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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우)442-844,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185-13 2층
전화 : 031)213-2105 | 팩스 : 031)215-4395
홈페이지 : http://www.rights.or.kr | 다음카페 : http://cafe.daum.net/humandasan
이메일 : humandasan@gmail.com
다산인권센터
인권이슈 2011년 경기/수원지역 인권이슈 총정리
인터뷰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인터뷰(3)
칼럼 2011지역운동포럼in수원 참가기
떳다! 벗바리 율천동의 앗쌀한 언니들
북유럽 교육현장 탐방 그곳엔 학생인권조례가 없었다
여행기 땅콩과 꼬봉의 유럽여행기(2)
책소개 은하영웅전설
영화소개 나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한미FTA 때문에 정치권은 격랑에 빠졌고, 시민들은 한겨울 물대포 세례를 맞았습니다. 사실, 한미FTA가 우
리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런게 어디 한미FTA 뿐만이겠습니까. 나의 삶을 좌지우지 하
는 것은 내 자신이 아니었음을 다시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2011년을 마무리하면서 경기/수원지역 인권이슈
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번잡한 연말보다 우리를 뒤돌아보는 조용한 연말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우리, 힘내자구요!
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
다산인권센터 소식지
2011년 11_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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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슈
2011년, 경기/수원지역 인권이슈는?
연말이면 으레 ‘다사다난’이란 표현을 씁니다.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이 단어를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는 한해였습니다. 사실 두렵습니
다. 온갖 재난과 재앙에 익숙해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수원지역에서 벌어진 반인권적인 이슈
를 다시한번 상기해봤습니다. 다산인권센터
벗바리, 인권활동가와 지역주민들에게 설문을
부탁드렸습니다. 사실, 여러 이슈를 정리하다
보니 긍정적인 이슈보다 부정적이고 마음아픈
이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2가지 이슈 중
에 여러분들이 선택해주신 다섯 가지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행복한 일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_ 글 : 안병주
1.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죽음 이어져
해고 이후 2년여 동안 19명이 세상 등져, 대
부분 해고노동자 가족. 현재까지도 외상후 스
트레스 심각
19명의 생떼 같은 목숨이 하늘로 올라갔다.
2009년 회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저항
했던 77일간의 파업이후 19명의 노동자와 가
족이 자살과 스트레스성 질
환으로 생을 달리했다. 살아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해고와 징계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
고 있는 노동자, 모두가 힘겨운 삶을 이어가
고 있다. 77일간의 파업으로 회사측과 합의했
던 복직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38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와 구상
권 청구가 해고노동자를 짓누르고 있다. 현재
는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동자와 시
민들이 쌍용자동차 회사 앞에서 ‘희망텐트’ 농
성을 이어가고 있다.
2. 학생인권조례 제정 1주년
학생인권시대의 도화선 되었으나 제대로 정착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여전히 많아
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핵심공약 중 하나
인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제정 1주년이 지
났다. 보수진영에서의 근거없는 공격과 일부
교사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나름대로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
는 과제는 많다. ‘제도’가 갖고 있는 형식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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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점과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은 여전
히 풀어야할 숙제다. 보다 근본적으로 입시위
주, 경쟁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사실 ‘인권’과
‘학교’의 거리는 좁혀지기 힘들다.
3. 삼성반도체 생산직 노동자
고(故) 황유미 씨 처음으로 '산재'인정 판결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 4년간의 투쟁 끝에 '산재' 판결 받아
지난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
장 진창수)는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
성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에 대해 첫 번째로
‘산재인정’ 판결을 내렸다. 산재신청 후 4년만
의 일이었다. 하지만, 유가족의 강력한 항의에
도 불구하고 산업안전관리공단은 ‘항소’를 했
고, 2심재판이 진행중에 있다. 2011년 현재,
반올림에 들어온 피해제보 즉 삼성전자 반도
체, LCD, 삼성전기 등 첨단전자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흑색
종(피부암), 다발성경화증, 루게릭 등 여러 희
귀질환 피해 제보가 130여건에 달한다. 이중
47명은 이미 사망을 했다. 거의 대부분이 젊
은 20-30대 노동자들이다. 여전히 삼성을 비
롯한 반도체 생산기업과 정부는 이들에 대한
산재인정은커녕 책임회피에 급급한 현실이다.
4. 정리해고,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위한
'희망버스'
경기지역 참가단 다섯 차례 부산과 서울 운행
김진숙. 그녀를 살리기 위해 출발했던 희망버
스가 온갖 탄압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녀를 크레인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게 했
다. 한진중공업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과 김진숙 민주노총지도
위원의 크레인 농성에 함께 하기 위해 지난 6
월 11일, 첫 번째 희망버스가 출발했다. 10여
대의 버스로 시작한 희망버스는 사람들의 공
감이 확산되면서 전국에서 백여대가 넘는 버
스를 타고 부산의 영도로 향했다. 희망버스의
힘은 국회를 움직였고, 국정감사 자리에 조남
호 한진중공업 회장까지 불러 세우는 성과를
거뒀다. 결국 지난 11월 10일 극적으로 노사
합의를 이뤄냈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크레인
농성 309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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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미FTA, 수원촛불
다섯 번째로 선정된 이슈는 한미FTA와 수원
촛불이다.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된 한미FTA를
이명박 정부들어 날치기로 비준안을 통과시켰
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역 국회의원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과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입방에 올랐다. 남경필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
위원회 위원장으로 한미FTA 날치기 통과의
일등공신이었고, 김진표 의원은 한미FTA에 대
해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에 협조아닌 협조를 한 꼴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촛불에서는 11월 11일부터 매
일 남경필 의원 사무실앞에서 촛불을 들었고,
남경필 의원과 김진표 의원이 다니는 교회 앞
에서도 피켓시위를 벌였다.
위의 다섯가지 이외에도 ‘4대강 반대활동, 선
거법 위반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과 ‘경기
지역 장기투쟁 사업장과 함께하는 희망김장’
그리고 ‘88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2008년 무
더기 해고는 노조와해 목적’ 등도 제시됐다.
* 다가오는 2012년은 다산인권센터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다산인권센터에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적
어주세요.
․ 다산 파이팅...
․ 앞으로도 즐겁게 활기차게.. 지역에서 활동했으면 해요..^^
․ 창립 20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소외된 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노력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 명실상부한 '센터-중심잡기와 흩뿌리기'가 되길...
․ 아니 벌써? 훌륭한 단체가 우리 지역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지역에 빛과 소금이 되어 주세요. ^^
․ 다가오는 20주년을 미리 축하드리구요. 바라는 점 ㅋ ㅋ 글쎄요? 너무 일이 많은 거 같은데 줄이라는 말은
못하고 ㅋ ㅋ 건강들 챙기시면서 했으면 합니다.
․ 앞으로 20년을 또 20년을 쭉~~~~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바로 설때까지 쭈~~~~욱 넘 과했나?
․ 지역과 서울을 오가며 인권현안에 열심인 다산인권센터에 박수를 보냅니다.
․ 새해에도 더 다양한 일들에 매체와 광장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 열심히 투쟁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인권에 관한 소식지를 만들어 시민사회 진영에 배포해봄은 어떨른지요^^
․ 지금 다산으로도 많은 일을 하십니다. 그 다산이 두 배가 되면 더 좋아질거란 쉬운 생각도 들지만, 지금만
유지했음 하는 생각합니다.
․ 우리들 자랑 다산~다신인권센터가 하나도 바쁘지 않은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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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슈 | 경기도 장기투쟁사업장 인터뷰(3)
경기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외국자본의 횡포
파카한일유압의 무분별한 정리해고와 노조탄압 _ 인터뷰 정리 박선희(자원활동가)
시화공단에 소재하고 있는 파카한일유압은 미국자본이 주주인 회사로, 2009년 2월 27일, 글로
벌 경제위기와 물량감소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전체직원 197명 중 조합원 73명, 사무직
34명, 총 113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서를 노동부에 신고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정리해고에 대
한 노조의 반발과 사회적 지탄이 이어지자 정리해고 시점을 연기하다가 총체적인 인원에 대한
해고예고와 달리 특정인을 지목하여 5월 31일 최종 33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했다. 정규직
해고와 노조탄압이 연매출액 420억 원, 이익잉여금 115억 원, 회사신용등급 A, 현금흐름등급
CR1(최상위 등급)인 외국자본의 선택인 것이다.
다산 : 정리해고의 시기와 현재 상황은?
소병희 : 2008년 12월, 임단협(임금단체협상)
을 체결한 이후 회사측에서는 바로 경영상 어
려움이 있다며 2009년 초부터 구조조정을 하
려고 여러 가지 수순을 밟았다. 물론 당시 전
세계적인 경영위기가 있긴 했다. 그것을 핑계
삼아 2009년 5월 31일부로 서른 세 명의 노
동자를 정리해고 시켰고 그때부터 해고자 복
직 투쟁을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다산 : 당시 해고자들의 해고 사유는? 노동조
합 가입과 관련이 있었나?
소병희 : 서른 두 명이 조합원이었고 한 명이
비조합원이었다. 정리해고 시켜놓고 민주노조
말살정책으로 인해서 그 해에는 임단협을 체
결하지 못하고 단협 폐지를 했는데 2011년 2
월 14일에 해지가 되었다. 해지되자마자 여러
가지 형사사건 관련 부분으로 분회장과 수석
부분회장을 징계해고 시켰다.
다산 : 그럼 2011년에 해고당하신 것인가?
소병희 : 저와 분회장은 올해 3월 1일부터 해
고가 되었다.
다산 : 해고의 이유는? 두 분만 이때 되셨나?
소병희 : 해고는 저와 분회장만. 사무부장이
정직 3개월, 부분회장 감봉 3개월, 전대의원
두 분이 감봉 1개월. 직장 폐쇄 때 투쟁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정리해고 전에 있었던 투쟁
의 결과로 여러 형사 사건에 걸려있었다. 작
년 1월에 1심에서 판결이 났는데 그 형사사
건과 관련하여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분회장과
여러 조합간부들이 해고 및 중징계를 당한 것
이다. 완전히 민주노조를 말살시키려는 정책
인 것이다. 그 와중에 정리해고 된 동지들은
투쟁을 계속해서 작년 7월 경에 1심에서 해
고무효소송 인가법원에서 승소를 했다.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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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측에서 내세운 경영위
기라는 구조조정의 명목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산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소병희 : 파카코리아라는 계열사가 있는데 그
계열사의 장안공장에 우리의 물량을 의도적으
로 옮긴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자회사
인 파카하니핀이 화성시 장안면에 파카코리아
제2공장이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파카한일
유압의 제조기술을 유출하고 생산물량을 빼돌
려 놓은 후 경제위기를 빌미로 정리해고를 통
보한 것이다. 정리해고를 단행 한 후 빈자리
를 비정규직으로 채워넣으려 했을 것이다.
다산 : 장안 단지면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
해 경기도가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곳
아닌가?
소병희 : 그렇다. 지방세와 법인세를 감면해주
고 토지임대 혜택까지 주고 있다. 외국자본이
유리한 조건으로 들어왔으면 한국 노동자의
고용과 기술개발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데... 여러 가지 특혜와 지원을 받은 상태에서
다른 곳에 공장을 지어놓고 물량을 빼돌린 후
경영상 이유를 내세워 사람을 자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워놓고 더 이익을 얻
으려 하는 것이다.
다산 : 대부분의 정규직들을 비정규직화하려
고 하는데 정부에서 전혀 규제를 하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소병희 : 그런 상황에서 민주노조까지 말살하
려는 것이다. 우리 회사도 회사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기업노조가 있는데 현재 기업노조와
민주노조를 단일화하는 절차를 걷고 있다. 우
리가 해고되기 전에는 전 직원이 200명 정도
였고 시화공단에 있는 공장이 조합원이 100
명 정도였는데 현재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을
써서 총 100명 정도의 직원만 남았다. 그 중
우리 조합원이 서른 명이고 비조합원이 70명
정도 되는데 총무과와 임원들 빼고 남은 50
명이 기업 노조에 가입을 했다. 과반수가 기
업노조라고 하며 민주노조를 조합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정리
해고 승소된 조합원 32명까지 조합원으로 봐
야 한다고 보는데 회사측에서는 인정하지 않
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법적 투쟁을 비롯해
여러 가지 투쟁을 준비 중에 있다.
다산 : 정리해고 승소된 분들은 아직 복직이
안되셨나?
소병희 : 회사가 고등법원에 항소를 해서 8월
9일 날 최종심리가 있었는데 사측변호사가
요청한 증인이 참석하지 않아서 논쟁만하고
10월26일로 재판 날짜가 다시 잡혔다. 판사가
올해 12월 말까지는 선고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분회장도 8월25일에 중노위에서 부당해
고 승소를 했고 9월16일 날 판결문을 받았는
데 회사가 9월 17일부터 회사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어 조합사무실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산 : 공장의 인원도 많이 줄었다. 공장 전체
인원도 줄은 것인가?
소병희 : 200명에서 100명으로 줄었다.
다산 : 인원 보충 없이 그냥 100명으로
운영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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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희 : 그렇다. 안타까운 건 200명이 달성
했던 매출을 현재 100명으로 달성하고 있다
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약화시켜놓고 노동강
도를 높여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임금문제
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경영하
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경영해야 하는데 민주
노조가 있으면 원하는 대로 경영을 하지 못하
니까 민주노조를 점점 약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잘 알려졌다시피 노조가 없어
지거나 약해지면 발레오공조처럼 사측이 일방
적으로 해고를 통보하고 직장폐쇄를 하는 이
른바 먹튀자본들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다산 : 장기투쟁을 진행하면서 느끼신 점
은? 장기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해 가
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병희 : 장기투쟁이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
도 사실 많이 힘들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래도 우리의 고용, 내 고용을 기업들이 마
음대로 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에 대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싸우지 않으면 차후 우리 사촌동생이 될
수도 있고 아들딸이 될 수도 있고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 같다. 언젠가 우리 자식이나 주변에 있
는 친구들 모두 비정규직 없고 근로조건 좋은
곳에서 일할 것을 꿈꾸면서 투쟁을 하고 있
다. 해고된 동지들은 빨리 복직을 해서 노동
조합으로서 근로조건이나 임금 등을 향상시키
기 위해 노력하며 회사내의 벽을 깨야 한다.
우리의 노력들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 근로조
건 좋은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이 되어야 하
지 않을까, 그리고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전망을 갖고 힘들고 어렵지만 그게 희망이라
고 생각해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연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
후기 :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 분들을 만나다
보면 그 마음이 점점 투명하게 아름다워지는
것을 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 옳
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주는 힘일 것이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은
무엇일까요? 용기 있는 마음을 굳건히 지지하
는 사랑 아닐까요?
투쟁기금으로 지지의 뜻을 보내실 분들은
아래의 계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경기지역 장기투쟁사업장 투쟁기금
후원계좌 : 신협 132-062-189887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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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목)부터 4일(일)까지 4일간의
일정으로 2011지역운동포럼in수원이 진행되
었다. 천주교 수원대리구청 청소년문화회관에
서 진행된 행사는 조촐했지만 참여자 모두에
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_ 글 : 박진
첫날 소통의 문제를 다룬 첫 강연과 우리 역
사속의 민주주의 경험을 찾아보고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던 ‘민주주의에 대한 불편
한 진실’은 여러 과제를 던져주었다. 둘째날
노동운동 지역에서 길을 묻다2 역시 노동과
삶의 과제들을 드러내는 열띤 토론의 장이었
다. 셋째날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북
토크쇼에서는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거나 병간
호하면서 변해버린 삶을 만난 보통사람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쏟아졌다. 덤벼라 빈곤에
서는 지역에서 반빈곤운동의 가능성을 모색하
고, 동네방네 사랑방에서는 주민운동의 경험
을 통한 성과와 한계들이 논의되었다. 저녁
특별강연에서는 세계사회포럼 디렉터인 뎀바
무싸 뎀벨레(Demba Moussa Dembélé)로부터
세계경제의 위기와 대안세계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원순환밴드 ‘인간. 쓰레기’의 공연과 ‘금지
곡 다시 부르기’ 코너, 벼룩시장, 밤샘 영화제
의 부대행사가 준비되었
다. 특히 밤샘 영화제의
첫 공동체 상영영화였던
“돼지의 왕”은 학원폭력
에 담긴 삶에 대한 비관
적 성찰이 번뜩여서 참여
자들을 심란한 밤의 세계
로 안내했다는 소문.
마지막날은 지역 내 시민
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고
과제를 모색하는 안녕하
세요. 시민교육이 장시간
동안 토론되었고, 이주노
동자의 삶을 공동체별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
이 마련되었다. 또한 장애여성의 삶을 통해
네트워크를 찾아보는 자리도 있었다. 마지막
시간은 진행된 세션의 내용을 발표하는
PPT(power point) Party가 있었다.
힘있는 타인에 의해 삶과 미래가 결정되는 신
자유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역운동들이 서
로를 만나 소통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지역운
동포럼. 삼년째인 자리가 얼마나 풍성하고 알
찼는지는 논의된 과제가 일년동안 실천되는
걸 봐야할 참이다. 새로운 지역운동의 과제와
주체를 발굴한다는 자기 소명에 충실했는지,
2011지역운동포럼in수원... 2012년에 보자.
지역운동포럼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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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몸살, 대미를 장식할 벗바리는 바로 화려한 입담과 미모, 건강한 마음씨를 자랑하는 율
천동 언니들입니다. 인터뷰 요청 전화를 드렸더니 마침 함께 활동하고 있는 두레 생협 마을
모임이 있는 날이니 같이 수분크림도 만들고 밥도 먹고 인터뷰도 하는 건 어떠냐는 반가운 제
안을 해주셔서 두말없이 그러마고 대답했습니다. 모임 장소는 삼겹살집. 아니 아침부터 무슨
삼겹살을 먹나 수분 크림을 왜 삼겹살집에 모여서 만드나 했더니 언니들 중 한 분의 닉네임이
삼겹살이랍니다. 역시 심상치 않은 언니들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찾아갔습니다. 함께 한 분들
은 삼겹살, 하늘보리, 먼산 바라기, 맹랑길, 초울사랑 그리고 바른 생협의 김미경 선생님입니
다. 인터뷰 정리 박선희(자원활동가)
몸살 : 어떻게 다산인권센터와 인연을 맺게
되셨나?
하늘 보리 : 먼산이랑 나랑 초등학교 인권교
육이 있었는데 박진(다산 상임활동가)이 강사
로 와서 그때 계기가 되어서 알게 되었다.
몸살 : 이 마을 모임은 다산과 인연을 맺기
전부터 하고 계셨나?
하늘 보리 : 거의 그거랑 같이 시작되었다. 애
들이 5학년 때였으니 만난 지도 3년 정도 된
것 같다.
삼겹살 : 먼산이랑 하늘보리가 먼저 초등학교
에서 인권교육을 받으시고 나는 그 뒷 타임으
로. 나는 인권교육 받고 벗바리가 되었다. 장
소가 없어서 동네 관리사무소에서 받고. 그때
여성인권에 대한 강의였는데 6주인가 4주 짜
리 교육을 받았다.
맹랑길 : 나는 시민단체 괜찮은 데 있으면 일
년 씩 후원해 왔다. 원래 수원에 오래 살다가
홍성에 가서 1년 정도 살다왔다. 주말부부로
살면서 다른 생활을 해보자해서. 그러다가 애
낳기 두 달 전에 올라왔다. 아무래도 거기서
육아를 혼자하기 어려우니까. 환경단체에서
일했던 적이 있고 생협에도 있었고 해서 시민
운동이 낯설지가 않다. 원래 서울로 많이 가
고 했는데 수원에 있는 분들 만나서 여기 지
역 단체들을 알게 되었다. 다산도 그렇게 알
게 되었다.
현재 언니들은 생협에서 진행하는 율천동 마
을 모임을 함께 하고 계시답니다. 한 달에 한
떳다, 벗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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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정도 만나서 문화생활도 즐기고 아나바다
운동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해나가시며
생활에 활력을 얻고 계신다고 합니다.
몸살 : 인권교육 받으시고 벗바리를 하게 되
셨다고 하셨는데 오래되었지만 인권교육 받으
실 당시 느낌이나 감흥 같은 것 말씀해주시
면?
삼겹살 : 내가 지금 현재 처해있는 생활에 따
라서 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하늘보리 : 지금 나에게 직접적으로 당면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인권 침해 문제는 아는 사
람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를 키우다보니까 우리 애들을 좋은 세상에
살게 해주려면 내가 부지런해져야 겠다는 생
각이 든다.
먼산 : 규범적이고 갇힌 사고 속에서 나 자신
조차도 눌러놓고 있어서 스스로 몰랐던 것을
인권교육을 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새
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 웅크리지
않고 나 자신을 꺼내놓을 수 있는 그런 장이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몸살 : 다산을 통해서 수원촛불도 하게 되신
것인가?
먼산 : 그렇다. 여자들은 결혼 이후 금기시 되
는 것이 더 많아진다. 남자가 있는 자리에는
못 가는 게 당연하고 여자가 담배피우는 것을
안 좋게 보고, 뭐든지 육아와 관련 시키고. 부
모로서만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인권교육
을 받으면서 내가 예전에는 자유로운 사람이
었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
고 나서 울타리에 갇혀서 다른 세상의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 만나게 되었다.
초울사랑 : 인권교육을 받으며 아무 생각 없
이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런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몸살 : 마을 모임도 하시고 난 다음이랑 하시
기 전이랑 다를 것 같다. 생활이나 기분 여러
면에서
초울 사랑 : 저는 호기심이 조금 많은 편이라
누가 권해서 하기보다 지나가다가 보고도 관
심 있으면 찾아본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의
심을 안 갖고 나와 내 가족들에게만 집중을
해서 그렇지 조금만 벗어나면 눈을 돌릴 데가
많다. 여기 와서 함께 지내다보면 아주 전문
가들은 아니지만 관심사가 비슷한 정보를 서
로 나누고 그런 것들이 좋다. 또 혼자 관심사
를 찾아 다니다보면 열정이 사그라들 수 있는
데 함께 하면 그렇지 않아서 좋다.
몸살 : 일반적으로 주부들이 모이면 하는 이
야기들이 있는데 그보다 이야기 꺼리가 더 다
양하실 것 같다.
먼산 : 어차피 우리는 외롭고 개별적인 존재
인데 외로워서 모일 거면 관심사가 서로 어느
정도 맞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더 축약이 되는 느낌도 있고. 단
체 후원과 생협 활동도 전혀 다른 길은 아니
라고 본다. 정치적인 색깔도 잘 맞고.
언니들의 대화 주제는 실로 다양했습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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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학교, 정치, 김장, 나는 꼼수다까지 정말
다이나믹했다고 할까요? 특히 오프더레코드가
많아 낱낱이 옮길 수는 없지만 좌중을 압도하
는 삼겹살 언니의 입담은 최고였답니다. 다산
채식 동아리 첫 모임에 닭도리탕을 야심차게
해 드셨다는 이야기를 하며 깔깔깔, 채식 동
아리를 세미나로 바꾸려다 삽시간에 와해되었
다는 이야기를 하며 또 한 번 깔깔깔.
시종일관 즐거운 언니들에게 인권에 대한 각
자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남을 돌아
볼 수 있는 것, 평등, 배려, 기본적인 권리, 끝
없는 사랑이라는 다양하지만 비슷한 색깔의
단어가 나왔습니다. 얼마 전 다산 이야기마당
에서 인권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 상임활동 하시는 분들은 인권하면 차별,
억압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고 하셨다는 말씀
을 드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 크게 공감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
같다고 그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며 어쩐지
가슴 아프다고 말해주는 언니들이 좋았더랬습
니다. 편견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할 줄 아는 것, 인권의 첫 걸음
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몸살 : 내년이면 다산이 20주년이 된다. 마지
막으로 다산 인권센터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
다면?
삼겹살 : 지치지 말고 지금처럼 해주셨으면
좋겠다. 얼마나 힘드실 줄 안다. 그러니 그 분
들한테 안식년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먼산 : 밝고 명랑하게 인권운동을 했으면. 그
나마 다른 단체보다 다산은 매우 밝다고 생각
한다. 이슈는 어둡지만 밝게 풀어내는 것. 그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집회라는 것도 짜여진
행순대로 하기보다. 노동자대회도 가보니 사
실은 사람들이 지루해하더라. 좀 재미있게. 그
게 사람들에게 더 공감하기도 좋고 하니까.
연식(?)에 차이는 있지만 같은 주부로서 언니
들의 모임이 부럽기도 하고 그 활력이 정말
좋아보여 아, 나도 율천동 주민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이렇게 멋진 벗바리 분들
이 계시기에 다산이 20년이라는 세월을 꿋꿋
이 걸어올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저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멋진 언니들, 언젠가 모
두들 얼굴을 맞대고 깔깔깔 웃을 수 있는 날
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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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학생인권조례 1주년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지역에서 함께 학생인권을 고민하는 한
선생님께서 북유럽 교육탐방을 가신다는 이야
기를 들었다. 내심 나도 이 시기(학생인권조
례1주년)가 아니면 언제 책으로만 봤던 북유
럽의 교육을 접할 수 있을까 싶었다. 선생님
의 ‘같이가자’ 꼬임에도 그러나 이번에는 아
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런데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활동가가 걱
정 말고 다녀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다.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큰 맘 먹고 북유
럽 행 비행기에 올랐다.
덴마크를 시작해서 스웨덴, 핀란드의 교육을
보고 오는 9박 10일의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탐방단은 대부분이 교사 분들이었고 광주지역
의 한 구의원님 포함해서 32명이 함께했다.
여기서 우리가 갔던 곳을 모두 소개시켜 드릴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기억을 더듬
어 다시 그곳으로 떠나보겠다. 자~ 출발~
첫 번째 방문지는 덴마크. 장장 9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덴마크는 전 세계 140개국의 경
제, 사회적 상황과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비교
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곳이기도 하다. 2위는 핀란드, 3위는 노르웨
이, 4위는 스웨덴, 네덜란드라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56위라고 한다. 이 수치로 모든
걸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행복’의 나
라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니 그 안에 뭔가 있
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는 이미 150년 전부터 자유학교운동이
핀란드 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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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종합학교 덴마크 종합학교 유치원 교실
일어났는데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아
픈 역사가 있었다. 귀족사회였던 유럽의 많은
평민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였
다. 그러다 지역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사
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였고 농민학교를 비롯해
서 자유학교의 모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러한 자유학교는 성직자로서 탁월한 문인이자
음악가이자 정치가이기도 했던 프레데린 세베
린 그룬투비와 실천적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크리스텐 콜이라는 두 사상가에 의해 구상되
었다. 그 흐름으로 그룬투비 시민대학까지 만
들어졌는데 이번 탐방에서도 살짝 보고 왔다.
에프터스콜레는 과거 150년에 걸친 역사 속에
서 ‘대안 속의 대안’을 만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룬투비와 콜의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에프
터스콜레가 대부분이었지만 1950년대에는 종
교적인 색깔을 지닌 학교도 있었고, 노동운동
이나 정치적 좌파운동이 활발했던 60년대 후
반부터 80년대 걸쳐서는 진보적인 슬로건을
내건 학교들이 늘었다. 80년대와 90년대는 학
습장애아들을 위한 학교가 각 지역에서 만들
어지고, 지금은 개인의 흥미와 관심을 중시하
는 현대적 기호를 반영하여 스포츠, 음악, 드
라마, 자연환경 등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학
교가 늘어나고 있다.
이 다양한 자유학교들의 유형은 세 가지로,
1-10학년 아이들을 위한 자유국민학교인 프리
스콜레, 8-10학년(혹은14세-18세) 청소년을 위
한 자유중등학교인 ‘에프터스콜레’, 18세이상
인 청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민대학이 바
로 그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간 곳은 카스타니에 문화 에프
터스콜레이다. 학교 안을 친절하게 소개시켜
주신 분들은 다름 아닌 이 학교의 학생들이었
다. 학교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학생들이 직접
소개를 하다니 처음부터 새로움의 연속이었
다. 이 학교는 과거에는 여성들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였지만 지금은 남녀 모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에프터스콜레는 모든 학생이 꼭
가야하는 학교가 아니라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로 올라가기 전에 잠시 쉬기도 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배우는 선택적
과정이다. 이 학교의 특징은 대부분이 드라마,
도예, 섬유디자인, 영화, 시각예술, 사진, 음악
같은 문화적 수업이다. 우리 교육 과정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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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학교인데 전교생이 200명 정도이다. 한 반
에 많아도 10명 내외이고 수업시간 또한 아침
식사를 포함해서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해서 4
시 30분에는 모든 교육이 끝난다. 학교 안은
학생들의 작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
다. 우리가 상상했던 학교가 그곳에서는 너무
나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이 곳 말고도
교실이 따로 없이 학교전체가 학교인 곳, 도
서관에서 뛰어놀 수 있는 학교, 쉴 수 있는
학교, 동물농장이 있는 학교 등 모두가 상상
그 이상 이었다.
스웨덴 나까문화센터
다음은 스웨덴이다. 스웨덴에서도 학교에 갔
지만 여기서는 청소년문화센터를 소개하겠다.
덴마크와 아주 가까운 스웨덴 스톨홀름에 위
치한 ‘나까문화센터’를 찾아갔다.
나까문화센터에서는 유치원부터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교직원․일반시민
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모
두 진행되고 있었다. 문화센터를 들어서는 순
간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큰 건물 안에는
공장에서 볼 수 있는 큰 원통이 건물 안에 있
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그 건물은
유명한 엔진공장 이었다. 지금은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고 그 건물을 부수지 않고 그
대로 활용해서 문화센터로 탈바꿈시킨 것이
다. 내부는 붉은색 톤으로 너무나 멋스러웠고
문에 들어서자마자 문화센터의 상징물이라는
큰 전구모양의 조형물이 있어 독특한 분위기
를 연출했다. 큰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가 나
갔다 하는데 그것은 생각의 번쩍임 즉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말한다고 한다. 문화센
터는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운영된다. 또한
정부에서 그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에
게 학교별로 지원금을 주고 있다. 문화센터에
서는 다양한 공연과 문화예술을 접하고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핀란드다. 핀란드는 사실 가기 전
부터 주워들은 정보들이 있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핀란드에서는 야르벤빠 초, 중, 고등
학교를 방문하였다. 야르벤빠는 헬싱키에서도
큰 공립학교에 속한다. 학교입구에는 그 동안
에 이 학교를 방문한 나라에서 선물로 주고
간 것들이 전시되었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
만 한국 전통 물품으로 보이는 것들도 쭉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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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져있었다. 그것을 보고 속으로는 이렇게 많
은 사람들이 왔다 갔는데 한국교육은 왜 이
모양 이 꼴이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
야르벤빠 고등학교에서 한 한국학생을 만났
다. 그 학생은 경기도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어떤 단체를 통해서 교환학생으로 왔다고 한
다. 너무나 반갑고 그 친구가 느끼는 이곳의
교육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근데 같이 간 선
생님들이 워낙 많아서 그리 많은 대화는 나눌
수 없어 아쉬웠다. 한국 교육과 여기 교육의
큰 차이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자유
로움? 너무나 많은 자유로움과 여유’라고 했
다. 핀란드가 연속 3년 동안 PISA(국제학업성
취도평가)에서 1위를 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
해서는 여기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
었다. 그러나 너무나 의외로 여기 친구들은
별 신경 안 쓴다고 한다. 그냥 ‘아 ~ 그런가
보다.’ 정도라고.
수업은 필수과목이 있고 선택과목이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위해서는 어느 정
도의 학점을 이수해야하고 그 학점을 이수하
지 못하면 다시 배우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친구들과 경쟁하지도 않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대학을
나오든 나오지 않든 사회에서 대우가 큰 차이
가 없다고 한다. 이쯤 되면 꿈만 같은 핀란드
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있는지 없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우리와 같은
학생인권조례는 없었다. 왜냐면 우리가 말하
는 학생인권은 학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기본권 또는 헌법이기에 특별한 조례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 사회에서는 그것이
상식이었고 당연한 것이었다. 그 상식을 우리
는 ‘무상급식’조차 뜨거운 감자로 대두 된 다
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여기까지 북유럽 3개국의 교육을 속성으로 정
리해봤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았지만 그
것은 이후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정리해
보려한다. 자세한 정보는 잊어버릴 수도 있지
만 그곳에서 보았던 느낌은 아마도 당분간 잊
지 못할 것 같다.
북유럽이라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3개국이 비슷한 것은 그곳에서는 어
쨌든 문제의 해결을 수직적으로 내리 꽂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이 함
께 모여 고민을 나눈다. 당연히 그 안에는 어
린이도 청소년도 있다. 단순히 아주 좋은 시
스템만 들어온다고 바뀌지는 않는다. 그 안에
문화와 의식이 함께 변화되지 않는 이상 완전
한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학생인권조례라는
시스템이 들어왔다면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여야 한다. ‘행복’
한 그곳을 마냥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도 그렇게 되기 위한 준비를 한 걸음 한 걸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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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작할 무렵 다녀온 여행이야기를 찬바람
가득한 겨울에 들춰내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
니구나. 그래도 너랑 같이 지냈던 2주간의 시
간을 기억해 내는 것인데, 즐거운 마음으로 꺼
내볼까?
드골공항에 내리는 우리 마음은 조금 여유가 있
었다. 낯선 체코땅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
고... 심지어 프랑스로 떠나오던 체코 항공의 승
무원은 또한 얼마나 불친절했니? 코크라는 발음
을 못 알아듣고, “꼴라?”라고 되물어 보며 짜증
스럽게 내밀던, 그 써비스...라니...체코말로 “이런
젠장”을 배워서 써 먹지 못한 게 여전히 마음에
남는구나. 땅콩아, 살면서 약오르는 일을 당하면
그게 체한 것처럼 얹혀서 자꾸 되짚어 후회되는
순간이 있단다. 그걸 줄이기 위해선 단연코 순
발력있게 복수를 해야 한다. 엄마처럼 뒤늦게
가슴을 치면서 그때 그렇게 할껄...하는 바보짓을
하지 않으려면, 조선말로라도 빠르게 “이런 시베
리안 허스키 같으니...”라고 해버리는 것이다. 알
았지?
그래도 성구삼촌이 마중 나온다고 하니, 마구
마음이 놓였지. 영어조차 짧은데, 프랑스에서는
그 조차 불어가 아니면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하
니...얼마나 쫄았는지 말이다. 드골공항에서 만난
성구삼촌은 근래 만난 동양인중에 가장 잘생긴
남자라고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지. 낯선 땅에
서 낯익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반갑다’와 같
은 딱딱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더 뜨끈한 유
기화학적 언어가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성구
삼촌이 한국에 있는 동안 엄마한테 입었다는 은
혜의 기억말이다. 사실 엄마는 기억도 잘 나지
않은 그 일로 인해, 성구삼촌은 엄마와 땅콩에
게 더 없이 잘해줬잖아? 그래서 말이다. 사람은
어디서나, 누구나에게나 늘 선물처럼 살아야하
는 거야. 선물같은 인생을 살다보면 선물같은
삶이 다가온다는 말이야. 엄마는 먼 땅 프랑스
파리에서 그걸 또 깨달았잖아. 다행이야. 그동안
영 쓸모없게 살지는 않았어, 라고.
그런데 우리의 파리 여행은 첫날부터 강행군이
었지. 어머, 어머 르부르박물관은 왜 그렇게 넓
은 것이니? 기원전의 조각상부터 시작해서 레오
나르도 다빈치, 램브란트, 라파엘, 앵그르...같은
미술책에서 보던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다니...
엄마는 대단한 감격에 빠졌지만 물론 땅콩은 관
심이 없었지. 다만 유독‘모나리자’에서 인증샷을
찍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100미터의 두께로 몰린
관광객을 뚫고 앞으로 전진하다가 중간쯤 포기
할 때, 니 얼굴은 울상이었어. 그런 니 얼굴을
보는 엄마는 짜증으로 울상이었지. 그때부터 엄
마는 거짓말안하고 서른아홉번쯤 “너, 그럴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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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라왔어...”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 아마 절
반쯤은 직접 하기도 했었지. 박물관에서 본 니
케여신상은 정말 아름다운 비율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박물관을 채운 예술품들은 대부분 프랑
스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약탈해 온 것이라고 하
지...완벽하고 때로는 몽환적이며 그리고 자주 에
로틱했던 작품들의 사연은 보이는 것보다 비열
했던 거야.
그 며칠의 강행군을 모두 기억하니? 세계의 모
든 명품들이 몰려들었다는 샹제르제 거리, 개선
문, 에펠탑, 콩코드 광장. 르부르 박물관만큼 넓
어서 볼 것도 많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
리저리 밀려 다녔던 베르사이유 궁전. 코끼리
바위가 인상적이었던 에트라타 해변, 프랑스의
지중해라고 불리던 옹 플래트...가난한 피카소가
살았다는 몽마르뜨 언덕의 어느 상점 앞, 비포
선셋에서 줄리델피와 에단호크가 만났다는 낡은
서점. 모두 기억하니? 비가 흩날리는 밤에 바토
뮤슈를 타고 보았던 야경이 휘황했던 에펠탑은?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던 몽파르나스 타워,
세느강과 다리, 노틀담 성당, 소르본 대학 앞의
분수대, 오르세 미술관 앞에서 보았던 마술쇼...
모두 기억나니? 알록달록 달콤했던 마까롱, 입안
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고 좋아하던 스테이크,
얼큰한 베트남쌀국수...그 맛은 어떠니?
그런데 엄마는 그런 모든 것들보다 더 오래 기
억에 남는 것이 쓰레기통을 뒤지던 집시 모녀들
이란다.
우리가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가다가 만났던, 사
실은 파리 곳곳에서 스산한 표정으로 스쳤던 그
언니들 말이야. 동유럽에서 왔다는 집 없이 떠
돌아다니는 사람들. 우리 숙소의 누구 가방 문
을 열려고 했다는, 관광객들의 물건을 소매치기
하거나 구걸을 하는 사람, 집시들. “엄마, 저 언
니들이 나한테 트림했어. 기분나빠.”땅콩도 언니
들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지? 프랑스에
는 많은 인종이 섞여 살고 있었어. 성구 삼촌같
은 동양인, 에펠탑 앞에서 선물로 산 열쇠고리
를 팔던 흑인, 프랑스 곳곳에서 만난 얼굴 하얀
백인들. 그들 모두 아무런 차별없이 섞여 살고
있는 듯한 프랑스는 사실은 철저한 계급사회처
럼 보였어. 1구역부터 구획된 파리는 다리 하나
사이를 두고, 여기는 백인이 살고 여기는 흑인
이 살아. 백인이 사는 동네는 치안이 안전하고,
흑인이 사는 동네는 밤에는 걸어 다닐 수 없는
곳이지. 집시들은 그런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
급의 사람들로 분류됐지. 위험한 사람들, 나쁜
사람들, 더러운 사람들. 그래서 유럽사회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집시문제가 중요한 화두가 되
었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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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동안 집시들이 왜 그렇게 많이 눈에
띄던지 말이다. 우리를 공항까지 바래다 준 한
국 아저씨 기억나니? 한국에서 프랑스로 온지,
10년쯤 되었는데... 자기는 만족하면서 산다고
하던. 아저씨가 그런 말을 했잖아. “한국처럼 살
기 힘든데, 왜 거기서 살아요?”라고. 그러면서
아저씨는 또 이런 말도 했어. “이민자들은 체코
인 싸르코지 같은 성공사례를 기대하면서 살아
가지만 사실 프랑스 사회는 복지는 주되, 권력
은 소수의 사람이 독점하면서 사는 사회지요.”라
고. 그런 아저씨의 말씀이 엄마는 쓸쓸하게 들
렸단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동족의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철저히 구획된 파리
도심처럼...사람들의 서열도 정확하게 구획되어있
는 사회라는 걸 깨달았어. 집시는 영원히 천대
받으면서 쓰레기통을 뒤질 수밖에 없겠구나...하
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계속 슬펐다, 내내. 태
어나면서부터 감당해야하는 차별과 가난과 멸시
를 극복할 방법이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 때
문에.
에펠탑 앞에서 85호 크레인에 올라 농성중인 김
진숙 이모를 위한 1인 시위를 잠깐 했던 것...기
억하니? 지금은 이모가 그 곳에서 내려와 건강
을 회복중이지만, 그때만 해도 한진중공업 싸움
이 성공할 수 있을까, 김진숙 이모는 무사하게
땅으로 내려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을 때였어.
그래서 대륙을 건넌 걱정 병이 엄마를 좀 쓸쓸
하게 만들었었지. 그런데 아랍인들이 사는 거리
의 어느 바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성구삼촌이 이
런 말을 하더구나. “여기가 파리의 경계같은 곳
이예요. 위험한 거리와 덜 위험한 거리. 그리고
세느강과 버스와 전철, 와인과 밤...여길 보시면
다 보시는 겁니다.”라고. 뭐랄까...사람들의 삶은
어디에서고 이어지는 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
어. 모두 경계에 있는 삶...여기가 어쩌면 땅의
시작이고 땅의 끝일지도 모르는데...하는 그런 느
낌.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사람이 쓴 ‘쓰레기가
되는 삶들’이라는 책이 생각났어. 오늘날의 새로
운 빅브라더는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을
골라내, 쫓아내고 추방하고 근처에도 오지 못하
게 한다고 해. 그래서 많은 삶들이 쓰레기가 되
고 있다고. 엄마는 경계의 땅에서 쓰레기가 되
는 삶은 어쩌면 처음부터 누구에게도 없다는 가
능성을 또한 느끼게 된거야. 쓰레기 통을 뒤지
며 살아가는 집시의 땅에서... 오히려 말이야.
땅콩한테는 아직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겠구나.
나중에 엄마보다 한 뼘 쯤 키가 더 크면 그때는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결론은 뭐냐고?
엄마는 프랑스에서 슬픔과 깨달음을 동시에 느
꼈다고 할까? 물론 물론 그 밤에 프랑스 와인
두병쯤은 먹었으니까. 그랬겠지? 왜 그렇게 많이
먹었냐고? 왜겠니...그날은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
거든. 프랑스의 모든 것을 용서해줘야 할 이별
의 밤! 말이다. 그래, 유럽은 일단 여기까지. 다
음 여행의 목적이 필요해질 때까지 우리의 일상
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
19
책소개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김완 옮김,
이타카, 2011
이근택
사회가 정치적, 경제적 정체 상태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치료할 수단으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장기 요법이 아니라 부작용을
수반하는 즉효약, 즉 강력한 지도자가 사회에
질서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원했다.
이를 두고 D. 싱클레어라는 역사학자는 이렇
게 기술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았을 때, 민중이란 본래 자
주적 사고와 그에 수반한 책임보다도 명령과
종속과 그에 따른 책임 면제를 선호한다.
…… 민주정치 체제에서 일어난 실정(失政)은
부적절한 위정자를 선택한 민중 자신에게 책
임이 돌아오지만, 전제정치에서는 그렇지 않
다. 민중은 자기반성보다도 마음 편히, 무책임
하게 위정자를 험담할 수 있는 처지를 선호하
는 법이다."
20세기 독일이나 21세기 한국이 떠오르는 사
람도 있겠지만, 가카가 그런 분이 아니지 않
은가? 우주력 310년의 이야기다.
2011년 공지영의 "도가니"가 재조명되고, 김어
준의 "닥치고 정치"와 스티브 잡스 자서전이
화제 속에 출간되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가카
의 "The Uncharted Path"도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2011년 올해의 책 목록
첫머리에 올라가야 할 것은 재출간된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다.
"은하영웅전설'은 90년대 초 해적판으로 출간
되었을 당시 어떤 이는 운동권 대학생으로,
어떤 이는 - 제 정신인가 싶지만 - 사관학교
입학으로 이끌었다고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
기를 끌며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게 얘기하면 대략 먼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동맹군의 명장 양 웬
리와 은하제국 원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이 각자 민주공화정의 수호와 패권의 성취를
위해 우주 함대로 치고받는다는 얘기다. 그러
나 단순한 SF 활극에 그치지 않고 부패한 민
주주의와 강력하고 개혁적인 전제 정치를 대
비시키며 현실에 날카로운 풍자를 가하고 있
20
기에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책은 다시금
읽을 가치가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은하영
웅전설"에 그려진 타락하고 부패한 정치가 20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
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아닌게 아니라 "은하영웅전설"의 민주공화정
은 민중은 독재자를 만들어내고, 국민의 손으
로 선출한 국가 원수는 적국에 나라를 팔아넘
기고, 그나마 민주적이라는 정치인도 국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최악의 정치 체
제로 그려진다. 민주 정치의 이상과는 별개로
타락하고 부패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가진
듯이. 다나카 요시키는 작중 인물의 입을 빌
려 의문을 제기한다. "민주공화정이란 국민이
자유의지로 자기 자신의 제도와 정신을 타락
시키는 정치 체제인가?"
오늘날의 우리 현실을 보면 왠지 그럴듯한 설
득력이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를 그리
워하고, 시민의 손으로 뽑힌 정치가는 시민의
뜻을 무시하고, 시민들은 뭔가 새로운 '인물'
이 나와 세상을 대신 바로잡아주길 원하고,
이른바 진보라는 사람들은 투표용지 쪼가리
하나가 시민의 정치적 실천의 전부인 양 '닥
치고' 찍으라고 떠들어댄다. 아 이거, 꿈도 희
망도 없구만.
책을 빌미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다보니 마치
"은하영웅전설"이 민주정치를 부정하는 내용
인 것처럼 되어 버렸지만, 그렇지는 않다. 오
히려 올바른 민주정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있다. 이를테
면 이런 것.
"법을 따르는 것은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이
다. 그러나 국가가 스스로 규정한 법에 등을
돌리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려 했을 때 덮어
놓고 이를 따르는 것은 오히려 시민의 죄악이
지. 왜냐하면 민주국가의 시민에게는 국가가
저지른 죄나 오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
판하고 저항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란
다."
이 소설 뿐 아니라 역사와 현실을 돌이켜봐도
민주정치의 부패와 타락은 마치 운명처럼 보
일 때가 있다. 시민의 시야는 좁아져서 중우
(衆愚)로 전락하고 권력은 소수에 독점되어
부패한다. 민주주의는 이상일 뿐인가?
"은하영웅전설"은 현실을 그릴 뿐 대답을 주
지 않는다. 내 대답은 "자본주의"다. 민주주의
는 자본주의라는 옷을 입고 성장하였지만, 이
제 그것은 성장을 가로막고 왜곡하는 방해물
이 되어버렸다. 이제 자본주의라는 옷을 벗어
던지지 않고서는 민주주의의 발전은 앞이 보
이지 않는다. 여러분의 대답은?
21
영화소개
나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영화 ‘셀 211’을 보고
유이
※ 영화의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어디선가 재미있다는 간략한 평을 듣고, 액션
영화로 보이는 포스터를 본 뒤 선택하게 된
영화, ‘셀 211’. 처음엔 단순한 미국식 액션물
로 생각했는데, 막상 감상하고 보니 스페인
영화였고, 단순 액션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교도관으로 첫 출근을 앞둔 후안은 선배 교도
관들에게 여러 조언을 얻기 위해 출근하기 전
날 교도소를 방문한다. 선배 교도관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듣던 중, 건물 천장 벽돌이 무너
져 내려 후안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당
황한 선배 교도관들은 비어있는 독방에 후안
을 눕히고 의료진을 부르려 하지만, 갑작스레
발생한 죄수들의 폭동으로 후안만을 남긴 채
그 곳을 도망친다. 죄수들에게 둘러쌓인 후안
은 자신이 교도관인지 모르는 점을 이용하여,
새로 들어온 죄수처럼 행동하며 탈출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문제는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죄수흉내를
내던 후안이 점점 더 죄수들의 입장이 되어간
다는 점이다. 폭동의 과정 속에서 죄수들과
이야기를 하던 후안은 교도소의 비리에 대해
서 듣게되고, 죄수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죄수흉내에 불과했던 후안은 점점 더 죄
수들과 똑같은 입장이 되어간다.
결국 이 영화의 바탕에는 사회적 관계 속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흑인은 흑인이
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그는 노예가 된다.”
라는 마르크스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위치
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서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대공장의 어떤 남
성 노동자는 관리직이나 사장에게는 굽신거리
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다르게 행동
할 것이다. 또한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가
정에 돌아가서는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말할
것이다. 결국 똑같은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어
떠한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서 그의 입장은 결
정된다. 영화 속의 후안도 자신이 처한 위치
에 충실했을 뿐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22
것 그대로 자신의 입장을 결정했을 뿐이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회적 관
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있다. 이것을 위
해 가장 먼저 알아야할 지점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가이다. 자신이 억압하는 위치에
있는 것인지 억압당하고 있는 위치인지를 냉
정하게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노동자라면 노
동자의 입장에 서야 할 것이고, 자신이 남성
이라면 여성들을 억압하는 관계를 만들고 있
지 않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현실은 다른 것 같다. 소
위 강남 부자들로 대표되는 상위 1%들은 자
신들을 위한 계급투표를 하지만, 나머지 99%
들은 자신들을 위한 투표를 하지 못하고 있
다. 자신이 농민이거나 노동자라면 한․미 FTA
에 반대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어떠
한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며 ‘국익’을
위해 한․미 FTA에 찬성한다.
한 명의 개인을 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은 수십년 혹은 수백년동안 형성된 사
회적 관계 속에 놓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
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알면서도, 억압자
의 위치를 고수하려한다거나, 피억압자인 자
신의 입장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이
다. 영화가 묻고 있는 지점은 단순하다. 당신
은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인권교육팀
인권의 눈은 번쩍, 귀는 쫑끗, 말초신경은 아하~ 할 수 있는 ‘페다고지’ 세미나를 진행했
어요. 뭔가 알 것 같기도 하면서도 뭔가 어려운 그 무엇이 있어요.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채워나가면서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어요. 현재 인권교육팀은 청소년 인권, 장애인권, 노동
인권 교육으로 나누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눈 깜박할 사이 지나간 2011년을 평가하고 내
년 활동계획을 고민하는 중입니다.
노숙소녀 살해사건 검·경 살인누명 규탄 및 형집행정지 촉구 행동
2005년 수원고등학교에서 발견된 노숙소녀 사망사건을 기억하나요? 그 당시 소녀의 살인
범으로 기소된 노숙인이 2명 있었고 추가로 청소년들도 구속기소되었죠. 사건진행도중 청
소년들은 무죄가 밝혀져서 풀려났습니다. 이와 연관된 위증재판에서 원래 기소되었던 노
숙인 2명 역시 무죄라는 판결이 났지요. 그런데 여전히 노숙인 1명은 구속수감중입니다.
경찰과 검찰의 누명씌우기로 인해 힘없는 약자의 인생이 나락에 떨어졌습니다. 석방운동
과 검,경 책임을 묻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용역프로젝트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용역폭력의 원인과 구조를 분석하고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중이지요. 12월에는 토론회를 진행하고 1월까지 정책보고서를 작성하려고 합니다. 극
심한 용역폭력을 멈추기 위한 사회적 대안마련에 관심가져주세요. ^^
우리 이렇게 활동해요
23
수입 지출
총계 ₩26,752,067 총계 ₩23,269,596
이월 전월이월 ₩3,718,547
운영비
소계 ₩3,173,776
경상수입
CMS후원 ₩10,876,310
경상운영비
임대비
자동이체후원 ₩70,000 관리비 ₩1,083,660
특별후원 ₩11,123,520
일반운영비
정보통신비 ₩611,956
일반후원 ₩755,100
사업수입
일반사업 활동비 ₩325,200
교육사업 ₩150,000 사무관리비 ₩384,200
재정사업 차량유지비 ₩648,040
행사사업 기타 ₩120,720
기타수입
결산이자 ₩560
인건비
소계 ₩14,636,140
기타 ₩58,030 급여 급여 ₩12,723,520
복리후생비
식대 ₩888,740
상여금 ₩200,000
자원활동가지원비 ₩601,880
기타 ₩222,000
사업비
소계 ₩5,459,680
경상사업비
우편발송비 ₩202,470
인쇄비 ₩170,000
기타
일반사업비
교육사업비 ₩150,000
행사사업비 ₩247,690
기획사업비 ₩3,900,000
현안사업비 ₩38,420
기타 ₩22,100
연대사업비
분담금 ₩340,000
후원금 ₩380,000
기타 ₩9,000
차월이월 ₩3,482,471
7월~10월 살림살이
간은균 간호중 강복심 강윤정 고 영 곽봉식 곽지숙 곽창훈 구선희 국찬석 권민희 권인철 길은실 김경숙 김경지 김계향 김기헌
김남하 김노진 김동겸 김동균 김동우 김문정 김미숙 김민규 김병선 김성종 김성중 김수영 김새봄 김아름 김영기 김영주 김윤경
김윤종 김윤희 김재숙 김재욱 김종태 김주이 김준성 김지수 김지연 김진성 김진우 김진혁 김칠준 김태교 김태균 김학성 김현주
김현창 김현철 김형일 김혜령 김희연 남길현 남영숙 남현우 노영란 류용웅 문민수 문숙희 민진영 박관우 박미향 박선희 박설규
박영재 박재형 박정근 박주민 박준모 박지영 박 찬 박 철 박태현 배용석 백수영 백아형 서미나 서미향 서윤수 서재덕 서정리
서정희 서태정 성명애 송명훈 송연주 송용기 송원찬 송인숙 송주현 승혜신 신동석 신민정 신성원 신유아 신은정 안병주 안상용
안승권 안정희 안진영 안태형 양민재 엄명환 여운철 오동석 오석경 오세범 오일용 오준원 오준희 오춘상 왕윤정 원선옥 원영기
유미희 유정은 유준영 육성철 윤권영 윤영훈 윤태관 이가영 이강복 이광훈 이근랑 이기원 이기은 이기자 이길순 이문영 이민정
이범희 이병삼 이봉임 이상무 이상목 이상언 이선희 이세훈 이순일 이승규 이연민 이연진 이영기 이영문 이영미 이용덕 이용석
이우상 이은별 이정무 이종란 이종수 이종순 이주현 이창림 이학준 이향숙 이현찬 이호헌 임대철 임성민 임수현 임시정 임양숙
임혜경 장계순 장대전 장명호 장성옥 장세민 장소영 장여경 장지철 장진욱 장혜진 전민호 전신안 전인숙 정만준 정미현 정상용
정만주 정 민 정연희 정용진 정태욱 정현경 정 희 조건준 조명진 조상현 진상범 조성범 진상범 천 진 최강호 최서영 최성규
최영롱 최종숙 최혁진 최형규 태상미 한상웅 한수연 한준경 허 선 홍영준 홍의표 홍진숙 황필규 황현수
● 다산인권센터 벗바리가 되어주세요! 자동이체와 CMS 신청이 있습니다.
신한 110-062-448424(박진 다산인권상담소) 농협 116-12-264081(노영란)
9, 10월 후원해주신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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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월호(편집본)

  • 1. 1 주소 : (우)442-844,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185-13 2층 전화 : 031)213-2105 | 팩스 : 031)215-4395 홈페이지 : http://www.rights.or.kr | 다음카페 : http://cafe.daum.net/humandasan 이메일 : humandasan@gmail.com 다산인권센터 인권이슈 2011년 경기/수원지역 인권이슈 총정리 인터뷰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인터뷰(3) 칼럼 2011지역운동포럼in수원 참가기 떳다! 벗바리 율천동의 앗쌀한 언니들 북유럽 교육현장 탐방 그곳엔 학생인권조례가 없었다 여행기 땅콩과 꼬봉의 유럽여행기(2) 책소개 은하영웅전설 영화소개 나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한미FTA 때문에 정치권은 격랑에 빠졌고, 시민들은 한겨울 물대포 세례를 맞았습니다. 사실, 한미FTA가 우 리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런게 어디 한미FTA 뿐만이겠습니까. 나의 삶을 좌지우지 하 는 것은 내 자신이 아니었음을 다시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2011년을 마무리하면서 경기/수원지역 인권이슈 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번잡한 연말보다 우리를 뒤돌아보는 조용한 연말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우리, 힘내자구요! 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몸살 다산인권센터 소식지 2011년 11_12월호
  • 2. 2 인권이슈 2011년, 경기/수원지역 인권이슈는? 연말이면 으레 ‘다사다난’이란 표현을 씁니다.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이 단어를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는 한해였습니다. 사실 두렵습니 다. 온갖 재난과 재앙에 익숙해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수원지역에서 벌어진 반인권적인 이슈 를 다시한번 상기해봤습니다. 다산인권센터 벗바리, 인권활동가와 지역주민들에게 설문을 부탁드렸습니다. 사실, 여러 이슈를 정리하다 보니 긍정적인 이슈보다 부정적이고 마음아픈 이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2가지 이슈 중 에 여러분들이 선택해주신 다섯 가지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행복한 일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_ 글 : 안병주 1.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죽음 이어져 해고 이후 2년여 동안 19명이 세상 등져, 대 부분 해고노동자 가족. 현재까지도 외상후 스 트레스 심각 19명의 생떼 같은 목숨이 하늘로 올라갔다. 2009년 회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저항 했던 77일간의 파업이후 19명의 노동자와 가 족이 자살과 스트레스성 질 환으로 생을 달리했다. 살아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해고와 징계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 고 있는 노동자, 모두가 힘겨운 삶을 이어가 고 있다. 77일간의 파업으로 회사측과 합의했 던 복직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38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와 구상 권 청구가 해고노동자를 짓누르고 있다. 현재 는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동자와 시 민들이 쌍용자동차 회사 앞에서 ‘희망텐트’ 농 성을 이어가고 있다. 2. 학생인권조례 제정 1주년 학생인권시대의 도화선 되었으나 제대로 정착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여전히 많아 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핵심공약 중 하나 인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제정 1주년이 지 났다. 보수진영에서의 근거없는 공격과 일부 교사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나름대로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 는 과제는 많다. ‘제도’가 갖고 있는 형식적인
  • 3. 3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점과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은 여전 히 풀어야할 숙제다. 보다 근본적으로 입시위 주, 경쟁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사실 ‘인권’과 ‘학교’의 거리는 좁혀지기 힘들다. 3. 삼성반도체 생산직 노동자 고(故) 황유미 씨 처음으로 '산재'인정 판결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 4년간의 투쟁 끝에 '산재' 판결 받아 지난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 장 진창수)는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 성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에 대해 첫 번째로 ‘산재인정’ 판결을 내렸다. 산재신청 후 4년만 의 일이었다. 하지만, 유가족의 강력한 항의에 도 불구하고 산업안전관리공단은 ‘항소’를 했 고, 2심재판이 진행중에 있다. 2011년 현재, 반올림에 들어온 피해제보 즉 삼성전자 반도 체, LCD, 삼성전기 등 첨단전자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흑색 종(피부암), 다발성경화증, 루게릭 등 여러 희 귀질환 피해 제보가 130여건에 달한다. 이중 47명은 이미 사망을 했다. 거의 대부분이 젊 은 20-30대 노동자들이다. 여전히 삼성을 비 롯한 반도체 생산기업과 정부는 이들에 대한 산재인정은커녕 책임회피에 급급한 현실이다. 4. 정리해고,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위한 '희망버스' 경기지역 참가단 다섯 차례 부산과 서울 운행 김진숙. 그녀를 살리기 위해 출발했던 희망버 스가 온갖 탄압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녀를 크레인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게 했 다. 한진중공업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과 김진숙 민주노총지도 위원의 크레인 농성에 함께 하기 위해 지난 6 월 11일, 첫 번째 희망버스가 출발했다. 10여 대의 버스로 시작한 희망버스는 사람들의 공 감이 확산되면서 전국에서 백여대가 넘는 버 스를 타고 부산의 영도로 향했다. 희망버스의 힘은 국회를 움직였고, 국정감사 자리에 조남 호 한진중공업 회장까지 불러 세우는 성과를 거뒀다. 결국 지난 11월 10일 극적으로 노사 합의를 이뤄냈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크레인 농성 309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 4. 4 5. 한미FTA, 수원촛불 다섯 번째로 선정된 이슈는 한미FTA와 수원 촛불이다. 노무현 정부시절 추진된 한미FTA를 이명박 정부들어 날치기로 비준안을 통과시켰 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역 국회의원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과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입방에 올랐다. 남경필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 위원회 위원장으로 한미FTA 날치기 통과의 일등공신이었고, 김진표 의원은 한미FTA에 대 해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에 협조아닌 협조를 한 꼴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촛불에서는 11월 11일부터 매 일 남경필 의원 사무실앞에서 촛불을 들었고, 남경필 의원과 김진표 의원이 다니는 교회 앞 에서도 피켓시위를 벌였다. 위의 다섯가지 이외에도 ‘4대강 반대활동, 선 거법 위반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과 ‘경기 지역 장기투쟁 사업장과 함께하는 희망김장’ 그리고 ‘88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2008년 무 더기 해고는 노조와해 목적’ 등도 제시됐다. * 다가오는 2012년은 다산인권센터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다산인권센터에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적 어주세요. ․ 다산 파이팅... ․ 앞으로도 즐겁게 활기차게.. 지역에서 활동했으면 해요..^^ ․ 창립 20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소외된 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노력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 명실상부한 '센터-중심잡기와 흩뿌리기'가 되길... ․ 아니 벌써? 훌륭한 단체가 우리 지역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지역에 빛과 소금이 되어 주세요. ^^ ․ 다가오는 20주년을 미리 축하드리구요. 바라는 점 ㅋ ㅋ 글쎄요? 너무 일이 많은 거 같은데 줄이라는 말은 못하고 ㅋ ㅋ 건강들 챙기시면서 했으면 합니다. ․ 앞으로 20년을 또 20년을 쭉~~~~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바로 설때까지 쭈~~~~욱 넘 과했나? ․ 지역과 서울을 오가며 인권현안에 열심인 다산인권센터에 박수를 보냅니다. ․ 새해에도 더 다양한 일들에 매체와 광장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 열심히 투쟁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인권에 관한 소식지를 만들어 시민사회 진영에 배포해봄은 어떨른지요^^ ․ 지금 다산으로도 많은 일을 하십니다. 그 다산이 두 배가 되면 더 좋아질거란 쉬운 생각도 들지만, 지금만 유지했음 하는 생각합니다. ․ 우리들 자랑 다산~다신인권센터가 하나도 바쁘지 않은 한 해...
  • 5. 5 인권이슈 | 경기도 장기투쟁사업장 인터뷰(3) 경기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외국자본의 횡포 파카한일유압의 무분별한 정리해고와 노조탄압 _ 인터뷰 정리 박선희(자원활동가) 시화공단에 소재하고 있는 파카한일유압은 미국자본이 주주인 회사로, 2009년 2월 27일, 글로 벌 경제위기와 물량감소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전체직원 197명 중 조합원 73명, 사무직 34명, 총 113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서를 노동부에 신고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정리해고에 대 한 노조의 반발과 사회적 지탄이 이어지자 정리해고 시점을 연기하다가 총체적인 인원에 대한 해고예고와 달리 특정인을 지목하여 5월 31일 최종 33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했다. 정규직 해고와 노조탄압이 연매출액 420억 원, 이익잉여금 115억 원, 회사신용등급 A, 현금흐름등급 CR1(최상위 등급)인 외국자본의 선택인 것이다. 다산 : 정리해고의 시기와 현재 상황은? 소병희 : 2008년 12월, 임단협(임금단체협상) 을 체결한 이후 회사측에서는 바로 경영상 어 려움이 있다며 2009년 초부터 구조조정을 하 려고 여러 가지 수순을 밟았다. 물론 당시 전 세계적인 경영위기가 있긴 했다. 그것을 핑계 삼아 2009년 5월 31일부로 서른 세 명의 노 동자를 정리해고 시켰고 그때부터 해고자 복 직 투쟁을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다산 : 당시 해고자들의 해고 사유는? 노동조 합 가입과 관련이 있었나? 소병희 : 서른 두 명이 조합원이었고 한 명이 비조합원이었다. 정리해고 시켜놓고 민주노조 말살정책으로 인해서 그 해에는 임단협을 체 결하지 못하고 단협 폐지를 했는데 2011년 2 월 14일에 해지가 되었다. 해지되자마자 여러 가지 형사사건 관련 부분으로 분회장과 수석 부분회장을 징계해고 시켰다. 다산 : 그럼 2011년에 해고당하신 것인가? 소병희 : 저와 분회장은 올해 3월 1일부터 해 고가 되었다. 다산 : 해고의 이유는? 두 분만 이때 되셨나? 소병희 : 해고는 저와 분회장만. 사무부장이 정직 3개월, 부분회장 감봉 3개월, 전대의원 두 분이 감봉 1개월. 직장 폐쇄 때 투쟁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정리해고 전에 있었던 투쟁 의 결과로 여러 형사 사건에 걸려있었다. 작 년 1월에 1심에서 판결이 났는데 그 형사사 건과 관련하여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분회장과 여러 조합간부들이 해고 및 중징계를 당한 것 이다. 완전히 민주노조를 말살시키려는 정책 인 것이다. 그 와중에 정리해고 된 동지들은 투쟁을 계속해서 작년 7월 경에 1심에서 해 고무효소송 인가법원에서 승소를 했다. 승소
  • 6. 6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측에서 내세운 경영위 기라는 구조조정의 명목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산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소병희 : 파카코리아라는 계열사가 있는데 그 계열사의 장안공장에 우리의 물량을 의도적으 로 옮긴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자회사 인 파카하니핀이 화성시 장안면에 파카코리아 제2공장이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파카한일 유압의 제조기술을 유출하고 생산물량을 빼돌 려 놓은 후 경제위기를 빌미로 정리해고를 통 보한 것이다. 정리해고를 단행 한 후 빈자리 를 비정규직으로 채워넣으려 했을 것이다. 다산 : 장안 단지면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 해 경기도가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곳 아닌가? 소병희 : 그렇다. 지방세와 법인세를 감면해주 고 토지임대 혜택까지 주고 있다. 외국자본이 유리한 조건으로 들어왔으면 한국 노동자의 고용과 기술개발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데... 여러 가지 특혜와 지원을 받은 상태에서 다른 곳에 공장을 지어놓고 물량을 빼돌린 후 경영상 이유를 내세워 사람을 자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워놓고 더 이익을 얻 으려 하는 것이다. 다산 : 대부분의 정규직들을 비정규직화하려 고 하는데 정부에서 전혀 규제를 하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소병희 : 그런 상황에서 민주노조까지 말살하 려는 것이다. 우리 회사도 회사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기업노조가 있는데 현재 기업노조와 민주노조를 단일화하는 절차를 걷고 있다. 우 리가 해고되기 전에는 전 직원이 200명 정도 였고 시화공단에 있는 공장이 조합원이 100 명 정도였는데 현재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을 써서 총 100명 정도의 직원만 남았다. 그 중 우리 조합원이 서른 명이고 비조합원이 70명 정도 되는데 총무과와 임원들 빼고 남은 50 명이 기업 노조에 가입을 했다. 과반수가 기 업노조라고 하며 민주노조를 조합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정리 해고 승소된 조합원 32명까지 조합원으로 봐 야 한다고 보는데 회사측에서는 인정하지 않 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법적 투쟁을 비롯해 여러 가지 투쟁을 준비 중에 있다. 다산 : 정리해고 승소된 분들은 아직 복직이 안되셨나? 소병희 : 회사가 고등법원에 항소를 해서 8월 9일 날 최종심리가 있었는데 사측변호사가 요청한 증인이 참석하지 않아서 논쟁만하고 10월26일로 재판 날짜가 다시 잡혔다. 판사가 올해 12월 말까지는 선고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분회장도 8월25일에 중노위에서 부당해 고 승소를 했고 9월16일 날 판결문을 받았는 데 회사가 9월 17일부터 회사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어 조합사무실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산 : 공장의 인원도 많이 줄었다. 공장 전체 인원도 줄은 것인가? 소병희 : 200명에서 100명으로 줄었다. 다산 : 인원 보충 없이 그냥 100명으로 운영하고 있나?
  • 7. 7 소병희 : 그렇다. 안타까운 건 200명이 달성 했던 매출을 현재 100명으로 달성하고 있다 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약화시켜놓고 노동강 도를 높여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임금문제 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경영하 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경영해야 하는데 민주 노조가 있으면 원하는 대로 경영을 하지 못하 니까 민주노조를 점점 약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잘 알려졌다시피 노조가 없어 지거나 약해지면 발레오공조처럼 사측이 일방 적으로 해고를 통보하고 직장폐쇄를 하는 이 른바 먹튀자본들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다산 : 장기투쟁을 진행하면서 느끼신 점 은? 장기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해 가 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병희 : 장기투쟁이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 도 사실 많이 힘들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래도 우리의 고용, 내 고용을 기업들이 마 음대로 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에 대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싸우지 않으면 차후 우리 사촌동생이 될 수도 있고 아들딸이 될 수도 있고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 같다. 언젠가 우리 자식이나 주변에 있 는 친구들 모두 비정규직 없고 근로조건 좋은 곳에서 일할 것을 꿈꾸면서 투쟁을 하고 있 다. 해고된 동지들은 빨리 복직을 해서 노동 조합으로서 근로조건이나 임금 등을 향상시키 기 위해 노력하며 회사내의 벽을 깨야 한다. 우리의 노력들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 근로조 건 좋은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이 되어야 하 지 않을까, 그리고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전망을 갖고 힘들고 어렵지만 그게 희망이라 고 생각해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연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 후기 :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 분들을 만나다 보면 그 마음이 점점 투명하게 아름다워지는 것을 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 옳 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주는 힘일 것이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은 무엇일까요? 용기 있는 마음을 굳건히 지지하 는 사랑 아닐까요? 투쟁기금으로 지지의 뜻을 보내실 분들은 아래의 계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경기지역 장기투쟁사업장 투쟁기금 후원계좌 : 신협 132-062-189887 장혜경
  • 8. 8 지난 12월 1일(목)부터 4일(일)까지 4일간의 일정으로 2011지역운동포럼in수원이 진행되 었다. 천주교 수원대리구청 청소년문화회관에 서 진행된 행사는 조촐했지만 참여자 모두에 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_ 글 : 박진 첫날 소통의 문제를 다룬 첫 강연과 우리 역 사속의 민주주의 경험을 찾아보고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던 ‘민주주의에 대한 불편 한 진실’은 여러 과제를 던져주었다. 둘째날 노동운동 지역에서 길을 묻다2 역시 노동과 삶의 과제들을 드러내는 열띤 토론의 장이었 다. 셋째날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북 토크쇼에서는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거나 병간 호하면서 변해버린 삶을 만난 보통사람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쏟아졌다. 덤벼라 빈곤에 서는 지역에서 반빈곤운동의 가능성을 모색하 고, 동네방네 사랑방에서는 주민운동의 경험 을 통한 성과와 한계들이 논의되었다. 저녁 특별강연에서는 세계사회포럼 디렉터인 뎀바 무싸 뎀벨레(Demba Moussa Dembélé)로부터 세계경제의 위기와 대안세계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원순환밴드 ‘인간. 쓰레기’의 공연과 ‘금지 곡 다시 부르기’ 코너, 벼룩시장, 밤샘 영화제 의 부대행사가 준비되었 다. 특히 밤샘 영화제의 첫 공동체 상영영화였던 “돼지의 왕”은 학원폭력 에 담긴 삶에 대한 비관 적 성찰이 번뜩여서 참여 자들을 심란한 밤의 세계 로 안내했다는 소문. 마지막날은 지역 내 시민 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고 과제를 모색하는 안녕하 세요. 시민교육이 장시간 동안 토론되었고, 이주노 동자의 삶을 공동체별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 이 마련되었다. 또한 장애여성의 삶을 통해 네트워크를 찾아보는 자리도 있었다. 마지막 시간은 진행된 세션의 내용을 발표하는 PPT(power point) Party가 있었다. 힘있는 타인에 의해 삶과 미래가 결정되는 신 자유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역운동들이 서 로를 만나 소통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지역운 동포럼. 삼년째인 자리가 얼마나 풍성하고 알 찼는지는 논의된 과제가 일년동안 실천되는 걸 봐야할 참이다. 새로운 지역운동의 과제와 주체를 발굴한다는 자기 소명에 충실했는지, 2011지역운동포럼in수원... 2012년에 보자. 지역운동포럼 참가기
  • 9. 9 2011년 몸살, 대미를 장식할 벗바리는 바로 화려한 입담과 미모, 건강한 마음씨를 자랑하는 율 천동 언니들입니다. 인터뷰 요청 전화를 드렸더니 마침 함께 활동하고 있는 두레 생협 마을 모임이 있는 날이니 같이 수분크림도 만들고 밥도 먹고 인터뷰도 하는 건 어떠냐는 반가운 제 안을 해주셔서 두말없이 그러마고 대답했습니다. 모임 장소는 삼겹살집. 아니 아침부터 무슨 삼겹살을 먹나 수분 크림을 왜 삼겹살집에 모여서 만드나 했더니 언니들 중 한 분의 닉네임이 삼겹살이랍니다. 역시 심상치 않은 언니들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찾아갔습니다. 함께 한 분들 은 삼겹살, 하늘보리, 먼산 바라기, 맹랑길, 초울사랑 그리고 바른 생협의 김미경 선생님입니 다. 인터뷰 정리 박선희(자원활동가) 몸살 : 어떻게 다산인권센터와 인연을 맺게 되셨나? 하늘 보리 : 먼산이랑 나랑 초등학교 인권교 육이 있었는데 박진(다산 상임활동가)이 강사 로 와서 그때 계기가 되어서 알게 되었다. 몸살 : 이 마을 모임은 다산과 인연을 맺기 전부터 하고 계셨나? 하늘 보리 : 거의 그거랑 같이 시작되었다. 애 들이 5학년 때였으니 만난 지도 3년 정도 된 것 같다. 삼겹살 : 먼산이랑 하늘보리가 먼저 초등학교 에서 인권교육을 받으시고 나는 그 뒷 타임으 로. 나는 인권교육 받고 벗바리가 되었다. 장 소가 없어서 동네 관리사무소에서 받고. 그때 여성인권에 대한 강의였는데 6주인가 4주 짜 리 교육을 받았다. 맹랑길 : 나는 시민단체 괜찮은 데 있으면 일 년 씩 후원해 왔다. 원래 수원에 오래 살다가 홍성에 가서 1년 정도 살다왔다. 주말부부로 살면서 다른 생활을 해보자해서. 그러다가 애 낳기 두 달 전에 올라왔다. 아무래도 거기서 육아를 혼자하기 어려우니까. 환경단체에서 일했던 적이 있고 생협에도 있었고 해서 시민 운동이 낯설지가 않다. 원래 서울로 많이 가 고 했는데 수원에 있는 분들 만나서 여기 지 역 단체들을 알게 되었다. 다산도 그렇게 알 게 되었다. 현재 언니들은 생협에서 진행하는 율천동 마 을 모임을 함께 하고 계시답니다. 한 달에 한 떳다, 벗바리!
  • 10. 10 번 정도 만나서 문화생활도 즐기고 아나바다 운동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해나가시며 생활에 활력을 얻고 계신다고 합니다. 몸살 : 인권교육 받으시고 벗바리를 하게 되 셨다고 하셨는데 오래되었지만 인권교육 받으 실 당시 느낌이나 감흥 같은 것 말씀해주시 면? 삼겹살 : 내가 지금 현재 처해있는 생활에 따 라서 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하늘보리 : 지금 나에게 직접적으로 당면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인권 침해 문제는 아는 사 람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를 키우다보니까 우리 애들을 좋은 세상에 살게 해주려면 내가 부지런해져야 겠다는 생 각이 든다. 먼산 : 규범적이고 갇힌 사고 속에서 나 자신 조차도 눌러놓고 있어서 스스로 몰랐던 것을 인권교육을 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새 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 웅크리지 않고 나 자신을 꺼내놓을 수 있는 그런 장이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몸살 : 다산을 통해서 수원촛불도 하게 되신 것인가? 먼산 : 그렇다. 여자들은 결혼 이후 금기시 되 는 것이 더 많아진다. 남자가 있는 자리에는 못 가는 게 당연하고 여자가 담배피우는 것을 안 좋게 보고, 뭐든지 육아와 관련 시키고. 부 모로서만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인권교육 을 받으면서 내가 예전에는 자유로운 사람이 었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 고 나서 울타리에 갇혀서 다른 세상의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 만나게 되었다. 초울사랑 : 인권교육을 받으며 아무 생각 없 이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런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몸살 : 마을 모임도 하시고 난 다음이랑 하시 기 전이랑 다를 것 같다. 생활이나 기분 여러 면에서 초울 사랑 : 저는 호기심이 조금 많은 편이라 누가 권해서 하기보다 지나가다가 보고도 관 심 있으면 찾아본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의 심을 안 갖고 나와 내 가족들에게만 집중을 해서 그렇지 조금만 벗어나면 눈을 돌릴 데가 많다. 여기 와서 함께 지내다보면 아주 전문 가들은 아니지만 관심사가 비슷한 정보를 서 로 나누고 그런 것들이 좋다. 또 혼자 관심사 를 찾아 다니다보면 열정이 사그라들 수 있는 데 함께 하면 그렇지 않아서 좋다. 몸살 : 일반적으로 주부들이 모이면 하는 이 야기들이 있는데 그보다 이야기 꺼리가 더 다 양하실 것 같다. 먼산 : 어차피 우리는 외롭고 개별적인 존재 인데 외로워서 모일 거면 관심사가 서로 어느 정도 맞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더 축약이 되는 느낌도 있고. 단 체 후원과 생협 활동도 전혀 다른 길은 아니 라고 본다. 정치적인 색깔도 잘 맞고. 언니들의 대화 주제는 실로 다양했습니다. 아
  • 11. 11 이들 학교, 정치, 김장, 나는 꼼수다까지 정말 다이나믹했다고 할까요? 특히 오프더레코드가 많아 낱낱이 옮길 수는 없지만 좌중을 압도하 는 삼겹살 언니의 입담은 최고였답니다. 다산 채식 동아리 첫 모임에 닭도리탕을 야심차게 해 드셨다는 이야기를 하며 깔깔깔, 채식 동 아리를 세미나로 바꾸려다 삽시간에 와해되었 다는 이야기를 하며 또 한 번 깔깔깔. 시종일관 즐거운 언니들에게 인권에 대한 각 자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남을 돌아 볼 수 있는 것, 평등, 배려, 기본적인 권리, 끝 없는 사랑이라는 다양하지만 비슷한 색깔의 단어가 나왔습니다. 얼마 전 다산 이야기마당 에서 인권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 상임활동 하시는 분들은 인권하면 차별, 억압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고 하셨다는 말씀 을 드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 크게 공감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 같다고 그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며 어쩐지 가슴 아프다고 말해주는 언니들이 좋았더랬습 니다. 편견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할 줄 아는 것, 인권의 첫 걸음 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몸살 : 내년이면 다산이 20주년이 된다. 마지 막으로 다산 인권센터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 다면? 삼겹살 : 지치지 말고 지금처럼 해주셨으면 좋겠다. 얼마나 힘드실 줄 안다. 그러니 그 분 들한테 안식년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먼산 : 밝고 명랑하게 인권운동을 했으면. 그 나마 다른 단체보다 다산은 매우 밝다고 생각 한다. 이슈는 어둡지만 밝게 풀어내는 것. 그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집회라는 것도 짜여진 행순대로 하기보다. 노동자대회도 가보니 사 실은 사람들이 지루해하더라. 좀 재미있게. 그 게 사람들에게 더 공감하기도 좋고 하니까. 연식(?)에 차이는 있지만 같은 주부로서 언니 들의 모임이 부럽기도 하고 그 활력이 정말 좋아보여 아, 나도 율천동 주민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이렇게 멋진 벗바리 분들 이 계시기에 다산이 20년이라는 세월을 꿋꿋 이 걸어올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저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멋진 언니들, 언젠가 모 두들 얼굴을 맞대고 깔깔깔 웃을 수 있는 날 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 12. 12 한참 학생인권조례 1주년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지역에서 함께 학생인권을 고민하는 한 선생님께서 북유럽 교육탐방을 가신다는 이야 기를 들었다. 내심 나도 이 시기(학생인권조 례1주년)가 아니면 언제 책으로만 봤던 북유 럽의 교육을 접할 수 있을까 싶었다. 선생님 의 ‘같이가자’ 꼬임에도 그러나 이번에는 아 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런데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활동가가 걱 정 말고 다녀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다.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큰 맘 먹고 북유 럽 행 비행기에 올랐다. 덴마크를 시작해서 스웨덴, 핀란드의 교육을 보고 오는 9박 10일의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탐방단은 대부분이 교사 분들이었고 광주지역 의 한 구의원님 포함해서 32명이 함께했다. 여기서 우리가 갔던 곳을 모두 소개시켜 드릴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기억을 더듬 어 다시 그곳으로 떠나보겠다. 자~ 출발~ 첫 번째 방문지는 덴마크. 장장 9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덴마크는 전 세계 140개국의 경 제, 사회적 상황과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비교 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곳이기도 하다. 2위는 핀란드, 3위는 노르웨 이, 4위는 스웨덴, 네덜란드라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56위라고 한다. 이 수치로 모든 걸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행복’의 나 라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니 그 안에 뭔가 있 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는 이미 150년 전부터 자유학교운동이 핀란드 중학교
  • 13. 13 덴마크 종합학교 덴마크 종합학교 유치원 교실 일어났는데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아 픈 역사가 있었다. 귀족사회였던 유럽의 많은 평민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였 다. 그러다 지역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사 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였고 농민학교를 비롯해 서 자유학교의 모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러한 자유학교는 성직자로서 탁월한 문인이자 음악가이자 정치가이기도 했던 프레데린 세베 린 그룬투비와 실천적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크리스텐 콜이라는 두 사상가에 의해 구상되 었다. 그 흐름으로 그룬투비 시민대학까지 만 들어졌는데 이번 탐방에서도 살짝 보고 왔다. 에프터스콜레는 과거 150년에 걸친 역사 속에 서 ‘대안 속의 대안’을 만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룬투비와 콜의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에프 터스콜레가 대부분이었지만 1950년대에는 종 교적인 색깔을 지닌 학교도 있었고, 노동운동 이나 정치적 좌파운동이 활발했던 60년대 후 반부터 80년대 걸쳐서는 진보적인 슬로건을 내건 학교들이 늘었다. 80년대와 90년대는 학 습장애아들을 위한 학교가 각 지역에서 만들 어지고, 지금은 개인의 흥미와 관심을 중시하 는 현대적 기호를 반영하여 스포츠, 음악, 드 라마, 자연환경 등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학 교가 늘어나고 있다. 이 다양한 자유학교들의 유형은 세 가지로, 1-10학년 아이들을 위한 자유국민학교인 프리 스콜레, 8-10학년(혹은14세-18세) 청소년을 위 한 자유중등학교인 ‘에프터스콜레’, 18세이상 인 청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민대학이 바 로 그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간 곳은 카스타니에 문화 에프 터스콜레이다. 학교 안을 친절하게 소개시켜 주신 분들은 다름 아닌 이 학교의 학생들이었 다. 학교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학생들이 직접 소개를 하다니 처음부터 새로움의 연속이었 다. 이 학교는 과거에는 여성들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였지만 지금은 남녀 모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에프터스콜레는 모든 학생이 꼭 가야하는 학교가 아니라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로 올라가기 전에 잠시 쉬기도 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배우는 선택적 과정이다. 이 학교의 특징은 대부분이 드라마, 도예, 섬유디자인, 영화, 시각예술, 사진, 음악 같은 문화적 수업이다. 우리 교육 과정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기숙
  • 14. 14 형 학교인데 전교생이 200명 정도이다. 한 반 에 많아도 10명 내외이고 수업시간 또한 아침 식사를 포함해서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해서 4 시 30분에는 모든 교육이 끝난다. 학교 안은 학생들의 작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 다. 우리가 상상했던 학교가 그곳에서는 너무 나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이 곳 말고도 교실이 따로 없이 학교전체가 학교인 곳, 도 서관에서 뛰어놀 수 있는 학교, 쉴 수 있는 학교, 동물농장이 있는 학교 등 모두가 상상 그 이상 이었다. 스웨덴 나까문화센터 다음은 스웨덴이다. 스웨덴에서도 학교에 갔 지만 여기서는 청소년문화센터를 소개하겠다. 덴마크와 아주 가까운 스웨덴 스톨홀름에 위 치한 ‘나까문화센터’를 찾아갔다. 나까문화센터에서는 유치원부터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교직원․일반시민 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모 두 진행되고 있었다. 문화센터를 들어서는 순 간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큰 건물 안에는 공장에서 볼 수 있는 큰 원통이 건물 안에 있 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그 건물은 유명한 엔진공장 이었다. 지금은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고 그 건물을 부수지 않고 그 대로 활용해서 문화센터로 탈바꿈시킨 것이 다. 내부는 붉은색 톤으로 너무나 멋스러웠고 문에 들어서자마자 문화센터의 상징물이라는 큰 전구모양의 조형물이 있어 독특한 분위기 를 연출했다. 큰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가 나 갔다 하는데 그것은 생각의 번쩍임 즉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말한다고 한다. 문화센 터는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운영된다. 또한 정부에서 그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에 게 학교별로 지원금을 주고 있다. 문화센터에 서는 다양한 공연과 문화예술을 접하고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핀란드다. 핀란드는 사실 가기 전 부터 주워들은 정보들이 있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핀란드에서는 야르벤빠 초, 중, 고등 학교를 방문하였다. 야르벤빠는 헬싱키에서도 큰 공립학교에 속한다. 학교입구에는 그 동안 에 이 학교를 방문한 나라에서 선물로 주고 간 것들이 전시되었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 만 한국 전통 물품으로 보이는 것들도 쭉 늘
  • 15. 15 어져있었다. 그것을 보고 속으로는 이렇게 많 은 사람들이 왔다 갔는데 한국교육은 왜 이 모양 이 꼴이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 야르벤빠 고등학교에서 한 한국학생을 만났 다. 그 학생은 경기도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어떤 단체를 통해서 교환학생으로 왔다고 한 다. 너무나 반갑고 그 친구가 느끼는 이곳의 교육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근데 같이 간 선 생님들이 워낙 많아서 그리 많은 대화는 나눌 수 없어 아쉬웠다. 한국 교육과 여기 교육의 큰 차이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자유 로움? 너무나 많은 자유로움과 여유’라고 했 다. 핀란드가 연속 3년 동안 PISA(국제학업성 취도평가)에서 1위를 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 해서는 여기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 었다. 그러나 너무나 의외로 여기 친구들은 별 신경 안 쓴다고 한다. 그냥 ‘아 ~ 그런가 보다.’ 정도라고. 수업은 필수과목이 있고 선택과목이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위해서는 어느 정 도의 학점을 이수해야하고 그 학점을 이수하 지 못하면 다시 배우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친구들과 경쟁하지도 않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대학을 나오든 나오지 않든 사회에서 대우가 큰 차이 가 없다고 한다. 이쯤 되면 꿈만 같은 핀란드 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있는지 없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우리와 같은 학생인권조례는 없었다. 왜냐면 우리가 말하 는 학생인권은 학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기본권 또는 헌법이기에 특별한 조례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 사회에서는 그것이 상식이었고 당연한 것이었다. 그 상식을 우리 는 ‘무상급식’조차 뜨거운 감자로 대두 된 다 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여기까지 북유럽 3개국의 교육을 속성으로 정 리해봤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았지만 그 것은 이후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정리해 보려한다. 자세한 정보는 잊어버릴 수도 있지 만 그곳에서 보았던 느낌은 아마도 당분간 잊 지 못할 것 같다. 북유럽이라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3개국이 비슷한 것은 그곳에서는 어 쨌든 문제의 해결을 수직적으로 내리 꽂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이 함 께 모여 고민을 나눈다. 당연히 그 안에는 어 린이도 청소년도 있다. 단순히 아주 좋은 시 스템만 들어온다고 바뀌지는 않는다. 그 안에 문화와 의식이 함께 변화되지 않는 이상 완전 한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학생인권조례라는 시스템이 들어왔다면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여야 한다. ‘행복’ 한 그곳을 마냥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도 그렇게 되기 위한 준비를 한 걸음 한 걸음 시작해보자.
  • 16. 16 여름 시작할 무렵 다녀온 여행이야기를 찬바람 가득한 겨울에 들춰내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 니구나. 그래도 너랑 같이 지냈던 2주간의 시 간을 기억해 내는 것인데, 즐거운 마음으로 꺼 내볼까? 드골공항에 내리는 우리 마음은 조금 여유가 있 었다. 낯선 체코땅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 고... 심지어 프랑스로 떠나오던 체코 항공의 승 무원은 또한 얼마나 불친절했니? 코크라는 발음 을 못 알아듣고, “꼴라?”라고 되물어 보며 짜증 스럽게 내밀던, 그 써비스...라니...체코말로 “이런 젠장”을 배워서 써 먹지 못한 게 여전히 마음에 남는구나. 땅콩아, 살면서 약오르는 일을 당하면 그게 체한 것처럼 얹혀서 자꾸 되짚어 후회되는 순간이 있단다. 그걸 줄이기 위해선 단연코 순 발력있게 복수를 해야 한다. 엄마처럼 뒤늦게 가슴을 치면서 그때 그렇게 할껄...하는 바보짓을 하지 않으려면, 조선말로라도 빠르게 “이런 시베 리안 허스키 같으니...”라고 해버리는 것이다. 알 았지? 그래도 성구삼촌이 마중 나온다고 하니, 마구 마음이 놓였지. 영어조차 짧은데, 프랑스에서는 그 조차 불어가 아니면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하 니...얼마나 쫄았는지 말이다. 드골공항에서 만난 성구삼촌은 근래 만난 동양인중에 가장 잘생긴 남자라고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지. 낯선 땅에 서 낯익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반갑다’와 같 은 딱딱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더 뜨끈한 유 기화학적 언어가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성구 삼촌이 한국에 있는 동안 엄마한테 입었다는 은 혜의 기억말이다. 사실 엄마는 기억도 잘 나지 않은 그 일로 인해, 성구삼촌은 엄마와 땅콩에 게 더 없이 잘해줬잖아? 그래서 말이다. 사람은 어디서나, 누구나에게나 늘 선물처럼 살아야하 는 거야. 선물같은 인생을 살다보면 선물같은 삶이 다가온다는 말이야. 엄마는 먼 땅 프랑스 파리에서 그걸 또 깨달았잖아. 다행이야. 그동안 영 쓸모없게 살지는 않았어, 라고. 그런데 우리의 파리 여행은 첫날부터 강행군이 었지. 어머, 어머 르부르박물관은 왜 그렇게 넓 은 것이니? 기원전의 조각상부터 시작해서 레오 나르도 다빈치, 램브란트, 라파엘, 앵그르...같은 미술책에서 보던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다니... 엄마는 대단한 감격에 빠졌지만 물론 땅콩은 관 심이 없었지. 다만 유독‘모나리자’에서 인증샷을 찍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100미터의 두께로 몰린 관광객을 뚫고 앞으로 전진하다가 중간쯤 포기 할 때, 니 얼굴은 울상이었어. 그런 니 얼굴을 보는 엄마는 짜증으로 울상이었지. 그때부터 엄 마는 거짓말안하고 서른아홉번쯤 “너, 그럴꺼면
  • 17. 17 왜 따라왔어...”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 아마 절 반쯤은 직접 하기도 했었지. 박물관에서 본 니 케여신상은 정말 아름다운 비율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박물관을 채운 예술품들은 대부분 프랑 스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약탈해 온 것이라고 하 지...완벽하고 때로는 몽환적이며 그리고 자주 에 로틱했던 작품들의 사연은 보이는 것보다 비열 했던 거야. 그 며칠의 강행군을 모두 기억하니? 세계의 모 든 명품들이 몰려들었다는 샹제르제 거리, 개선 문, 에펠탑, 콩코드 광장. 르부르 박물관만큼 넓 어서 볼 것도 많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 리저리 밀려 다녔던 베르사이유 궁전. 코끼리 바위가 인상적이었던 에트라타 해변, 프랑스의 지중해라고 불리던 옹 플래트...가난한 피카소가 살았다는 몽마르뜨 언덕의 어느 상점 앞, 비포 선셋에서 줄리델피와 에단호크가 만났다는 낡은 서점. 모두 기억하니? 비가 흩날리는 밤에 바토 뮤슈를 타고 보았던 야경이 휘황했던 에펠탑은?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던 몽파르나스 타워, 세느강과 다리, 노틀담 성당, 소르본 대학 앞의 분수대, 오르세 미술관 앞에서 보았던 마술쇼... 모두 기억나니? 알록달록 달콤했던 마까롱, 입안 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고 좋아하던 스테이크, 얼큰한 베트남쌀국수...그 맛은 어떠니? 그런데 엄마는 그런 모든 것들보다 더 오래 기 억에 남는 것이 쓰레기통을 뒤지던 집시 모녀들 이란다. 우리가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가다가 만났던, 사 실은 파리 곳곳에서 스산한 표정으로 스쳤던 그 언니들 말이야. 동유럽에서 왔다는 집 없이 떠 돌아다니는 사람들. 우리 숙소의 누구 가방 문 을 열려고 했다는, 관광객들의 물건을 소매치기 하거나 구걸을 하는 사람, 집시들. “엄마, 저 언 니들이 나한테 트림했어. 기분나빠.”땅콩도 언니 들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지? 프랑스에 는 많은 인종이 섞여 살고 있었어. 성구 삼촌같 은 동양인, 에펠탑 앞에서 선물로 산 열쇠고리 를 팔던 흑인, 프랑스 곳곳에서 만난 얼굴 하얀 백인들. 그들 모두 아무런 차별없이 섞여 살고 있는 듯한 프랑스는 사실은 철저한 계급사회처 럼 보였어. 1구역부터 구획된 파리는 다리 하나 사이를 두고, 여기는 백인이 살고 여기는 흑인 이 살아. 백인이 사는 동네는 치안이 안전하고, 흑인이 사는 동네는 밤에는 걸어 다닐 수 없는 곳이지. 집시들은 그런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 급의 사람들로 분류됐지. 위험한 사람들, 나쁜 사람들, 더러운 사람들. 그래서 유럽사회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집시문제가 중요한 화두가 되 었다고 하지.
  • 18. 18 짧은 여행 동안 집시들이 왜 그렇게 많이 눈에 띄던지 말이다. 우리를 공항까지 바래다 준 한 국 아저씨 기억나니? 한국에서 프랑스로 온지, 10년쯤 되었는데... 자기는 만족하면서 산다고 하던. 아저씨가 그런 말을 했잖아. “한국처럼 살 기 힘든데, 왜 거기서 살아요?”라고. 그러면서 아저씨는 또 이런 말도 했어. “이민자들은 체코 인 싸르코지 같은 성공사례를 기대하면서 살아 가지만 사실 프랑스 사회는 복지는 주되, 권력 은 소수의 사람이 독점하면서 사는 사회지요.”라 고. 그런 아저씨의 말씀이 엄마는 쓸쓸하게 들 렸단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동족의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철저히 구획된 파리 도심처럼...사람들의 서열도 정확하게 구획되어있 는 사회라는 걸 깨달았어. 집시는 영원히 천대 받으면서 쓰레기통을 뒤질 수밖에 없겠구나...하 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계속 슬펐다, 내내. 태 어나면서부터 감당해야하는 차별과 가난과 멸시 를 극복할 방법이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 때 문에. 에펠탑 앞에서 85호 크레인에 올라 농성중인 김 진숙 이모를 위한 1인 시위를 잠깐 했던 것...기 억하니? 지금은 이모가 그 곳에서 내려와 건강 을 회복중이지만, 그때만 해도 한진중공업 싸움 이 성공할 수 있을까, 김진숙 이모는 무사하게 땅으로 내려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을 때였어. 그래서 대륙을 건넌 걱정 병이 엄마를 좀 쓸쓸 하게 만들었었지. 그런데 아랍인들이 사는 거리 의 어느 바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성구삼촌이 이 런 말을 하더구나. “여기가 파리의 경계같은 곳 이예요. 위험한 거리와 덜 위험한 거리. 그리고 세느강과 버스와 전철, 와인과 밤...여길 보시면 다 보시는 겁니다.”라고. 뭐랄까...사람들의 삶은 어디에서고 이어지는 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 어. 모두 경계에 있는 삶...여기가 어쩌면 땅의 시작이고 땅의 끝일지도 모르는데...하는 그런 느 낌.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사람이 쓴 ‘쓰레기가 되는 삶들’이라는 책이 생각났어. 오늘날의 새로 운 빅브라더는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을 골라내, 쫓아내고 추방하고 근처에도 오지 못하 게 한다고 해. 그래서 많은 삶들이 쓰레기가 되 고 있다고. 엄마는 경계의 땅에서 쓰레기가 되 는 삶은 어쩌면 처음부터 누구에게도 없다는 가 능성을 또한 느끼게 된거야. 쓰레기 통을 뒤지 며 살아가는 집시의 땅에서... 오히려 말이야. 땅콩한테는 아직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겠구나. 나중에 엄마보다 한 뼘 쯤 키가 더 크면 그때는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결론은 뭐냐고? 엄마는 프랑스에서 슬픔과 깨달음을 동시에 느 꼈다고 할까? 물론 물론 그 밤에 프랑스 와인 두병쯤은 먹었으니까. 그랬겠지? 왜 그렇게 많이 먹었냐고? 왜겠니...그날은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 거든. 프랑스의 모든 것을 용서해줘야 할 이별 의 밤! 말이다. 그래, 유럽은 일단 여기까지. 다 음 여행의 목적이 필요해질 때까지 우리의 일상 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
  • 19. 19 책소개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김완 옮김, 이타카, 2011 이근택 사회가 정치적, 경제적 정체 상태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치료할 수단으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장기 요법이 아니라 부작용을 수반하는 즉효약, 즉 강력한 지도자가 사회에 질서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원했다. 이를 두고 D. 싱클레어라는 역사학자는 이렇 게 기술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았을 때, 민중이란 본래 자 주적 사고와 그에 수반한 책임보다도 명령과 종속과 그에 따른 책임 면제를 선호한다. …… 민주정치 체제에서 일어난 실정(失政)은 부적절한 위정자를 선택한 민중 자신에게 책 임이 돌아오지만, 전제정치에서는 그렇지 않 다. 민중은 자기반성보다도 마음 편히, 무책임 하게 위정자를 험담할 수 있는 처지를 선호하 는 법이다." 20세기 독일이나 21세기 한국이 떠오르는 사 람도 있겠지만, 가카가 그런 분이 아니지 않 은가? 우주력 310년의 이야기다. 2011년 공지영의 "도가니"가 재조명되고, 김어 준의 "닥치고 정치"와 스티브 잡스 자서전이 화제 속에 출간되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가카 의 "The Uncharted Path"도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2011년 올해의 책 목록 첫머리에 올라가야 할 것은 재출간된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다. "은하영웅전설'은 90년대 초 해적판으로 출간 되었을 당시 어떤 이는 운동권 대학생으로, 어떤 이는 - 제 정신인가 싶지만 - 사관학교 입학으로 이끌었다고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 기를 끌며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게 얘기하면 대략 먼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동맹군의 명장 양 웬 리와 은하제국 원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이 각자 민주공화정의 수호와 패권의 성취를 위해 우주 함대로 치고받는다는 얘기다. 그러 나 단순한 SF 활극에 그치지 않고 부패한 민 주주의와 강력하고 개혁적인 전제 정치를 대 비시키며 현실에 날카로운 풍자를 가하고 있
  • 20. 20 기에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책은 다시금 읽을 가치가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은하영 웅전설"에 그려진 타락하고 부패한 정치가 20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 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아닌게 아니라 "은하영웅전설"의 민주공화정 은 민중은 독재자를 만들어내고, 국민의 손으 로 선출한 국가 원수는 적국에 나라를 팔아넘 기고, 그나마 민주적이라는 정치인도 국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최악의 정치 체 제로 그려진다. 민주 정치의 이상과는 별개로 타락하고 부패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가진 듯이. 다나카 요시키는 작중 인물의 입을 빌 려 의문을 제기한다. "민주공화정이란 국민이 자유의지로 자기 자신의 제도와 정신을 타락 시키는 정치 체제인가?" 오늘날의 우리 현실을 보면 왠지 그럴듯한 설 득력이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를 그리 워하고, 시민의 손으로 뽑힌 정치가는 시민의 뜻을 무시하고, 시민들은 뭔가 새로운 '인물' 이 나와 세상을 대신 바로잡아주길 원하고, 이른바 진보라는 사람들은 투표용지 쪼가리 하나가 시민의 정치적 실천의 전부인 양 '닥 치고' 찍으라고 떠들어댄다. 아 이거, 꿈도 희 망도 없구만. 책을 빌미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다보니 마치 "은하영웅전설"이 민주정치를 부정하는 내용 인 것처럼 되어 버렸지만, 그렇지는 않다. 오 히려 올바른 민주정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있다. 이를테 면 이런 것. "법을 따르는 것은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이 다. 그러나 국가가 스스로 규정한 법에 등을 돌리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려 했을 때 덮어 놓고 이를 따르는 것은 오히려 시민의 죄악이 지. 왜냐하면 민주국가의 시민에게는 국가가 저지른 죄나 오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 판하고 저항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란 다." 이 소설 뿐 아니라 역사와 현실을 돌이켜봐도 민주정치의 부패와 타락은 마치 운명처럼 보 일 때가 있다. 시민의 시야는 좁아져서 중우 (衆愚)로 전락하고 권력은 소수에 독점되어 부패한다. 민주주의는 이상일 뿐인가? "은하영웅전설"은 현실을 그릴 뿐 대답을 주 지 않는다. 내 대답은 "자본주의"다. 민주주의 는 자본주의라는 옷을 입고 성장하였지만, 이 제 그것은 성장을 가로막고 왜곡하는 방해물 이 되어버렸다. 이제 자본주의라는 옷을 벗어 던지지 않고서는 민주주의의 발전은 앞이 보 이지 않는다. 여러분의 대답은?
  • 21. 21 영화소개 나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영화 ‘셀 211’을 보고 유이 ※ 영화의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어디선가 재미있다는 간략한 평을 듣고, 액션 영화로 보이는 포스터를 본 뒤 선택하게 된 영화, ‘셀 211’. 처음엔 단순한 미국식 액션물 로 생각했는데, 막상 감상하고 보니 스페인 영화였고, 단순 액션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교도관으로 첫 출근을 앞둔 후안은 선배 교도 관들에게 여러 조언을 얻기 위해 출근하기 전 날 교도소를 방문한다. 선배 교도관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듣던 중, 건물 천장 벽돌이 무너 져 내려 후안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당 황한 선배 교도관들은 비어있는 독방에 후안 을 눕히고 의료진을 부르려 하지만, 갑작스레 발생한 죄수들의 폭동으로 후안만을 남긴 채 그 곳을 도망친다. 죄수들에게 둘러쌓인 후안 은 자신이 교도관인지 모르는 점을 이용하여, 새로 들어온 죄수처럼 행동하며 탈출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문제는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죄수흉내를 내던 후안이 점점 더 죄수들의 입장이 되어간 다는 점이다. 폭동의 과정 속에서 죄수들과 이야기를 하던 후안은 교도소의 비리에 대해 서 듣게되고, 죄수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죄수흉내에 불과했던 후안은 점점 더 죄 수들과 똑같은 입장이 되어간다. 결국 이 영화의 바탕에는 사회적 관계 속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흑인은 흑인이 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그는 노예가 된다.” 라는 마르크스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위치 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서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대공장의 어떤 남 성 노동자는 관리직이나 사장에게는 굽신거리 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다르게 행동 할 것이다. 또한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가 정에 돌아가서는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말할 것이다. 결국 똑같은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어 떠한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서 그의 입장은 결 정된다. 영화 속의 후안도 자신이 처한 위치 에 충실했을 뿐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 22. 22 것 그대로 자신의 입장을 결정했을 뿐이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회적 관 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있다. 이것을 위 해 가장 먼저 알아야할 지점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가이다. 자신이 억압하는 위치에 있는 것인지 억압당하고 있는 위치인지를 냉 정하게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노동자라면 노 동자의 입장에 서야 할 것이고, 자신이 남성 이라면 여성들을 억압하는 관계를 만들고 있 지 않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현실은 다른 것 같다. 소 위 강남 부자들로 대표되는 상위 1%들은 자 신들을 위한 계급투표를 하지만, 나머지 99% 들은 자신들을 위한 투표를 하지 못하고 있 다. 자신이 농민이거나 노동자라면 한․미 FTA 에 반대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어떠 한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며 ‘국익’을 위해 한․미 FTA에 찬성한다. 한 명의 개인을 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은 수십년 혹은 수백년동안 형성된 사 회적 관계 속에 놓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 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알면서도, 억압자 의 위치를 고수하려한다거나, 피억압자인 자 신의 입장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이 다. 영화가 묻고 있는 지점은 단순하다. 당신 은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인권교육팀 인권의 눈은 번쩍, 귀는 쫑끗, 말초신경은 아하~ 할 수 있는 ‘페다고지’ 세미나를 진행했 어요. 뭔가 알 것 같기도 하면서도 뭔가 어려운 그 무엇이 있어요.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채워나가면서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어요. 현재 인권교육팀은 청소년 인권, 장애인권, 노동 인권 교육으로 나누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눈 깜박할 사이 지나간 2011년을 평가하고 내 년 활동계획을 고민하는 중입니다. 노숙소녀 살해사건 검·경 살인누명 규탄 및 형집행정지 촉구 행동 2005년 수원고등학교에서 발견된 노숙소녀 사망사건을 기억하나요? 그 당시 소녀의 살인 범으로 기소된 노숙인이 2명 있었고 추가로 청소년들도 구속기소되었죠. 사건진행도중 청 소년들은 무죄가 밝혀져서 풀려났습니다. 이와 연관된 위증재판에서 원래 기소되었던 노 숙인 2명 역시 무죄라는 판결이 났지요. 그런데 여전히 노숙인 1명은 구속수감중입니다. 경찰과 검찰의 누명씌우기로 인해 힘없는 약자의 인생이 나락에 떨어졌습니다. 석방운동 과 검,경 책임을 묻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용역프로젝트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용역폭력의 원인과 구조를 분석하고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중이지요. 12월에는 토론회를 진행하고 1월까지 정책보고서를 작성하려고 합니다. 극 심한 용역폭력을 멈추기 위한 사회적 대안마련에 관심가져주세요. ^^ 우리 이렇게 활동해요
  • 23. 23 수입 지출 총계 ₩26,752,067 총계 ₩23,269,596 이월 전월이월 ₩3,718,547 운영비 소계 ₩3,173,776 경상수입 CMS후원 ₩10,876,310 경상운영비 임대비 자동이체후원 ₩70,000 관리비 ₩1,083,660 특별후원 ₩11,123,520 일반운영비 정보통신비 ₩611,956 일반후원 ₩755,100 사업수입 일반사업 활동비 ₩325,200 교육사업 ₩150,000 사무관리비 ₩384,200 재정사업 차량유지비 ₩648,040 행사사업 기타 ₩120,720 기타수입 결산이자 ₩560 인건비 소계 ₩14,636,140 기타 ₩58,030 급여 급여 ₩12,723,520 복리후생비 식대 ₩888,740 상여금 ₩200,000 자원활동가지원비 ₩601,880 기타 ₩222,000 사업비 소계 ₩5,459,680 경상사업비 우편발송비 ₩202,470 인쇄비 ₩170,000 기타 일반사업비 교육사업비 ₩150,000 행사사업비 ₩247,690 기획사업비 ₩3,900,000 현안사업비 ₩38,420 기타 ₩22,100 연대사업비 분담금 ₩340,000 후원금 ₩380,000 기타 ₩9,000 차월이월 ₩3,482,471 7월~10월 살림살이 간은균 간호중 강복심 강윤정 고 영 곽봉식 곽지숙 곽창훈 구선희 국찬석 권민희 권인철 길은실 김경숙 김경지 김계향 김기헌 김남하 김노진 김동겸 김동균 김동우 김문정 김미숙 김민규 김병선 김성종 김성중 김수영 김새봄 김아름 김영기 김영주 김윤경 김윤종 김윤희 김재숙 김재욱 김종태 김주이 김준성 김지수 김지연 김진성 김진우 김진혁 김칠준 김태교 김태균 김학성 김현주 김현창 김현철 김형일 김혜령 김희연 남길현 남영숙 남현우 노영란 류용웅 문민수 문숙희 민진영 박관우 박미향 박선희 박설규 박영재 박재형 박정근 박주민 박준모 박지영 박 찬 박 철 박태현 배용석 백수영 백아형 서미나 서미향 서윤수 서재덕 서정리 서정희 서태정 성명애 송명훈 송연주 송용기 송원찬 송인숙 송주현 승혜신 신동석 신민정 신성원 신유아 신은정 안병주 안상용 안승권 안정희 안진영 안태형 양민재 엄명환 여운철 오동석 오석경 오세범 오일용 오준원 오준희 오춘상 왕윤정 원선옥 원영기 유미희 유정은 유준영 육성철 윤권영 윤영훈 윤태관 이가영 이강복 이광훈 이근랑 이기원 이기은 이기자 이길순 이문영 이민정 이범희 이병삼 이봉임 이상무 이상목 이상언 이선희 이세훈 이순일 이승규 이연민 이연진 이영기 이영문 이영미 이용덕 이용석 이우상 이은별 이정무 이종란 이종수 이종순 이주현 이창림 이학준 이향숙 이현찬 이호헌 임대철 임성민 임수현 임시정 임양숙 임혜경 장계순 장대전 장명호 장성옥 장세민 장소영 장여경 장지철 장진욱 장혜진 전민호 전신안 전인숙 정만준 정미현 정상용 정만주 정 민 정연희 정용진 정태욱 정현경 정 희 조건준 조명진 조상현 진상범 조성범 진상범 천 진 최강호 최서영 최성규 최영롱 최종숙 최혁진 최형규 태상미 한상웅 한수연 한준경 허 선 홍영준 홍의표 홍진숙 황필규 황현수 ● 다산인권센터 벗바리가 되어주세요! 자동이체와 CMS 신청이 있습니다. 신한 110-062-448424(박진 다산인권상담소) 농협 116-12-264081(노영란) 9, 10월 후원해주신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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