의 조리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약 7~8년 전부터 서울대학 교 식품영양학과에 개설된 조리 수업에 비전공 학생들의 수강신청 문의가 늘어난 것 또한 이러한 관심의 자연스러운 표출이 다. 해서, 이러한 청년들의 조리에 대한 관심과 니즈를 제대로 수용하는 사회적, 제도적 정책이라면 청년 혼밥족의 식생활 문 제의 해결에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지 않을까? 이에 마을부엌은 이러한 정책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대안이다. 큰사진보기서울시 1인 가구 청년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 응답자의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이용 경험 이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출처: 2018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학위논문] 이번 학기 대학원을 졸업하는 지도 학생 한 명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20, 30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 다. 그 결과, 총 342명의 응답자 중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고, 30%가 본인에게 마을부엌이 필요하다고 답하였 지만, 실제로 마을부엌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청년은 16%에 불과하였다. ▲ 서울시 1인 가구 청년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 응답자의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 직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출처: 2018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학위논문] ⓒ 환 경정의 126
  • 90.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 같은 조사에서 본인에게 마을부엌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수 있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마을부엌에서 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한 끼 식사 준비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요리 수업을 받 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조사에 응답한 20, 30대 1인 가구의 1/4은 일상 식사 준비가 가능한 조리는 못하고 라면 등의 인스턴트 음식의 조리만 가 능하다고 답하였다. 가정에서의 조리 빈도 또한 매우 낮아 거의 안하거나 주 1~2회 정도만 조리한다고 응답한 청년이 60% 를 넘었다. 청년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마을부엌의 정책적 확대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이다. 2018년 5월, 서울대학교 교양 수업 ‘녹색 생활과 소비‘의 조리 실습 모습. 수강생들은 이날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 인공이 요리한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함께 먹어 보았다. 이번 학기, '녹색 생활과 소비'라는 교양 수업에서 식생활 부분에 대한 강의를 맡았다. 마침 학기 중에 개봉한 영화 <리틀 포 레스트>에 주인공이 요리하는 음식들에 대해 투표를 했고, 그 결과 가장 표를 많이 얻은 몇 가지 음식을 조를 나누어 함께 만들어 보았다. 식품영양학과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조리 수업을 해 본 적은 있지만, 비전공 학생들의 교양 수업에서 하는 첫 조리 수업 인지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흥미 없어 하지는 않을지, 조별로 함께 하는 조리 활동에 무리는 없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연 먹을만한(?) 음식이 나올지. 그런데 이 모든 생각이 기우였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 지 않았다. 실습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33명의 학생들은 서투르지만 열심히 조리했고, 즐겁게 대화하며 행복한 점심을 함 께 먹었다. 먹방을 규제한다고 한들 비만이 줄어들지 않을 것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보 다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입니다. ▲ 2018년 5월, 서울대학교 교양 수업 ‘녹색 생활과 소비‘의 조리 실습 모습. 수강생들은 이날 영화 <리틀 포 레스트>에서 주인공이 요리한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함께 먹어 보았다. ⓒ 환경정의 127
  • 91.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독거노인들과 '식구데이', 나눠 먹으니 좋아요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⑨]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수랏간 18.08.23 10:21 l 최종 업데이트 18.08.23 11:15 l 김주희(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서울 도봉구 창2동에서 둥지를 틀고 산 지가 25년째가 되어간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나는 벌써 반백 년을 넘게 살아오 고 있다. 그 살아오는 내내 봉사와 어르신 섬김을 끊이지 않고 해오고 있다. '시끌벅적사랑방' 활동을 하기 이전에는 마을에 서 동네통장, 조무사, 과외교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주민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잦은 만남을 통해 지역사 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약자들을 위한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 이러한 기억들이 모여 결국에는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을 사람들과 먹거리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 작했다. 결국 6년 전인 2013년 마을 주민들이 모여 동네 사랑방 '수랏간'을 만들게 되었다. 수랏간 내에서는 제철음식, 토 종레시피 개발 및 연구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한솥밥 나누며,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다 2017년 겨울 상향적 일자리 사업에 공모해 2018년부터는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이름으로 사업을 하게 되었다. 시끌벅 적사랑방협동조합은 '시끌벅적수랏간'이라는 이름으로 반찬·김치·택배사업을 시작했다. 일자리 사업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복지사업과 더불어 건강한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며, 마을 안 의 경력단절 여성 12명이 주축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하였고, 지금까지 한솥밥을 해 먹으면서 가족애를 느끼며 지내고 있다. ▲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 식구데이 ⓒ 환경정의 128
  • 92. 이곳 사랑방에서는 이웃어르신들과 독거어르신들에게 지속적으로 나눔의 봉사를 한다. 추석명절에는 송편을 빚고, 동짓날 에는 팥죽을 끓여서 시장상인들과 함께 동네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동지행사를 하고, 겨울 김장철이 되면 맛깔난 김장김치 를 담가서 이웃어르신들께 나눔을 하기도 한다. 맛있는 배추를 나누도록 지원해 주시는 정사문 어르신은 포천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데, 수랏간에서 지역 어르신들에게 김 장김치를 나눠준다는 행사소식을 접하시고, 매년 배추를 지원해주고 계신다. 첫해 150포기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1200포 기까지 양을 늘려 100여 가구 어르신께 10kg씩 나누어 드리고 있다. 그렇게 정사문 어르신이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농산물 의 지원으로 김장나눔 지원사업을 5년이 넘는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마을부엌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이웃의 온기 시끌벅적수랏간에서는 매월 19일에 독거 어르신들 중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외로운 어르신들 10여분을 모셔서 함께 세 상의 정을 나누는 '식구데이'를 진행한다. 식구데이 첫 모임에 오신 어르신들에게는 삼계탕을 주재료로 하여 음식을 대접하였다. 첫 모임의 어색함은 어르신들의 친 화력으로 금방 친숙해졌고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다음 모임날을 꼭 알려달라는 말씀을 전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 모임에는 나이가 조금 적으신 분들이 음식조를 하였기 때문에 레시피를 충실히 이용하여 맛있는 열무국수를 만들 었고 곁들인 부추전은 솜씨자랑으로 채워졌다. 근래에는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모습이 아련한 그리움이라 는 어르신들의 말씀과 함께 소박하게 만들어 나누는 음식 앞에서 소년소녀처럼 수줍어하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공유부엌을 통해서 이웃의 따뜻한 정과 마음을 나누며, 한 식구처럼 서로 기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한다는 것 이 그분들에게는 큰 변화이고 기쁨인 것 같다. ▲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 수랏간 식구데이 첫모임 ⓒ 환경정의 129
  • 93. 수랏간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에 또 하나는 '딱 좋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기초수급자분들 중 여자 어르신들이 알콜중독자 인 남자 어르신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국을 끓여서 나누는 행사이다. 이 또한 나라에서 혜택을 받은 어르신들이 자기보 다 더 힘든 처지의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얻으시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이웃 분들께 삶의 의미를 찾아주고, 이분들이 지역 사회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수랏간은 반찬 배달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나눔 가게 활동을 하면서, 이를 통해 사회복지협의체와 연계한 활 동을 이어나가며, 먹거리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한 마음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을부엌이 되고자 한다. 가진 것은 없지만 이웃에게 베푸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함께하는 내내 감사와 기쁨이 함께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주희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대표입니다. ▲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 / 딱 좋아 프로그램 ⓒ 환경정의 130
  • 94.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는 마을부엌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⑩] 환경정의 마을부엌 연구조사팀 18.08.30 15:33 l 최종 업데이트 18.08.30 15:33 l 김민아(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사랑하는 나의 엄마가 투병생활을 하면서 신경을 쓰게 된 먹거리. 사실 이렇다 할 요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였는데, 엄마 의 병간호를 하면서 건강에 중요한 것은 일차적으로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라는 것을 인식한 것은 불과 얼마 지나지 않 는다. 이후 동네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우연히 생협과 환경정의가 연대하여 진행한 교육에서 먹거리정의 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준 사람들, 그리고 먹거리정의 나의 힘든 시기에 만난 사람들과 함께 시작한 먹거리정의 운동을 통해 인간 생존의 기본권이자, 삶을 지탱해주는 먹거리와 환경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를 느끼게 됐다. 먹거리 교육이 인연이 되어서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에서 청년활동가로 마을부엌연구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공공급식 의 대안으로서의 마을부엌은 큰 의미가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마을부엌 심층사전조사 활동에 시민활동가분들과 함께 참 여했다. ▲ 먹거리정의센터 / 마을부엌 연구조사팀 ⓒ 환경정의 131
  • 95. 이름 하여, 마연팀(마을부엌 연구조사팀)으로! 마연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영등포구에 위치한 갤러리카페 봄봄(이하, 봄봄) 이었다. 무작정 리스트를 보고 찾아간 이곳은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인 곳이었다. 십 시일반 꾸려진 작은도서관과 수제맥주 그리고 음악이 흐르는 기타강좌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민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봄봄' 주변에는 고시원이 많은데 이곳에서 사는 주거 취약계층과 이웃들에게 이웃나눔밥상을 제공하고 있었다. 사회 적인 이슈와 관련된 농성을 하는 곳에는 '봄봄꽃차(밥차)'로 밥상 나눔도 한다고 했다. 함께 나누는 밥 한 그릇을 통해 서로 가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있었다. 또 다른 마을부엌 현장은 '청년공간 이음'(이하 이음)이다. 이곳은 관악구에 위치해 있고 지역 특성상 대학가와 고시원들이 밀집되어 있다. 자연스레 청년층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이다. 특히 1인 가구 청년 및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마을부엌인 이음 은 이용자들이 거의 매일 공동부엌을 사용하며 공동조리, 공동식사 활동을 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음은 내가 청년세대라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요소요소 잘 갖추어져 있었다. 공부할 수 있는 공간과 공용주방이 접 근하기 쉽게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어 개인적인 작업을 하다가 출출할 때, 자연스럽게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청년세대, 혼밥이 아니라 함께 밥 먹는 행복을 느끼길 바라며 이음의 운영자 분께서는 '혼밥(혼자 먹는 밥)이 아니라 함께 밥 먹는 행복을 느끼는 부분'에 가치를 두고 계셨다. 실제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청년들은 함께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먹거리 나눔뿐만 아니라 상호소통 등을 하고 있 었다. 다양한 생활환경이 가능한 곳이어서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올해 봄, 동네에 청년세대인 내 또래들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마을부엌은 없을까 생각하다 '망원동좋아요' 커뮤니티 사이트 ▲ 갤러리카페'봄봄' / 영등포 목요밥상 ⓒ 환경정의 132
  • 96. 를 통해 알게 된, 식생활일지 모임인 '끼니를 다함께'(일명, 끼다)마포청년들 밥상모임이 떠올랐다. '기회는 이때다'라는 마음 으로 마을에서 친구들을 만나 '먹거리'라는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버려지는 것은 나누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는 '공유냉장고' 식재료를 소분하는 자유로운 성격의 공유냉장고를 체험했다. 나 역시 1인 가구라 양파 한 망을 살 때도 썩기 쉬워 냉동실로 직행하는 내 식생활을 점검하면서, 내가 필요한 식재료를 가져올 수도 있고, 나눔도 할 수 있는 공유냉장고의 활용이 1인 가 구 생활에 유익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마포'라는 지역 안에서의 밥상모임을 통해 청년을 기반으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네 주민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신선했다. 유선조사와 현장조사로 찾은 마을부엌 그동안 다양한 마을부엌 활동을 연구조사원분들과 함께 해가면서 이것이 마을부엌이야, 아니야 고민하면서 서로 머리를 맞 댔다. 열띤 토론을 하면서 어떻게든 될 때까지 유선조사로 설문을 독려하기도 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마을부엌에 직 접 찾아가서 현장방문 심층인터뷰를 통해, 마을부엌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연구조사원분들의 깊은 탐구심 속에 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국내의 마을부엌 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마을부엌 연구조사 활동에 큰 애정으로 똘똘 뭉친 연구조사원분들과 함께 서울형 마을부엌의 실태 파악을 하는 선구자가 된 것같았다. 시정 협치 사업인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는 마을부엌'이라는 연구조사 활동을 위해 연구조사원분들과 현장 심층인터뷰 를 하면서 마을부엌 운영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마연팀! 올해 여름 유난히도 뜨거웠던 무더위 속에서 마을부엌 현장방문 심층인터뷰를 위해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양 볼을 타고 굵 ▲ 마포청년들 / 식생활일지 밥상모임 ⓒ 환경정의 133
  • 97. 은 땀줄기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밤낮없이 현장을 누비던 시민활동가 연구조사원분들의 노고와 지속적으로 마을부엌을 운 영하는 운영자분들이 있어 자연스레 우리사회 시민자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선한 바 람을 일으키는 마을공동체 일상 안의 마을부엌이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민아씨는 반려동물 통통이와 함께 공생하며 일상 안에서의 사람과 동물, 먹거리와 환경에 대한 고 민이 많았습니다. 관심은 자연스레 동물병원협동조합에서의 활동과 환경정의 먹거리강사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현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 먹거리정의센터 / 마을부엌 연구조사팀 회의 ⓒ 환경정의 134
  • 98. 연재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 다트 던져 메뉴 정하고, 설거지하고... 부엌에서 노는 10대들 [먹거리정의센터 마을부엌이야기⑪] 아지트틴스 청소년자치공동체 18.09.19 10:34 l 최종 업데이트 18.09.19 10:34 l 이정선(ecoeco) 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 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 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시끄럽고 떠들썩해서 좋아요." "다양한 걸 해볼 수 있어요." "직접 요리하니까 먹고 싶은 걸 말해도 죄송한 마음이 덜해요." 지난 7월 방문했던 아지트틴스 십대들의 이야기이다.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아지트틴스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직접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나누어 먹은 후 뒷정리까지 하고나서 문화 활동을 하는 청소년자치공동체이다. 주택을 개조하여 성북구 청소년공유놀이터 아지트틴스와 함께 뒤죽박죽 작은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 십대들의 요리시간 / 아지트틴스 ⓒ 환경정의 135
  • 99. 아지트틴스가 만들어진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계속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뭐든지 해도 괜찮고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한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5년에 뒤죽박죽 작은도서관 서정화 관장님과 아지트틴스 신희경 대표님, 여러 지인들이 뜻을 모아 이 공간을 마 련했어요. 공간을 만들 때 청소년들을 모아 이 공간을 어떻게 꾸몄으면 좋겠는지 물어봤어요. 누울 수 있는 방, 큰 거울이 있 으면 좋겠다는 등 아이들의 요구를 다 취합해서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죠." 염승민 지도교사는 전한다. 학기 초에 중학생 14명의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한 사람당 5가지씩, 70가지의 메뉴를 정하였다. 그리고 메뉴 판에 다트를 던져 그날 해먹을 음식을 정한다. 일찍 온 아이들은 장을 보고 나중에 온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자신이 먹 은 그릇은 직접 설거지를 한다. 부엌에 모인 아이들, 하나가 되다 부엌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고, 사소하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다. 함께 밥을 해서 나누는 과정이 아이들 서로에게 기본적인 관계 맺기,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형성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한다. 부엌활동 후에는 개러지(창고) 오케스트라, 연극 활동, 우리만의 아지트, 미감 깨우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개러지 오 케스트라는 부엌과 일상에 있는 소품들 중 리드미컬하고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 것들을 모아서 연주를 하는 활동이다. 주변 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든지 악기가 될 수 있고, 근사한 악기를 다루어야만 훌륭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 님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노래 한곡을 인디음악가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는 식이다. 연극 활동은 극작가, 배우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의 이야기로 연극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우리만의 아지트는 진짜 동네 친구들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집단상담 및 몸놀이 프로그램이다. 미감 깨우기는 스텐실로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을 표현해 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디자인 활동이다. 이렇게 자치공동체 활동을 2년 이상 경험한 13명의 고 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재 디자인, IoT. 사회적경제 진로동아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아지트틴스 / 디자인 진로동아리 활동 ⓒ 환경정의 136
  • 100. 기자가 방문한 날은 디자인 진로동아리 활동이 있었다. 이 활동에 참여한 최민경 학생(19)은 "디자인 시간에는 생각이 많아 져요. 여러 번 생각해야 해서 사고력이 향상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중학생 디자인 활동을 지도하는 정다운 교사는 "재능보다는 일하는 방법, 참고 해내는 방법을 가르친다"며 이러한 프로그 램들을 통해 지역의 또래 집단이 형성되고 진짜 믿을 수 있는 동네 선후배가 생기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함께 활동하는 어 른들과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고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청소년자치공동체의 핵심 성과라고 설명하였다. 아지트틴스와 같은 청소년자치공동체가 우리 사회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묻자 신희경 대 표가 답했다. "나이 드신 분들의 노하우로 뒤에서 받쳐주고 젊은 분들이 주도가 되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20~30대들 이 없어요. 밥하고 설거지하고 메뉴 짜고 하는 일이 '이런 게 활동인가 느끼기 쉽고 매일 밥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 리고 이 안에서 생기는 관계나 자율성이 성과처럼 드러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은 축적이 돼서 다른 활동을 할 때 발휘가 되 는 것이죠. 그 과정을 알기에는 세대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문제를 보완하려면 먹거리 만드는 것을 요리프로그램 식으로 해 보는 등 달리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수제소시지 만들기나 일상에서 밥해먹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식사 차리기 등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겠죠." 이상적인 마을부엌이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돌아가며 역할을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 모여서 맛있는 것을 해먹자는 유형의 마을부엌과 교육형태의 마을부엌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실제 부엌활동을 하는 경 우는 많지 않다. 식사와 요리를 매개로 한 공동체적 관계 맺기를 위한 실제 부엌활동의 예로는 맞벌이를 하지 않는 엄마들이 맞벌이 가정 아 이들을 위해서 아침, 저녁을 함께 준비하는 것, 아빠들이 돌아가며 아이들과 놀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가족이 함께 부엌에 ▲ 김장하는 십대들 / 아지트틴스 ⓒ 환경정의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